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초자산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에너지 전환시대에 미래를 읽지 못해 좌초하는 기업과 자산이 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면서 석탄 등 화석연료를 고집하는 기업은 점점 설 땅을 잃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 현황을 읽지 못한 탓이다. 우리나라의 포스코, 두산중공업, 한전을 비롯한 발전 5사의 좌초재산이 앞으로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고스란히 국민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경영은 ‘내 몫’이라고 하면서도 위기 때는 ‘국민 몫’으로 돌리면서 정부 지원을 은근히 바란다. 세 번에 걸쳐 에너지전환시대 좌초재산과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코로나19(COVID-19)로 경제 활동이 줄어들면서 이상 현상이 나타났다. 회색 하늘이 푸르게 바뀌는 등 전 세계 환경이 회복되는 일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코로나 역설’이라고 부르는 이런 일은 우리나라에도 일어났다. 매번 겨울이면 시민들의 건강을 위협하던 미세먼지가 이번 겨울에는 크게 줄어들었다.
미세먼지가 줄어든 게 코로나19 효과라고만 단정하기는 어렵다. 환경부가 지난해 12월 1일부터 올해 3월 31일까지 ‘미세먼지 계절관리제’를 실시한 덕도 봤다. 이 기간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전년 대비 27% 감소했다. 미세먼지 고농도 일수가 18일에서 2일로 89%나 줄었고, 시간 최고농도는 278㎍/㎥에서 199㎍/㎥로 28% 감소했다. 미세먼지 관련 수치들이 대부분 낮아졌다.
국내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크게 일조한 건 산업(2714톤)과 석탄발전(2503톤) 부문이다. 이중 석탄발전은 국내 단위 사업장 중 가장 많은 미세먼지를 배출하는 오염원이다. 발전 부문은 전체 사업장의 0.4%에 불과한데, 2016년 기준 미세먼지 배출은 18.7%를 차지하고 있다. 이 가운데 발전소 개수로는 전체의 33%인 석탄발전이 내뿜는 양이 93%다.
미세먼지 주범인 석탄발전은 미래에는 그 가치가 줄어들 대표적인 좌초자산으로 꼽힌다. 시장이나 사회 환경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에너지전환으로 이동하면서 조기 상각되거나 부채로 전환될 위험이 크다는 얘기다. 석탄발전이 더 무서운 이유는 미세먼지보다 더 큰 온실가스 배출량이다.
◆좌초자산에 투자하는 발전공기업… 온실가스 감축엔 뒷짐
한국에는 60기의 석탄화력발전소가 있다. 이곳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약 30%, 미세먼지양이 11% 정도다. 그런데도 한국은 여전히 석탄화력발전소에 투자한다.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감축 계획과 새로운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이 공존한다.
석탄발전소는 7기가 새롭게 건설될 예정으로 발전용량만 7.27기가와트(GW)에 달한다. 이 가운데 포스코 계열에서 주도하는 삼척포스파워 1·2호기를 뺀 5기 건설에 발전공기업이 참여했다. 한국중부발전이 신서천 1호, 한국남동발전이 고성하이 1·2호와 강릉안인화력 1·2호 건설에 앞장섰다.
우리나라는 2015년 195개국과 함께 2100년까지 산업화 이전 수준 대비 지구 평균온도가 2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량을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내용을 담은 파리기후협정에 참여했다. 파리협정은 이런 온도 상승 폭이 되도록 1.5도 이하가 되게 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한국의 석탄발전 건설은 이런 파리협정의 방향과는 정반대로 움직인다. 지난 2월 유럽 기후 분석 전문 기관인 클라이밋 애널리틱스가 한국의 비영리단체 기후솔루션과 협업해 발표한 ‘파리협정에 따른 한국의 과학 기반 탈석탄화 경로 연구’ 보고서는 석탄발전과 온실가스 배출의 상관관계를 설명한다. 건설 중인 석탄화력발전이 가동되면 온실가스 배출량은 파리협정 기준의 3배 이상으로 증가하게 된다.
