- 실용주의 경영기조 아래 오픈 이노베이션, 역동적 조직문화 확산 등 변화 가속화
오는 6월 29일이면 구광모 ㈜LG 대표가 회장직에 취임한 지 2주년이 된다. 구 대표는 지난 2018년 5월 말, 갑작스럽게 구본무 회장이 타계하면서 40대 초반 젊은 나이에 회장에 올랐다. 구인회 창업자, 구자경-구본무 회장에 이어 4세 경영시대가 열렸다.
구 대표는 취임 후 선대 회장들의 LG 고유의 전통과 문화를 계승하면서도 '뉴(New) LG'로의 디지털 전환에 나서고 있다. <녹색경제신문>은 구 대표의 취임 2년 동안의 LG의 변화와 미래 과제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고객 가치 실천을 위한 LG만의 생각과 행동을 더욱 다듬고 발전시켜가야 합니다. 고객에게 감동을 선사하는 데 누구보다 앞서 가고 더 나은 미래와 세상을 향해 함께 가는 기업을 다 같이 만들어 봅시다”
구광모 LG 대표가 올해 신년사에서 임직원들에게 한 말이다.
구 대표는 LG가 기존 관성을 깨고 새로운 미래 성장을 만들 수 있도록, 사업과 경영 전반의 과감한 변화를 주도하며 고객 가치 창출 기반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구 대표는 국내외 임직원 25만명에 달하는 LG를 이끌며 ‘고객 가치’를 최우선에 두고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실용주의' 경영기조와 함께, ▲미래 사업 육성 위한 선택과 집중 ▲과감한 인재 영입과 젊은 인재 육성 ▲오픈 이노베이션 강화 ▲실용주의 ▲역동적 조직문화 확산 등 LG의 새로운 변화를 만들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글로벌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구 대표의 리더십이 주목받고 있다.
구 대표는 고객가치 최우선 경영을 통해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도약하고자 도전과 혁신을 이어가고 있다. 이를 통해 고객과 사회로부터 신뢰와 사랑을 받는 'LG 비전'에 다가선다는 계획이다.
‘고객가치 실천’에 중점을 두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통한 혁신 강조
구 대표는 지난해 ‘LG만의 고객 가치’ 강조한 데 이어, 올해는 이를 제대로 실행하기 위해 고객 관점에서 고민하고 바로 실행하는 ‘고객가치 실천’에 중점을 두고 있다.
LG만의 고객 가치는 ‘고객의 삶을 바꾸는 감동을, 누구보다 먼저 그리고 지속적으로 드리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를 위해 LG는 디지털 기술 등을 활용해 고객의 페인포인트(Pain Point)를 정확하고 빠르게 읽어내고, 과감한 도전과 새로운 시도로 누구보다 앞서 고객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LG만의 고객가치를 실천해 나갈 계획이다.
구 대표는 지난해 핵심 소재∙부품∙장비 연구개발 현장인 LG전자 소재/생산기술원과 LG화학 기술연구원 등 현장경영을 통해 “단기적 관점에서 단지 해 볼만한 수준의 과제가 아닌 진정으로 고객 가치를 혁신할 수 있는 도전적인 R&D 과제, 또 고객과 시장 트렌드 변화를 철저히 반영한 R&D 과제를 선정해서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올해부터는 차별화된 고객가치를 제공하는 제품을 만들어 내는 데 있어 첫 단계인 디자인 분야의 경쟁력을 살피고 현장의 목소리 청취에도 나섰다.
구 대표는 지난 2월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를 방문해 “디자인이야말로 고객 경험과 감동을 완성하는 모든 과정”임을 강조하며, “새로운 고객경험을 선사하는 디자인을 차곡차곡 쌓아 고객감동의 품격을 높여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구 대표는 더 나은 고객 가치 창출하는 핵심 수단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 mation, 이하 DX)’ 전략을 강조한다. 디지털 시대의 고객과 기술 변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소통 방식과 일하는 방식 등을 변화시켜, 궁극적으로 LG의 제품∙서비스 가치를 혁신해 나가기 위한 것.
지난해 9월 개최된 ‘사장단 워크샵’에서는 구 대표는 “사장단께서 몸소 주체가 되어 실행 속도를 한 차원 높여 줄 것”을 당부하며 드라이브를 걸었다.
LG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등 진정한 고객 가치 창출 역량 강화를 위한 새로운 도전과 변화를 추진해 나가고 있다.
각 계열사별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역량 강화, 디지털 마케팅 강화 등 고객가치를 높이기 위한 사업 방식과 일하는 방식의 혁신에 나서고 있다.
LG는 전체 계열사 IT시스템의 90% 이상을 클라우드로 전환키로 하고, 경영활동에서 발생하는 데이터의 원활한 생성∙축적∙공유를 위해 주요 소프트웨어 표준 도입을 진행하는 등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LG전자는 에어컨 서비스 상담에 인공지능 음성봇과 홈페이지에 챗봇(Chabot)을 도입해 고객들이 서비스 예약 상담은 물론 맞춤형 제품 추천 등 상담원을 거치지 않고도 빠르고 정확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올해 LG인화원에서 AI 마스터 100명 양성 등 DX인재 육성 통해 고객 가치 창출과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LG는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조직 운영방식과 사업 모델 등을 혁신하기 위한 DX 전담조직을 강화하고, AI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내 최대 융복합 연구단지인 LG사이언스파크를 중심으로 기술 개발과 투자를 본격화했다.
