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회장 및 김기남 부회장 회동 후 출장 결정
이 부회장, 현지 경제계 인사들 만나 해결책 모색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오후 일본행 비행기에 올랐다.
일본 정부의 대(對) 한국 수출 규제 대책 마련을 위한 긴급 출장으로 알려진다.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최근 김기남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경영진과 수차례 대책회의를 가진 데 이어 이날 직접 일본을 찾아 현지 정·재계 인사들과 만나 사태 해결을 위해 나섰다.
민간 외교 사절 역할인 셈이다.
얼마 전부터 삼성전자는 사장단과 임원을 포함한 관련 임직원들이 비상근무 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이 부회장은 지난 5월 도쿄(東京)에서 현지 양대 이동통신 사업자인 NTT도코모, KDDI의 경영진을 만나는 등 일본 재계와 탄탄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지난해 최소 2차례 일본을 방문했다.
이번 출장은 최근 일본의 일부 소재 수출 규제에 따른 영향이 예상보다 심각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사태의 '진원지'에서 직접 해결책을 찾아보겠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재계의 해석이 나온다.
한편 일본은 ▲플랙시블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플루오린 폴리이미드(FPI) ▲반도체 회로 제작에 쓰이는 포토 리지스트(PR·감광액) ▲반도체 세정‧식각 작업에 쓰이는 에칭가스(HF·고순도 불화수소) 등 3대 핵심 품목의 수출 규제를 강화했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는 다른 회사보다 많은 타격이 예상되고 있고, 재고물량도 3~4일분 정도만을 확보하고 있는 초비상 상태로 알려져 규제가 장기화될 경우 엄청난 피해가 전망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4일 방한한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 손정의(孫正義·일본 이름 손 마사요시) 회장과 만난 자리에서도 상당 시간 이 문제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의 일본 방문 계획은 비공개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의 5대 그룹 총수 회동 일정이 조율되는 과정에서 정치권 등에 알려졌다.
이 부회장의 일본 출장이 어떤 민간외교 성과로 나타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부가 제대로 역할을 못하는 사이 민간 기업이 해결에 나서는 모습이라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모은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