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득 없이 공연히 들쑤셔?...공무원연금공단 정규직 전환의 내막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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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득 없이 공연히 들쑤셔?...공무원연금공단 정규직 전환의 내막은?
  • 박종훈 기자
  • 승인 2020.03.06 0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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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7명 전환, 338.5% 초과달성...획일적 정책에 펀치 먹이는 개별기관
▲ 공무원연금공단은 지난 28일 공무원후생복지시설 관리용역노동자 59명에 대한 자회사채용 방식의 정규직 전환에 합의했다. (사진 = 공무원연금공단 제공)
▲ 공무원연금공단은 지난 28일 공무원후생복지시설 관리용역노동자 59명에 대한 자회사채용 방식의 정규직 전환에 합의했다. (사진 = 공무원연금공단 제공)

 

공무원들의 연금관리 및 기금운용, 여타 복지 관련 위탁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원연금공단의 정규직 전환 현황이 눈길을 끌고 있다.

공무원연금공단(이사장 정남준)은 현재까지 모두 457명의 기간제·파견·도급 근로자를 공단 직접고용과 자회사 채용 방식으로 정규직 전환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는 당초 전환 목표보다 338.5% 초과 달성한 수치다. 대체 어떤 일일까?

고용불안과 열악한 노동환경에 놓인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은 현 문재인 정권의 핵심 고용·노동정책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첫 외부 일정으로 지난 2017년 5월 12일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찾아 비정규직 노동자와의 대화 자리를 가졌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정부와 공공부문부터 모범 사용자가 돼야 하고, 공공부문부터 먼저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선언해 관심이 집중된 바 있다.

하지만 결코 쉬운 문제는 아니었다. 우선 그 규모가 적지 않았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실태에 대한 특별조사가 이뤄지고, 두 달여 지난 2017년 7월 말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2020년까지 20만50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상시·지속 업무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31만6000명 대비 64.9%에 해당하는 규모다.

고용노동부는 2년 6개월 뒤인 지난 2월 3일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현황 4차 발표'에서 목표치 대비 94.2%를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19만3000여명에 해당한다.

규모와 관련한 문제는 다분히 예측가능한 범위 안에 있었던 것이고, 세부적으로 들어가자면 생각지도 못했던 난제들이 튀어나왔다.

우선 '대통령의 첫 외부 일정'이라는 거창한 수식어가 붙은 인천국제공항만해도 난리통이었다.

'1노총'을 두고 경쟁적으로 조직화에 나섰던 양대노총이 인천공항 정규직화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자리다툼까지 벌였던 것.

거기다 기존의 정규직과 정규직 중심의 노조가 '역차별'을 운운하며 되레 정규직 전환에 딴지를 거는 경우도 전국 곳곳에서 왕왕 벌어졌다.

IMF 환란을 겪으며 공공기관은 안정적이고 선망 받는 일자리가 됐다.

특히 공기업들을 중심으로, 물론 과거에도 좋은 직장이었지만, 이른바 '신의 직장'으로 불릴만큼 노동조건이 올랐다.

당연히 좋은 직장을 두고 경쟁은 치열해졌다.

최근 취준생들의 '원츄' 공기업 경쟁률은 핫하다 못해 기화될 지경이다.

공기업 신입 직원들의 스펙 역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상한가다. 오죽하면 퇴직에 임박한 선배들이 "단군 이래 최대 스펙"이랄까.

이들 중에는 "나는 힘들게 공부해 치열한 경쟁을 뚫고 간신히 입사했는데, 포퓰리즘 정책으로 정규직 전환이 이뤄지는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미처 채, 곁의 어려움에 대해 공감능력이 퇴화된 각박한 현실을 보여주는 모습이 아닐 수 없다. 공(共)감능력 없으면 사실 공(公)공기관에서 일하면 안 된다.

공공부문이 좋은 직장이 된 과정은 물론 정규직 노조들의 성과다.

이들을 덮어두고 '귀족노조'라고 비판하는 것은 노사관계의 히스토리에 대한 이해 없는, 무지의 소치다.

그렇다고 현재 시점에서 정규직 노조가 비판할 부분이 없진 않다.

정규직 조합원들의 선택에 의해 주기적으로 헤게모니가 바뀌는 노조의 조직 특성상, 필연적으로 지금 공공부문 정규직 노조는 다분히 '기득권 중심'이란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공무원연금공단이 지난 2017년 실태조사 당시 내부적으로 파악한 정규직 전환 대상 인원은 135명이었다.

하지만 계획을 이행하면서 조금 다른(?) 생각을 갖게 됐다.

지난 2일 공무원연금공단은 공단 소유 공무원후생복지시설에서 청소, 경비, 시설관리 등에 종사하는 이들 59명을 공단 자회사인 (주)상록골프앤리조트 정규직으로 전환한 바 있다.

정남준 공무원연금공단 이사장은 이에 대해 "정규직 전환을 통한 안정적인 근로조건 제공이 결국은 대국민을 위한 공공서비스의 질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사례처럼 당초 계획에는 포함되지 않았거나, 법적·도의적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부분이 눈에 들어왔던 것.

▲ 공무원연금공단 정규직 전환 현황 (자료 = 공무원연금공단 제공)
▲ 공무원연금공단 정규직 전환 현황 (자료 = 공무원연금공단 제공)

 

2020년 3월 기준 공무원연금공단이 정규직 전환한 457명 중 공단이 직접고용하는 방식은 70명, 자회사 채용 방식은 387명에 달한다.