보고서는 “한국 정부는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7기의 건설 백지화나 연료 전환과 2029년까지 현재 운영 중인 석탄화력발전소를 단계적 폐쇄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석탄발전에 의존하는 한국… 해외 석탄 투자하는 한전
국내 석탄발전 비중은 여전히 높다. 한국전력 전력통계속보를 살펴보면 비중에 40% 안팎이다. 2017년 43.1%, 2018년 41.8%로 이 수치는 조금씩 감소해 왔다. 석탄발전소 상한제약과 노후 발전소 10기 폐기 시기를 2025년에서 2021년으로 앞당기는 등 감축 정책에도 새롭게 건설되는 7기 석탄발전의 영향이 컸다.
이런 가운데 한국전력공사는 해외 석탄화력발전소에 투자를 추진해 글로벌 기관 투자자들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영국 성공회와 네덜란드 공적연금(APG) 등 16개 글로벌 기관 투자자들이 지난달 공동 성명을 발표해 한전의 해외 석탄발전 투자 계획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들 기관은 한전의 해외 석탄발전 금융지원 계획이 ‘저탄소 에너지 전환’과 기후변화에 대응하려는 국제 사회 노력에 배치된다고 꼬집었다.
현재 한전이 추진 중인 해외 신규 석탄발전 사업 프로젝트는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등에 걸쳐져 있다. 이들 사업은 기존 투자자 이탈이 나타나는 사업들로 우려되는 지점이 많다.
인도네시아 자와 9, 10호기는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이 2019년 말에 탈석탄을 선언하며 투자를 철회한 사업이다. 베트남 붕앙 2호 역시 주요 주주인 홍콩 기업이 탈석탄 선언 뒤 지분을 내놓자 인수에 나섰다. 탈석탄 기조 아래 세계 투자자들이 투자를 철회하는 석탄 사업에 국내 최대 전력기업인 한전은 정반대 행동을 보이는 셈이다.
자와 9, 10호기 사업의 경우 한국개발연구원(KCI) 예비타당성조사 결과 수익성이 마이너스로 예측됐는데도 한전이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인류 미래, 석탄 아닌 재생에너지에 달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2016년 연구 자료를 보면 2014년 기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30.4%는 석탄 화력발전이 원인이었다. 석탄발전을 줄이지 않고는 2015년 파리협정에 따라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의 37%를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기는 힘들다는 얘기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2018년 발간한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는 온실가스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속도로 지구온난화가 지속하면 2030~2052년 1.5도 상승에 도달할 가능성이 크다. 2100년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3도가량 상승하게 된다는 얘기다.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해안 저지대 침수, 기상이변으로 인한 기근과 홍수, 생물 멸종 위기 등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올 수 있다는 의미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2018년 발간한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 정점 도달 시점 분석’ 보고서에서 “주요 선진국의 온실가스 감축은 탄소 발생량이 많은 화석에너지의 비중을 줄이는 대신, 신재생에너지 등 탄소 발생량이 거의 없는 청정 에너지원으로 전환한 것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독일, 영국, 미국, 일본 등 온실가스 배출 정점에 도달한 뒤 배출량을 줄여가고 있는 나라들과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비교한 수치다.
정부는 탈석탄 정책 의지를 좀 더 확고히 다질 필요가 있어 보인다. 석탄발전 감축에서도 온실가스는 배제돼 온 경향이 있다. 석탄발전량은 2016년 213.8테라와트시(TWh)에서 지난해 238.2TWh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미세먼지 배출량은 줄었는데,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 여부는 알 길이 없다.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국장은 “대기 오염과 달리 온실가스만 줄이는 기술은 없어 석탄발전량이 늘면 온실가스 배출량도 늘었다는 의미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카본트래커 이니셔티브는 지난해 3월 발표한 ‘저렴한 석탄, 위험한 착각’ 보고서에서 좌초자산 석탄 대신 재생에너지를 택하라고 조언했다. 보고서는 “한국이 장기적으로 석탄화력을 고수한다면 정부가 석탄발전과 전기요금을 보조하는 방안과 전기요금을 인상하는 방안 중 하나를 택해야만 하는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창완 기자 science@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