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정의선 체제 이후 실적 부진 등 변수에 따라 거취 여부 도마 위
-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최태원 회장의 리더십에 따른 혁신 추구 경향에 따라 변화 주목
-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신구 조화 역할...구광모 스타일 상 실적과 성과가 좌우
- 황각규 롯데 부회장, 사실상 롯데그룹 비상경영체제 이끌어...굳건한 위상 변화 관심
연말 임원인사 시즌이 다가오면서 재계를 대표하는 5대 그룹의 핵심 실세의 거취에 대한 관심이 어느 해 보다 커지고 있다.
5대 그룹이 최근 새로운 총수 체제 자리잡으면서 '세대교체'가 화두로 등장한 가운데 각 그룹을 대표하는 전문 경영인의 얼굴도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다는 전망이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올해 연말 임원인사에서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 등 5대그룹 핵심 경영진의 거취 변화가 '관전 포인트'라는 관측이 무성하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 대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5대 그룹 총수들이 새로운 리더십을 구축하는 시기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또한 AI(인공지능)을 필두로 한 4차산업혁명 파고와 함께 미중 무역분쟁, 한일 경제전쟁 등 국내외 경영환경이 급변하면서 '세대교체' 바람이 거세지고 있어 올해 임원인사에서는 유독 핵심 실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오일선 CXO연구소 소장은 "올해 연말 인사는 어떤 인물이 발탁될지 어느 해 보다 예측하기 어렵지만 각 그룹이 처한 환경과 상황이 조금씩 달라 오너의 리더십 구축 정도에 따라 변화가 예상된다"며 "일단 올해 연말의 경우를 놓고 보면 삼성은 안정, 현대차와 SK는 혁신, LG는 과감한 변화, 롯데는 안정 속 변화 등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 관련 파기환송심 재판이 변수, 현대차는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미래차 비전을 향해 혁신을 가속화하는 시기, SK는 최태원 회장이 확고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경향, LG는 구광모 대표가 본격적으로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는 인사, 롯데는 유통 실적 부진을 돌파할 변화 욕구 등이 작동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삼성 "연말 인사 함구령"...이상훈 의장 역할론 우세
삼성은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의 역할론이 우세하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삼성은 연말 인사에 대해 함구령이 내려진 상태"라면서 "어떤 얘기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재용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의 향방에 따라 이상훈 의장의 역할이 달라질 것이란 관측이다. 이재용 부회장 재판은 이달 22일 오후 2시5분에 유무죄 판단을 위한 심리 기일을 열고, 2주 뒤인 12월6일 같은 시각에 양형심리를 위한 기일을 진행하는 일정이다. 다음달 6일 재판 결과가 삼성 임원인사의 분수령이 되는 셈이다.
삼성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나면 이 부회장 중심 체제 하에 이상훈 의장의 입지는 그대로 유지되면서 그의 입김에 따른 대규모 인사가 예상된다"면서 "만약 이 부회장이 실형을 선고받게 되면 이상훈 의장 중심 비상경영체제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만큼 이상훈 의장의 경우 삼성전자는 물론 삼성그룹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크다는 얘기다. 이 의장은 이 부회장의 실질적 후견인 역할로서 이 부회장 부재 시 더욱 힘을 발휘할 것이란 전망이다.
또한 삼성전자는 김기남 부회장, 김현석 사장, 고동진 사장 체제가 변화없이 3년차로 접어들지 관심사다.
삼성카드 원기찬 사장이 내년 3월 임기가 종료돼 거취가 주목된다. 원기찬 사장은 2014년 삼성카드 사장에 올라 세 번의 연임에 성공하며 '삼성의 장수 CEO’로 불린다.
임기가 남은 CEO들도 각 계열사 실적 등에 따라 운명이 갈릴 수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김태한 사장, 삼성중공업 남준우 사장, 삼성디스플레이 이동훈 사장, 삼성SDS 홍원표 사장, 삼성전기 이윤태 사장, 삼성생명 현성철 사장 등의 거취도 주목된다.
삼성은 60세가 되면 퇴진하는 '60세 룰'도 중요 변수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혁신 경영...부회장단 일부 물러날 듯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이끄는 현대차그룹은 올해 가장 드라마틱한 변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 수석부회장 체제 이후 수평적 기업문화 변신, 외국인 임원 대거 영입 등 혁신은 기존 정몽구 회장 시절과 비교해 '상전벽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현대차 관계자는 "올해부터 임원인사를 수시 인사로 변경했다"며 "언제 어떻게 인사가 나올지 모른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 연말에 현대차그룹 내 부회장단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예측이 나온다. 정의선 수석부회장 체제 아래 현대차그룹 실세는 1964년~1967년생이 중심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을 비롯 김용환 현대제철 부회장, 윤여철 현대차 부회장, 우유철 현대로템 부회장, 정진행 현대건설 부회장 등이 그들이다. 주로 50년대생으로 정몽구 회장 시절의 핵심 멤버들이다.