공단이 직접고용한 인원은 콜센터 상담원, 사회참여 상담원, 파견 운전원 등의 인력이고, 이들은 2018년 중 정규직 전환을 완료했다.

특히 지난해 중점적으로 정규직 전환한 인원은 사옥 청소, 경비, 시설, 주차관리 등의 인력이고 또한 퇴직공무원 후생복리를 위해 운영하는 리조트, 골프장 등에서 근무하는 인원이다.

공단 관계자는 "콜센터 상담원들의 경우 전원 KTCS에서 근무하는 인원이었기 때문에 협의와 전환 과정 진행이 원활했던 편"이라며 "이들의 경력과 업력 등을 고려해 승계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자회사 전환 방식으로 정규직 전환한 인원들이었는데,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시설에서 근무하는 인원이기 때문에 크고 작은 여러 인력업체들과 계속 협의를 진행해야 했기 때문이다.

참고로 공단 본사는 제주도에 위치하고 있다.

공단 관계자는 "우선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업체가 많고 근로조건 역시 제각각이었다"고 말한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의 방식 중 자회사 채용 방식의 경우, 각 기관마다 하나의 자회사를 설립해 모든 비정규직 인력을 통합 정규직 전환하는 방식을 취한다.

당초 이와 같은 방식을 두고 일각에서는 '정규직 전환'이라는 기존 취지에 반하는 꼼수라는 문제제기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비정규직' 문제가 1, 2년 새 벌어진 새로운 문제가 아니며, 오랜 세월 동안 이미 전국 각지에서 각자 사업을 영위하고 있었던 인력 파견·도급 업체들의 현실도 분명 고려해야 할 부분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정부의 정책이 결정됨에 따라, 경우에 따라서 이들 업체는 하루아침에 영위하던 사업을 잃게 되는 경우도 감안해야 한다.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격으로, 공공기관 비정규직 문제라는 사회 부조리를 해결하려다가 다른 분란거리가 생길 수 있는 문제다.

그밖에도 현실적으로 전국에 산재된 수많은 인력업체에서 근무하던 이들의 제각각인 노동조건을 과연 어떤 기준에서, 어떻게 맞춰야 할지 등 문제는 산적해 있었다.

공무원연금공단의 경우 전환자 전원에게 맞춤형 복지 등 공단 정규직과 동일한 복리후생 제도를 적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공단의 경우처럼, 임금이나 복리후생 등 노동조건을 통일해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향후 보다 나은 조건으로 개선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제시된 것이 통합 자회사 설립을 통한 방법이다.

공무원연금공단에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산하 공무원연금공단지부가 조직돼 있다.

이들 정규직 노조도 그동안 공단의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논의에 참여했다.

공단은 각 업체별 근로자대표와 공단 노조가 정규직 전환을 위한 '노사 및 전문가 협의기구'에 참여해 전환 방식 등을 협의, 결정했다고 밝혔다.

노조 관계자 역시 "조합원인 정규직들과 직접적 연관관계는 없는 사안이지만, 공단의 주요 사업 중 하나였고, 향후 직접고용 방식으로 전환될 인원들은 조합원 가입대상에 적용되는 점, 나아가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이라는 차원에서 논의에 참여했다"고 말한다.

정규직 전환 대상자들의 반응을 묻는 질문에는 "대체적으로 만족하는 편"이라고 답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전 인원이 공단 직접고용 방식으로 전환되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밝히는 이들도 있다는 의미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정규직 전환과 같은 정책이 무조건 '목표대비 실적'으로 계량평가의 잣대만 들이대기는 다소 애매하다.

우선 공공기관의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

공공기관은 여타 민간기업처럼 일반적인 사업을 경쟁 속에서 수행하는 곳이 아니다.

각 기관마다 기관 설립의 특정한 목적이 있고, 대부분의 공공기관이 법적으로 그 설립 목적이 규정돼 있다.

민간기업처럼 사업이 잘 나간다고 해서 영역이나 규모를 확장하는 것도 안 된다.

수행하는 사업과 거기에 소요되는 비용, 인력, 사업의 결과에 이르기까지 주무부처의 촘촘한 관리 하에 있다.

그리고 230여개 공공기관의 이와 같은 현황은 모두 종합돼 기획재정부로 올라간다.

공공기관 관리나 운영을 위한 정책, 지침 등은 역으로 기재부에서 주무부처로, 다시 각 기관으로 하달된다.

이번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대책이 그랬던 것처럼 공공기관 운영에 대한 지침이나 정책이 각 기관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획일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렇다고 해서 대단히 일반적인 정책만 고수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공무원연금공단의 정규직 전환 사례는 매우 주목할 필요가 있다.

거칠게 말하자면 공단의 입장에선 굳이 시키지도 않았고, 들쑤셔봐야 골머리만 아플 문제를, 더욱이 잘 했다고 나중에 특별히 득을 보거나 할 사안이 아님에도, 공단이 처한 현실을 정확하게 들여다보고 오히려 주도적으로 문제를 풀어나갔던 것이다.

공단 관계자는 "자화자찬 격이라 좀 겸연쩍지만, 사실 정규직 전환을 보고 인원 대비 초과달성했다고 해서 특별히 공단에 정책적 메리트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나중에 혹시 어디선가 잘했다고 칭찬이라도 해줄런지 모르겠다"고 웃었다.

박종훈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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