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원 사재기' 해결방법, 그것이 궁금하다... 음원업체 미온적 태도·현행법은 유명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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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원 사재기' 해결방법, 그것이 궁금하다... 음원업체 미온적 태도·현행법은 유명무실
  • 김명현 기자
  • 승인 2019.12.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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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원업체, '로그 데이터' 제대로 제출 안 해... 문체부, "증거 불충분"으로 조사 종결
우상호 의원, 업체 '현장조사권한' 포함된 법안 발의... 국회 계류 중
다수 업계 전문가, 음원차트 자체를 없애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
... "개인 맞춤형 추천 서비스 중심으로 가야"

‘음원 사재기’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런데 최근 가수 박경이 자신의 SNS에 사재기 의혹을 받는 선후배 가수들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이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음원 사재기 문제가 불거질 경우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고, 불법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확실한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2일 음원 서비스와 관계된 정부기관·업계 등 취재 사항을 종합하면, 음원사재기에 대한 처벌 조항을 다룬 현행법은 유명무실한 상태다. 대안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는 이유다.

지난 2016년 음원 사재기 규제를 위한 ‘음악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 개정됐다.

그 당시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는 음원 사재기에 대한 처벌 근거가 마련됐으며 관련 업자에게 관계 자료의 제출 등을 명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 해당법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문체부는 가수 숀과 닐로의 사재기 의혹에 대해 조사를 실시했으나 음원업체로부터 '로그 데이터'를 제대로 전달받지 못해 “증거불충분”으로 결론을 낸 바 있다.

문체부 관계자는 관련 법의 실효성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2016년 법이 개정되면서 ‘자료제출요구권’이 생겼으나, 음원업체에 자료를 요구해도 한정된 자료만 제출할 가능성이 있다”며 반쪽짜리 법임을 인정했다.

이어 “‘현장조사권한’이 필요하다. 행정조사가 기본적으로 완성도 있게 이뤄져야 수사의뢰를 할 수 있는데, 관련 증거를 행정조사 과정에서 얻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장에 가서 로그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법적근거를 마련하는 작업을 추진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한 법이 국회에서도 계류 중이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우상호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 3월 ‘문화산업의 공정한 유통환경 조성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 했다.

이 법이 통과되면 사재기 의혹 검토과정에서 관계 공무원과 전문가가 음원업체를 출입해 서류를 검사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다. 하지만 통과 여부는 미지수다.

우상호 의원실 관계자는 “법안소위(법안심사소위원회)도 진행해야 하는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논의라도 시작되면 좋을 텐데 답답한 부분이 좀 있다”며 “업계 관계자분들의 얘기를 들으면서 법안이 많이 수정됐지만 여러 이견들이 나오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주요 음원 업체의 모회사가 대기업(멜론-카카오, 지니뮤직-KT, 플로-SK텔레콤 등)이라는 점과 음원 업계의 복잡한 이해관계 등을 종합해 볼 때 법안 통과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자료 지인해 한화투자증권 연구원]

음원차트의 공신력이 회사에 대한 신뢰와 무관하지 않은 만큼, 음원업체가 보다 적극적으로 사재기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에 힘이 실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음원업체들의 미온적인 태도는 어찌 보면 당연하다. 사재기로 인한 차트 수익이 껑충뛰고 있는 상황"이라며 "내부 경영진들이 이 문제에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니뮤직 관계자는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고, 의심스런 IP(인터넷주소)는 차단하는 등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플로 관계자도 “상황별 추천을 통해 고객이 취향 중심의 음악을 소비할 수 있도록 서비스하고 있다”며 “플랫폼 어뷰징 방지 정책 수립·시행 및 주기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사재기 이슈에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한콘진)은 지난 8월 음원사재기 근절을 위해 콘텐츠공정상생센터에 음원사재기 신고창구를 운영 중이다. 

한콘진 관계자는 "음원 사재기를 막기 위해 신고센터 운영에 집중하고 있다”며 “공식절차에 따라 조사의뢰 등 후속 조치를 하고 있으나, 신고 내용이 민감한 정보를 다루고 있고, 확인되지 않은 사안들도 있어서 접수 건수 등 관련 내용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한콘진은 최근 ‘개인 청취율 조사’에 대한 법률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에 대한 청취율 조사는 사재기 의심 IP와 특정 음원사이트 접속 아이디를 추적해 청취 패턴 등을 확인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매크로나 기계를 이용한 불법 사재기 여부를 효과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개인정보보호법에 저촉될 가능성이 농후해 국회 통과가 어려울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비롯한 다수의 업계 전문가들은 사재기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음원차트 자체를 없애는 것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음원사이트가 이용자가 듣고싶은 노래(큐레이션) 중심으로 바껴야 한다고 일갈했다.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도 청와대에 청원글을 올리면서 “실시간 차트를 폐지해 달라”고 호소했다.

윤동환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부회장은 “현재 우리나라는 몇몇 업체가 해킹프로그램과 돈으로 조작된 문화를 만들고 있다”며 “이대로 가다간 K-POP은 몰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한 전문가는 “수많은 이용자들이 실시간 순위 1위부터 100위까지 전체재생을 해놓고 듣는다. 순위 차트가 음악을 듣는 기준이 된 셈”이라며 “국내 음원업체들이 애플뮤직, 스포티파이 등 해외처럼 이용자 맞춤형 추천 서비스 중심으로 사이트를 운영하다면 상당 부분 해결될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현재 가수 박경의 '실명 저격'으로 명예훼손 이슈가 부각되고 있으나, 이와 동시에 불법 브로커 적발도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전문가들은 내부고발 등의 '제보'가 실체 파악을 위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SNS를 통해 “사재기에 대해 잘 아시거나 이를 제안받은 분들의 제보를 기다린다”고 밝히며 앞으로 사재기 의혹에 대해 방영할 것을 예고했다.

[사진 '그것이 알고싶다' SNS 공식계정 캡처]

 

 

김명현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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