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회계 본질 수사 보다는 증거 인멸, 횡령 등 별건 수사로 검찰 '망신'
검찰의 무리한 수사에 국민 감정 격앙...일본의 수출규제 경제전쟁 상황 겹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겨냥했던 검찰이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에 대한 구속 영장이 재차 기각되면서 무리한 수사라는 비판과 함께 진퇴양난에 빠졌다.
애초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에 대해 수사해야 하는데 성과가 없자 검찰이 증거인멸이나 횡령 혐의 등 별건 수사로 무리한 표적수사를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김태한 대표에 대한 구속에 재차 실패하면서 향후 수사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증거인멸 혐의를 주로 수사해 관련자 8명을 구속시켰지만 정작 검찰은 수사의 핵심인 분식회계 혐의로는 모두가 영장이 기각됐다"며 "더욱이 분식회계 의혹과 직접 관련이 없는 김태한 대표의 횡령 혐의를 추가한 것은 ‘별건 수사’로 볼 수 있다. 이는 검찰의 표적수사로 무리수라는 말이 나온다"고 밝혔다.
법원 김태한 대표 등 임원 3명 모두 영장 기각...검찰의 무리한 부실수사 '도마 위에'
앞서, 법원은 지난 20일 새벽 김태한 대표와 삼성바이오로직스 CFO최고재무책임자) 김모 전무, 경영혁신팀 심모 상무에 대한 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명재권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3명 모두에 대해 "주요 범죄 성립 여부에 다툼의 여지가 있고, 증거가 수집돼 있다"며 "주거, 가족관계 등에 비추어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검찰의 수사내용으로는 혐의가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앞서 검찰은 김태한 대표 등에 대해 분식회계에 관여한 혐의로 영장을 청구했다.
김태한 대표는 검찰에 "설령 회계처리에 일부 미비한 점이 있더라도 이에 관여한 바는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태한 대표 등은 2015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를 불법으로 부풀렸다는 분식회계 의혹 혐의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본잠식을 피하려고 자의적으로 회계처리를 했다며 검찰에 김 대표 등을 고발한 바 있다.
검찰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상장을 하기 위해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꿔 4조5000억여원의 재평가 이익을 거뒀다고 의혹을 주장한다.
하지만 삼성바이로직스는 당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공동설립했던 제약사 바이오젠이 삼성에피스에 주식매수청구권(콜옵션)을 행사해 지분율 변동이 예상돼 적법한 절차에 따라 회계처리를 바꾼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회계 전문가들은 대체로 삼성바이로직스의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기업의 재량권을 폭 넓게 인정하는 국제회계기준위원회(K-IFRS) 기준으로 적법하게 변경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8개월 동안 수사를 벌이는 동안 고의로 분식회계를 한 증거들을 확보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검찰은 분식회계 의혹 본령 수사에서 구체적으로 결정적 증거를 내민 적이 없다.
법조계에서는 김태한 대표 등에 대한 재차 영장 기각을 두고 검찰 수사는 무리수였다고 보고 있다. 가령, 삼성바이오에피스 설립 때부터 콜옵션 계약이 체결돼 있어서 상장을 앞두고 갑자기 콜옵션 행사가 예상된다고 식의 검찰 주장은 콜옵션은 기업의 비용과 이득을 따져서 행사할 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라서 무리한 억지 논리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2012년부터 계속 적자였다는 점에서 당시에는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없다고 보는 게 맞는 셈이다.
검찰 수사 문제점, 분식회계 의혹 성과 없자 증거인멸 별건수사 '빈축'
검찰의 무리한 수사 논란은 분식 회계 의혹 보다는 증거 인멸 수사에 집중하면서 나타났다. 여기에는 검찰이 일부 언론에 은밀하게 수사 흘리기 등과 같은 '마녀사냥' 여론재판으로 몰아가는 수법이 나와 빈축을 사기도 했다. 회사 건물 바닥을 공개하며 증거인멸로 몰아가는 식이다. 심지어 증거인멸 별건 수사에 대리급 사원을 구속하는 이례적인 일도 발생했다.
김태한 대표에 대한 해임 등도 할 수 없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1월 증선위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내린 대표 해임 권고와 과징금 처분의 효력이 본안 판단이 내려지기 전까지 정지돼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검찰의 무리수는 김태한 대표에 대해 횡령 혐의를 새로 추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데에도 나타난다. 김태한 대표 등이 2016년 11월부터 다음 해 11월까지 회삿돈을 가로채 주식투자를 했다는 혐의를 추가한 것.
김태한 대표 측 변호인은 "주식 매수는 개인적인 일이고, 회사로부터 받은 돈은 업무실적에 따른 일종의 성과급"이라며 "주주총회 의결 등 적법 절차도 다 밟았다"고 반박했다.
일종의 별건 수사가 또 나온 셈이다. 구속영장이 기각되니까 개인 범죄 의혹 혐의를 추가한 별건 수사라는 얘기다. 개인의 도덕성에 흠집을 내려는 검찰의 '무리수 억지' 편법 수사라는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다.
검찰은 일본 수출 규제 사태로 야기된 한일간 경제전쟁 분위기에도 촉각을 세우며 이재용 부회장을 향한 수사에 난감한 분위기다. 자칫 무리한 수사를 강행했다가는 국민 감정에 불을 붙일 수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은 국정농단 사건 등 수사에서 이재용 부회장을 구속시켜 성과를 내고 싶은 욕심에 다소 무리한 수사에 집착하는 것 같다"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사는 국제 회계 기준 등 전문성이 중요한데 먼지 털기 식으로 수사 중 사항을 공표하는 등 검찰의 무리수가 나온는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이 국내외적 상황에서 진퇴양난에 빠진 형국이다. 김태한 대표 등 영장 기각은 검찰에 불리한 여론과 더불어 이재용 부회장에게는 반도체 소재 비상상황에 등 경영에 집중할 시간을 줄 것으로 보인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