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안의 중대성 고려, WTO 업무 담당 고위급 책임자가 현장에서 직접 대응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정식 의제로 논의될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에 산업통상자원부 고위급 책임자인 김승호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이 수석대표로 참여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3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WTO 일반이사회에 김 실장이 참석할 예정이라고 22일 밝혔다.
일반적으로 WTO 회의에는 각 회원국의 제네바 주재 대사가 수석대표로 참여한다.
하지만 이번 회의는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WTO 업무를 담당하는 고위급 책임자가 현장에서 직접 대응한다.
이에 앞서 일본 외무성은 자국 대표로 야마가미 신고(山上信吾) 경제국장을 보내기로 했다.
WTO 이사회는 164개 전체 회원국 대표가 중요 현안을 논의·처리하는 자리다. 최고 결정 권한을 가진 WTO 각료회의는 2년마다 열리기 때문에 각료회의 기간이 아닐 때에는 일반이사회가 최고 결정기관으로 기능한다.
김 실장은 WTO 일반이사회에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WTO 규범에 합치하지 않는 부당한 조치임을 지적하고, 현 상황에 대한 WTO 회원국들의 이해를 높여 조치 철회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확보할 계획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날 "우리가 제기하는 안건은 전체 14개 의제중 11번째 의제에 해당한다"면서 "WTO가 다자간 자유무역협정과 무역규제조치를 논의하는 장(場)인만큼 일본 조치가 WTO 정신과 협정에도 위배된다는 점을 널리 알려 국제 여론을 형성하고, 일본에 대해 동료 회원국들이 압력을 행사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의제에 대해 회의 의장이 발언을 요청하면 해당국인 한국이 먼저 발언하고 직접적 관련국인 일본이 발언하며 제3국 가운데 관심있는 나라가 발언하는 식으로 논의가 진행된다. 일본 측 발언에 필요하면 반박할 수도 있다.
이번 의제는 WTO에서 바로 결의를 한다든지 모종의 결정을 하는 대상은 아니다.
정부는 그러나 일반이사회에서 일본 수출규제 조치의 심각성을 회원국들에 인식시키고 일본 측의 조기 철회를 촉구하는 기회로 삼을 계획이다.
마침 일본측 대표는 이번 회의에서 최근 자유무역 원칙을 발표한 오사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보고할 것으로 알려져 정부는 이번 수출규제와 모순됨을 부각할 방침이다.
아울러 일반이사회가 WTO 공론의 장인만큼 향후 WTO 분쟁 해결기구에 제소하기 전 충분한 명분을 쌓는 자리가 될 수도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WTO 제소는 국제적이고 객관적으로 일본 조치의 부당성을 입증하는 중요한 방법이고 향후 비슷한 사례의 재발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일단 분쟁화 되면 각 단계마다 국제적 관심을 촉구하고 일본의 부당성을 얘기하는 중요한 수단인만큼 가능한 신속히 준비해 제소를 추진하겠다"라고 말했다.
현재 3명인 WTO 상소기구 위원이 미국의 재임명 거부로 올 연말에 1명만 남을 경우 사실상 상소기구 기능이 정지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가 있다.
이에 산업부 관계자는 "미리 그렇다고 전제할 필요는 없다"며 "올해 제소하면 패널절차는 상소기구와 상관없이 1년 정도 진행되고 그 사이 상소기구가 회복돼 있으면 된다"고 답변했다.
이어 "상소기구 정상화를 위한 회원국들의 노력이 진행 중이며 과거 일본의 김 수입쿼터 분쟁처럼 조치의 부당성이 분명하면 중간에 합의를 볼 수도 있는 만큼 소송이 최장 4년 걸리기 때문에 WTO 제소가 유효하지 않다고 볼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 실장은 WTO 통상 현안과 분쟁에 대한 대응 업무를 관장하는 신통상질서전략실을 총괄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1984년 외무고등고시에 합격한 후 양자·다자 통상과 관련된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특히 제네바대사관 참사관, WTO 세이프가드위원회 의장 등 WTO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고 WTO 통상법에 깊이 있는 전문성을 갖췄다.
최근에는 WTO 한일 수산물 분쟁 상소기구 심리에서 최종 승소라는 쾌거를 끌어낸 이른바 '통상통'이기도 하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