도전 통해 변화 이끌 인재 확보∙육성하고, 실용주의 경영기조 이어가
구 대표는 고객 가치를 현실로 만드는 핵심은 사람이라는 판단 아래, LG의 더 큰 성장을 만들 실력 있는 인재를 확보∙육성하는 일에 큰 관심을 가지고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과감한 외부 인재 영입과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젊은 인재 확보∙육성을 통해 LG가 기존의 관성을 깨고 새로운 성장을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이끌고 있다.
취임 후 두 차례의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고객과 시장 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더 나은 고객 가치를 창출 할 수 있도록 과감한 혁신∙쇄신 인사를 단행했다. 지난 2018년 CEO 및 사업본부장급 최고경영진 11명을 교체한 데 이어,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도 5명을 추가로 교체했다.
이 과정에서 LG화학 CEO로 창립 이래 첫 외부 인사인 신학철 3M 부회장을 영입하고 ㈜LG에는 사업포트폴리오 전략을 담당하는 경영전략팀 사장으로 베인&컴퍼니 홍범식 대표를 영입하는 등 과감하게 외부 인재를 등용했다.
이른바 '순혈주의' 파괴다. 이는 고객가치를 창출하는 데 있어 새로운 시각에서 그간 놓치고 있는 부분은 없는지 살피고, 내외부 인재들이 융합하고 협력하여 균형 있는 변화가 이뤄지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또한 2018년 134명의 역대 최대 신규임원을 선임한 데 이어,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도 34세의 LG생활건강 퍼스널케어사업총괄 심미진 상무 등 106명의 젊은 인재를 대거 발탁해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중장기적 관점에서 차세대 사업가를 육성하고 과감한 도전을 통해 빠른 혁신이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특히 구광모 대표는 4차 산업혁명 및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응한 상시 채용 및 온라인 인적성 검사 도입은 획기적이다.
LG그룹은 올해 하반기부터 신입사원 채용 방식을 기존 상·하반기 정기 채용에서 연중 상시 선발 체제로 전환한다. LG그룹은 계열사별로 1년에 상·하반기 각각 한 차례씩 대규모 공채를 실시해왔는데 사실상 공채를 폐지하고 상시 채용을 도입한 것이다.
LG그룹의 상시 채용 제도는 인사조직이 아닌 현업 부서가 원하는 시점에 채용 공고를 통해 필요한 인재를 직접 선발하게 된다. 현업 부서가 채용 과정을 주도적으로 진행하고 인사조직은 이를 지원하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
신입사원 선발 비중의 70% 이상을 차지하게 될 채용 연계형 인턴십은 평균 4주 정도 진행된다. LG그룹은 향후 계열사 별로 채용 연계형 인턴십 비중을 확대할 계획이다.
LG그룹의 인턴십 채용은 6월 중 LG화학 전지사업본부와 생명과학사업본부의 채용 공고를 시작으로 본격화한다.
LG그룹은 인턴십 제도 외에 산학협력, 공모전 등 다양한 채용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LG그룹은 이달 'LG 인공지능(AI) 해커톤'을 개최, '스펙 파괴' 채용에 나서고 있다.
LG그룹은 오프라인으로 실시해오던 인적성 검사도 9월부터 전면 온라인 방식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LG그룹의 연간 채용 규모는 1만명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LG그룹 관계자는 "코로나19 위기 이후 성장 준비를 위해 당장의 인력 수급 차원이 아닌 중장기적 관점에서 우수 인재 선확보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 대표는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실용주의 경영기조를 이어가며, LG에 실용주의적 문화를 심고 있다. 고객과 LG의 성장을 위해 형식이나 절차가 아닌 진정 가치 있는 일에 역량이 집중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취임 후 임직원들에게 ‘회장’ 대신 ‘대표’로 불러 달라 요청해 현재는 ‘대표’라는 호칭이 자연스럽게 자리잡았으며, 별도의 회장 취임식도 열지 않았다. 코로나 19 사태 속 올해 고 구본무 회장 2주기 추모 행사도 온라인으로 간소하게 치렀다.
지난해 개최된 그룹 시무식에서는 비즈니스 캐주얼 차림의 임직원들이 자유롭게 서로 인사를 나누며 새해를 시작했고, 올해 시무식은 디지털로 전환해 신년사를 담은 디지털 영상을 전 세계 25만명 임직원에게 이메일로 전달했다.
지난해 사업보고회도 과거 ‘일방적 보고’ 형식이 아닌 경영진 간 사업에 대한 ‘토론 형식’으로 진행하는 등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소탈하고 격의없는 소통으로 변화를 이끌고 있다.
구 대표 취임 이후 달라진 변화에 대해 직원들의 반응은 대체로 호의적이다.
LG전자의 한 직원은 "회장 취임 전에 우리 직원들과 함께 근무하면서 겸손하고 소탈한 면이 인상적이었다"며 "젊은 세대의 회장인 만큼 정서적으로 공감대가 있다"고 전했다.
지난 1947년 '락희화학(현 LG화학) 창립과 함께 태동한 LG그룹은 '인간존중의 경영'과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를 기반으로 끊임없는 변화로 성장해왔다. 구 대표는 취임 이후 재벌 회장 신뢰도에서 줄곧 1위다. 구 대표가 이끄는 '뉴 LG'로의 변화가 주목받는 이유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