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시장에서 나타난 검은 백조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세계 경제가 요동치고 있습니다. 규제를 완화하고 세금을 깎아주고 공공인프라 투자를 늘리는 게 트럼프의 가장 중요한 경제 공약인데요, 이른바 경기 부양이 금리 정책에서 재정 정책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가장 급변하고 있는 쪽은 환율 시장입니다. 달러인덱스는 장기간의 강력한 저항선인 100을 돌파해 버렸고, 달러 가치와 유로화 가치가 같아지는 ‘패리티’ 얘기가 슬금 슬금 나오고 있습니다. 요새 검은 백조(블랙 스완)는 너무나 자주 나타나고 있습니다.
물론 달러의 지나친 강세는 미국 기업의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달러의 강세가 마냥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보는 시각도 많지만, 이탈리아를 비롯해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등 유럽 주요 국가들의 선거가 내년까지 집중되어 있고, 당장 12월 ECB의 통화정책회의에서 추가 부양책이 나올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현재의 환율 흐름이 쉽게 변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더욱 고민되는 점은 원화가 다른 통화에 비해 심하게 약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트럼프 당선 이후 원화는 말레이시아 링깃화 정도를 제외하고는 심한 약세를 보이고 있는데요, 그만큼 우리 나라의 수출 의존도가 높기 때문입니다. 원화의 약세는 외국인의 주식 매매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습니다.
무섭게 오르고 있는 금리
금리의 상승세도 무섭습니다. 이미 미국 대선 전부터 금리의 상승세는 뚜렷하게 나타났었는데요, 트럼프의 당선이 상승 속도를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 나라 금리의 상승 속도는 다른 나라보다 훨씬 빠르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급기야 우리 나라와 일본에서는 직접 채권시장에 개입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는 중앙은행이 국채 2년물과 5년물에 대해 무제한 매수를 하겠다는 돌발적인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우리 나라의 경우도 과도한 금리 상승을 방어하기 위해 1조 5천억원의 국채를 매수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한국은행의 직접 국채 매입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라는 점에서 현재 상황의 심각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인플레이션 관련주의 범위는 좁힐 필요
이런 현상이 계속된다면 시장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일단 BNP파리바에 의해 트럼프 당선에 대해 우리 나라는 극히 취약하다는 주장이 제기가 되었습니다. 현재의 상황이 지속된다면 주식시장 역시 반전의 모멘텀을 찾기 어려울 것입니다.
혹자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금리가 오르고 인플레이션이 본격화되면 경기에 민감한 인플레이션 관련주에 집중해야 한다고.
이 의견에는 동의하기가 어렵습니다. 현재의 인플레이션 조짐은 수요(Q)의 증가 없이 가격(P)만 먼저 오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세계 경기가 회복된다 하더라도 그 온기가 우리 나라까지 오기까지는 상당한 시차가 발생할 것입니다.
관련주 역시 금융주나 보험주 정도로 좁혀서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 발 더 나간다면, 인플레이션 조짐으로 제품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는 음식료 정도를 여기에 끼워 줄 수는 있을 겁니다.
이상준 JDI파트너스 리서치센터장 help@ohyestv.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