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료방송 합산규제’와 ‘CEO 변경’에 발목...현재는 모두 해결된 상황
- 딜라이브와 현대HCN에 대한 구현모 '견해'가 중요
현대HCN이 매물로 나오면서 통신3사 움직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시장의 최대 관심사는 그중에서도 KT의 매수 참여 여부다. KT는 그간 ‘유료방송 합산규제’와 ‘CEO 변경’라는 내외부적 상황 때문에 인수에 적극 참여하지 못했다.
SK브로드밴드가 티브로드와 합병하고,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인수하며 외연을 키우는 상황에도 KT는 시장을 가만히 지켜만 봐야 했다.
KT의 현재 상황은 지난해와 다르다. 내부적으로도 ‘합산규제’의 효력이 사실상 끝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무엇보다 구현모 KT 사장이 대표이사로 공식 취임하면서 ‘경영’ 문제도 일단락됐다.
구현모 사장은 특히 대표이사직에 선임되기 직전까지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을 역임했다. KT의 유료방송 사업을 직접 담당했던 만큼, 케이블TV 시장 상황에 대한 이해가 깊다. 이에 따라 이제 막 닻을 올린 구현모호(號) KT가 첫 빅딜은 케이블TV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31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SK텔레콤·LG유플러스 등 유료방송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통신3사는 케이블TV 사업자인 현대HCN 인수 여부를 두고 내부 검토를 시작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30일 케이블TV 업계 점유율 5위인 현대HCN 매각을 공식화했다. 현대HCN의 '방송통신 사업부문'을 물적 분할하고, 이를 매각한다는 계획이다.
4000억원에 달하는 사내유보금은 존속법인에 남기고, 케이블TV 사업을 담당하는 신설 자회사 만들어 팔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지분매각을 추진할 경우엔 오는 4월 중 경쟁 입찰 방식을 통해 진행된다.
KT는 지난해부터 이미 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는 케이블TV 기업인 ‘딜라이브’의 인수를 검토한 바 있다. 시장에 현대HCN가 매물로 나오면서 셈법이 복잡해진 모양새다.
현대HCN은 딜라이브보다 가입자 수는 적다. 그러나 채무 상태도 우수하고 가입자 분포가 강남·서초 지역에 밀집해 있어 높은 수익성을 담보하고 있다. 기업별로 장단점이 있는 셈이다.
KT의 사업적 판단은 30일 공식 임기를 시작한 구현모 대표의 ‘입김’에 달려있다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통신업계에선 곧 열릴 전략회의에서 유료방송시장의 매수 여부에 대한 견해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녹색경제신과의 통화에서 “유료방송시장이 급변하고 있어 구 대표가 주재하는 초기 전략회의에서 이 주제가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며 “당초 딜라이브 인수 건부터 이번에 현대HCN까지 다양한 가능성을 놓고 의논해 사업적 방향을 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KT관계자는 다만 "아직 아무것도 정해진 사안이 없다"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유료방송시장에 현대HCN까지 매물로 나오면서, 다시 한번 지각변동이 이뤄질 전망이다.
지난해에도 인터넷TV(IPTV)를 운영하는 통신사들이 케이블TV 기업을 인수·합병(M&A)하면서 외연을 확장했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3월부터 CJ헬로 인수를 추진했고, 같은 해 12월 정부의 최종 승인을 받으면서 CJ헬로를 품었다. CJ헬로는 LG헬로비전으로 사명을 바꾸고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U+tv란 IPTV도 운영하고 있다.
SK텔레콤의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는 케이블TV 사업자인 티브로드와 합병한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KT의 IPTV 점유율은 21.44%다. KT스카이라이프(위성방송) 점유율은 9.87%다. KT가 차지하는 유료방송시장 점유율 합계는 31.31%다. SK브로드밴드(14.7%·IPTV)와 LG유플러스(12.44%·IPTV)와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
LG유플러스는 케이블TV 1위 사업자인 CJ헬로(현 LG헬로비전)를 품으면서 점유율이 24.72%로 올랐다. SK브로드밴드가 티브로드를 합병해 24.03%를 차지하게 된다. 통신3사간 점유율 차이가 이제 유의미한 수준이 아니게 됐다.
KT가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서면서 1위 자리를 더욱 공고히 할지, 다른 회사가 나서 새로운 1위로 등극할지 업계의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편, 유료방송은 서비스 형태에 따라 인터넷TV(IPTV), 케이블TV, 위성방송으로 분류된다. 케이블TV는 콘텐츠 제공 방식에서 IPTV를 따라가지 못한다. 넷플릭스와 같은 해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공세까지 겹치며 가입자 수는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통신업계관계자는 “케이블TV 사업자가 아직 제값을 받을 수 있을 때 사업을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며 “케이블TV가 IPTV 사업자에 흡수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라고 평가했다.
정두용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