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전자·항공업계 '중국발 리스크 직격탄'...대기업·중소기업 '생산중단 도미노', 탈출구가 안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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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전자·항공업계 '중국발 리스크 직격탄'...대기업·중소기업 '생산중단 도미노', 탈출구가 안보인다
  • 박근우 기자
  • 승인 2020.02.05 02: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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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하면서 국내 산업계 직격탄
- 중국 춘제 연휴 연장되면서 현지 진출 한국 기업 공장이 가동 중단
- 중국산 부품 소재에 의존하던 국내 공장도 가동 중단...자동차 전자 등 위기감
- 항공업계 중국 노선 운항 중단과 감편...경영난 가중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하면서 국내 산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 정부가 춘제(春節·중국의 설) 기간 연휴를 연장함에 따라 현지 진출한 한국 기업 공장이 가동을 멈추고 중국산 부품 소재에 의존하던 국내 공장도 가동 중단이 '도미노'식으로 이어졌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국내 대기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악영향으로 자동차, 가전 및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국내외 일부 공장 생산라인이 멈춰서는 최악의 상황에 빠졌다.

대한항공 등 항공업계는 중국 노선 운항 중단과 감편을 추가 결정하고 있다. 

◇ 중국산 부품 공급 차질에 현대차·쌍용차 공장 '가동 중단'

현대차는 오는 7일부터 울산과 아산 전주 등 모든 공장의 휴업을 결정했다.

현대차는 일단 11일까지 휴업한 후 향후 부품 공급 상황을 고려해 가동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하언태 현대차 사장은 지난 3일 공장 게시판에 "중국산 부품 공급 차질로 인해 휴업까지 불가피한 비상상황"이라며 "휴업시기와 방식은 공장별·라인별로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공지를 올렸다.

지난해 현대차의 중국 박람회 참가 모습

중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춘제 연휴를 9일까지 연장하면서 자동차 핵심 부품인 와이어링 하네스의 재고가 바닥난 데 따른 것.

와이어링 하네스를 공급하는 경신과 유라, 티에이치엔(THN) 등의 중국 공장의 생산이 중단되면서 현대차, 싸용차 등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연쇄 타격을 받는 상황이다.

기아차의 경우 아직 재고 여유가 남은 만큼 일단 생산량 조절에 나섰다.

현대기아차는 국내와 동남아시아에서 단기간 내 부품 조달 방안을 마련하느라 분주하다. 

현대차 관계자는 "생산차질이 최소화되도록 다각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쌍용자동차는 오는 12일까지 평택공장의 생산 중단을 결정했다.

한국지엠 부평공장은 주말 특근을 취소하며 생산량 조절에 나섰다.

◇ 삼성 SK LG 등 가전·디스플레이·반도체 '위기감 고조'

중국 정부가 춘제 연휴 기간을 잇달아 연장하면서 국내 대기업의 중국 현지 공장 가동 중단이 이어지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액정표시장치(LCD) 모듈을 생산하는 중국 옌타이와 난징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광저우 LCD 패널 공장도 가동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전자 중국 쑤저우 공장

LG디스플레이는 지난 1월말부터 옌타이 모듈 공장의 가동을 중단한 데 이어 지난 주말부터는 난징 공장의 가동도 중단했다. 난징 공장은 노트북과 스마트폰용 LCD 패널을 조립 생산하는  곳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중국 동관과 천진 공장의 생산량을 조절하며 탄력적으로 가동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태블릿, 스마트폰 등에 탑재되는 중소형 OLED 모듈을 생산하고 있다.

디스플레이는 장치산업 특성상 공장 가동이 한번 중단되면 피해액이 큰 편이고 재가동에도 시간이 걸린다. 

삼성전자는 쑤저우 가전 공장의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LG전자도 난징 등 중국 내 공장 6곳의 가동이 멈춰서 있다.

LG화학은 난징 공장의 휴무가 지속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창저우 공장 생산라인을 정지했고 옌청 배터리 공장 건설 일정을 늦췄다.

LS전선도 이창과 우시의 케이블 공장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가동을 중단할 경우 피해가 큰 반도체와 화학 공장은 명맥만 유지하는 상태다.

삼성전자의 시안 반도체 공장과 SK하이닉스 우시 반도체 공장은 최소한의 인력으로 가동 중이다.

하지만 중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진정되지 않을 경우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반도체 등 공장도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특히 반도체 업계는 중국발 수요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 반도체 생산량의 53%를 소비하는 최대 시장이다. 중국 내 수요와 생산 급감은 다시 국내 반도체 업계의 생산량 저하로 이어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 이제 막 회복세를 탄 반도체 시황이 다시 악화할 수 있다는 것.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아직 4~5주가량의 재고가 남아있는 상황”이라면서도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 위기감이 크다"고 밝혔다.

◇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중국 노선 감축 '경영난 악화'

항공업계도 중국노선 감축이 불가피하다. 

대한항공은 기존 30개의 중국노선에서 이미 20개 노선의 운휴를 결정했다.

우선 인천발 우한과 장자제, 창사, 쿤밍, 황산, 허페이, 항저우, 난징, 정저우, 선전, 지난, 텐진, 웨이하이, 시안, 샤먼, 상하이, 칭다오 노선이 운항을 중단됐다. 제주발 북경과 부산발 난징, 북경 노선도 중단했다.

중국발 리스트가 항공업계를 강타했다 [사진 연합뉴스]

대한항공은 김포발 베이징과 상하이 노선을 제외한 8개의 노선의 감편에 나섰다.

대한항공은 일단 3월 28일까지 운휴한 뒤 상황을 고려해 운항 재개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아시아나항공도 4개의 중국노선을 중단하고 8개 노선의 감편을 결정했다. 작년 3분기 말 기준 중국 노선 매출 비중이 19%라는 점에서 경영 위기라는 관측이 나온다.

에어서울과 이스타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등 4곳의 저비용항공사(LCC)는 현재 운영 중인 중국 본토 노선의 운항을 모두 중단하기로 했다.

더욱이 홍콩이나 마카오 등 중화권 노선에 대한 운휴도 예상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일본 수출규제 여파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상황"이라면서 "올해는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인해 생존의 위기에 처했다"고 전했다.

이뿐이 아니다. 

대기업의 생산 중단은 연쇄적으로 중소기업의 위기로 이어진다. 

지방자치단체는 중소기업 경영 악화에 따른 지원에 나섰다. 

경기도는 소상공인, 기업지원과 수출지원 등 4개 분과로 TF를 꾸리고 자금 지원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용인시는 수출 제조업체 피해 상황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 중이다.

피해 기업에는 중소기업운영자금으로 경기신용보증재단을 통해 최대 3년까지 특례보증을 지원할 방침이다.

광주시는 300억 원 규모 보증자금을 피해 업체에 우선 지원한다. 

대기업들은 위기관리 경영에 나선 상태다. 

삼성전자는 이미 신종코로나 대응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특히 부품 소재 관련 비상 수급계획 등에 신경이 곤두선 상태다. 

LG전자와 LG화학, LS산전 등도 부품과 원자재 공장 가동 일정 현황을 파악하며 만일의 상황에 대비한 대응책에 긴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 사태는 중국에서 발생했지만 우리나라가 직접적 영향을 가장 크게 받고 있다"면서 "부품 공급의 다변화와 국내 자급화가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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