특히 정태영 부회장에 대한 거취가 주목받고 있다. 정태영 부회장의 경우 현대카드, 현대캐피탈, 현대커머셜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정태영 부회장은 올해는 실적 부진과 더불어 가족간 분쟁도 겪고 있다. 여동생 정은미씨가 지난 8월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주)서울PMC(옛 종로학원)에서 벌어지는 대주주(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갑질 경영을 막아주세요”라고 호소해 주목을 받았다.
정태영 부회장은 정몽구 회장의 둘째 사위라는 점에서 더 관심을 끈다. 실세 부회장의 굳건한 입지를 지킬지 여부가 인사철 마다 하마평에 오르는 이유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계열사 사장단을 일제히 교체했다. 연구개발(R&D)을 책임져온 양웅철·권문식 부회장을 내보내고 김용환·우유철·정진행 부회장을 계열사로 이동시켰다. 이들을 2선 배치해 예우해준 것이라는 분석도 있어 실적 부진 책임을 지고 일부 부회장이 떠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 임기 3년 마쳐 연임 여부 주목
SK그룹은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의 거취가 관심을 끈다. 박 사장은 내년 3월 임기가 종료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박정호 사장은 최태원 회장의 총애를 받는 CEO라서 연말 인사에서 그룹 요직에 중용될 수도 있다"며 "다만 최 회장이 그룹에서 리더십을 확고히 하고 있고 주요 사업도 궤도에 오른 만큼 올해 임원인사에서 큰 변화를 시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박 사장은 올해부터 SK브로드밴드 대표이사도 맡고 있어 뚜렷한 과가 없는 한 유지할 것이라는 예상과 함께 자리 변화를 점치는 전망도 다수 나오고 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도 내년 3월, 3년 임기를 채우는 상황이라 연임 여부가 관건이다. 업계 전반이지만 실적 부진, LG화학과의 배터리 소송전 등이 부담이다.
최태원 회장이 사회적 가치에 대해서도 임원 평가에 반영하겠다고 한 만큼 올해 임원 인사는 SK그룹 내에서도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구광모 대표 체제, 세대교체 빨라질 듯...실용주의 및 성과 중심 평가
LG그룹은 40대 초반의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세대교체가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LG는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등 부회장단이 어떤 변화가 올지 관심사다.
하현회 부회장의 경우 구본준 고문과 함께 일한 경험이 그룹의 신구 조화에 어떤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지난해 구광모 회장 취임 직후 하현회 부회장이 LG유플러스 대표로, 권영수 부회장은 지주회사 LG로 임무 교대한 바 있다.
구 대표는 실용주의와 성과 중심이라는 점에서 실적 여부가 인사 평가 기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권영수 LG 부회장의 경우 임기가 내년 3월 주주총회 때 만료된다. 다만 지난해 지주회사 LG의 부회장으로 옮긴 상태라서 구광모 대표와 함께 그룹을 이끌 것이란 관측이다.
LG는 지난 9월, LG디스플레이 한상범 전 사장이 실적 부진 책임을 지고 중도 사퇴했다.
롯데그룹, 황각규 부회장이 비상경영체제 이끌어...유통 실적 부진 등 변화 불가피
롯데는 황각규 부회장에 대한 거취에 관심이 크다.
황 부회장은 비상경영체제 전면에서 사실상 그룹을 이끌고 있어 건재하다는 평가가 많다.
올해 연말 인사에서는 신동빈 회장이 국정농단 사건과 연루된 2017년 직후 마련된 BU장 체제에 변화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BU체제는 유통, 화학, 식품, 호텔 및 기타 분야로 그룹의 핵심 계열사를 나눈 상태서 전문경영인이 해당 부분의 사업을 책임지는 구조다.
롯데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 등 직격탄을 맞은 유통 부문의 실적 부진으로 일부 사장단 교체 등 변화가 예상된다.
올해 연말 인사는 이재용, 정의선, 구광모 등 새로운 뉴리더의 등장 이후 '세대교체' 바람과 함께 안정과 혁신을 사이에 두고 선택지가 달려 있다. 그 중에서도 기존 핵심 실세가 어떤 변화를 할지는 향후 그룹의 미래를 그려볼 바로미터라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
오일선 소장은 "우리나라 고위급 임원 인사의 경우 오너가 처한 상황과 리더십에 따라 '믿을맨'이냐 '뉴페이스'냐 선택지가 갈린다"며 "잘되는 기업은 오너와 무관하게 시스템과 문화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5대 그룹의 경우 특정인에 따라 조직 전체가 좌우되는 시기는 지났다"고 평가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