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황을 기반으로 한 신소재 개발에 성공했다.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대량의 황폐기물이 환경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황 신소재 개발이라 의미가 있다.
한국화학연구원은 27일김용석·김동균 박사 연구팀이 황 기반의 다기능성 고분자 신소재를 개발해, 상용화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그간 전 세계 연구진이 황폐기물 활용 해법으로 황을 기반으로 하는 신소재 개발에 나섰지만 물성이 떨어지는 탓에 번번이 상용화에 실패했다.
한국화학연구원은 처음으로 황 기반의 다기능성 고분자 신소재를 개발하는 성과를 거둔 것이다. 이 신소재는 신축성이 뛰어나고 스스로 원래 상태로 회복하는 자가 치유 특성이 있는데다 적외선을 투과할 수 있다. 따라서 웨어러블 전자소자나 적외선 카메라 렌즈 등에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에 개발한 신소재를 실험한 결과 필름 형태의 소재 양끝을 잡고 당길 때 길이가 늘어나는 비율인 연신율이 300%에 달한다. 또 신소재에 흠집을 내고 자외선을 조사한지 5분이 지나자 자가 치유됐다.
또 한 번 사용한 황 고분자 소재를 버리지 않고 다시 쓸 수도 있다. 잘게 부서진 필름형태의 소재를 고온에서 강한 압력으로 찍어내는 프레스 공정을 통해 원래 상태로 재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화학연구원 김동균 박사는 “이 같은 특성을 활용하면 웨어러블 전자소자나 적외선 광학소재 뿐만 아니라 고부가가치 응용범위를 획기적으로 넓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적으로 연간 황 생산량 6800만톤 중 5%인 340만톤 가량이 폐기물로 축적되고 있다. 하지만 마땅한 처리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골칫거리였다.
한국화학연구원 김용석 고기능고분자연구센터장은 “향후 중국의 정유 산업 고도화로 황 수입이 급감하면 국내에 대량의 황 폐기물이 축적될 가능성이 있다”며 “석유화학 부산물인 황을 활용한 고부가가치 화학소재 개발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국화학연구원 연구진은 황에 파라-디아이오도벤젠을 첨가하는 방법으로 다기능성 황 기반 고분자 소재를 합성했다.
이를 통해 황 고분자의 연신율을 150~300%까지 조절하는 것은 물론 자외선을 이용한 자가 치유, 적외선 투과, 재가공 특성 등 다양한 기능을 가질 수 있게 됐다. 새로운 용융중합법으로 기존 황 기반 소재의 한계를 극복한 것이다.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황을 활용한 신소재 개발 시도가 여러 차례 있었으나 소재에 신축성이 없어 쉽게 부서지는 등 물성이 떨어지는 한계가 뚜렷했다.
한편, 산업통산자원부 산업핵심기술개발사업, 한국화학연구원 주요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이번 연구의 결과는 고분자 분야 국제학술지 ‘ACS 매크로 레터스(ACS Macro Letters)’ 8월호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