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LG전자, 네이버, 카카오, SK텔레콤, KT 등 국내 주요 기술 기업들이 자율주행과 커넥티드카 기술 개발에 나섰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쌍용차 등 완성차 업체는 물론이다.
전장부품을 생산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물론이고 포털, 이동통신사까지 해당 기술 개발에 나선 것은, 미래 먹거리로 신기술이 접목된 모빌리티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자율주행 기술 개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래 먹거리로 전장사업을 지목하고 사업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와 더불어 자율주행 기술 자체에 대한 연구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1일 국토부로부터 자율주행자동차의 임시운행을 허가받았다. 이에따라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이 연구 개발 중인 딥 러닝 기반의 시스템이 적용된 자율주행자동차가 실제 상황 도로에서 테스트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전자업계에서 자율주행자동차 임시운행 허가를 받은 것이 삼성전자가 처음은 아니다. 이미 2016년 2월 시험·연구 목적의 자율주행자동차 임시운행 허가 제도가 도입된 이래 19번째, 올해 들어 8번째다.
허가 사례를 보면 최초 허가는 지난해 3월 현대자동차이며 그 뒤로 서울대학교, 한양대학교,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교통안전공단, 한국과학기술원(KAIST), 네이버랩스, 만도 등이 차례로 허가를 받았다.
삼성전자의 자율주행자동차는 기존의 국산차를 개조해 라이다(LIDAR), 레이더(RADAR), 카메라 등 다양한 감지기(센서)를 장착하고 있다. 도로 환경과 장애물 인식 등에 스스로 심층학습을 통해 추론하는 인공지능(딥 러닝 알고리즘)을 활용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세계 최고수준의 전자기술과 소프트웨어, 모바일 기술 등을 고루 갖춘 삼성의 자율주행차 진출은 국내 시자을 떠나 구글이나 애플등과의 경쟁을 염두에 둔 장기포석으로 해석하고 있다.
LG전자는 자율주행차 핵심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글로벌 고정밀 지도 기업 '히어'와 맞손을 잡았다. 히어는 독일 완성차 3사(BMW, 아우디, 다임러)가 연합해 인수한 지도 업체로, 인텔도 투자에 참여해 지분 15%를 보유하고 있다.
히어의 고정밀 지도(HD Live Map)는 도로의 차선과 정지선, 폭, 균열, 표지판, 신호등, 가드레일 등 도로 및 주변의 모든 지형지물을 센티미터 단위로 식별 가능한 3차원 디지털 지도다. 각종 센서 데이터를 수집해 클라우드로 분석, 이를 지도에 반영하는 기술도 뛰어나다.
이는 자율주행 필수 기술로, 2015년 경쟁관계인 BMW-아우디-다임러 독일 완성차 3사가 이례적으로 연합해 히어를 인수했을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올 1월에는 자율주행 분야에 뛰어든 인텔이 히어의 새로운 투자자로 참여하기도 했다.
LG전자와 히어는 텔레매틱스와 고정밀 지도를 결합해 한 단계 진화시킨 차세대 커넥티드카 솔루션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이동통신 2사의 자율주행 기술 진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이통3사 역시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차량간, 혹은 관제센터와의 통신이 필수적이라는 평가다. 또 영상 등 대용량의 데이터를 더욱 빠르게 주고받기 위한 5G 기술도 차세대 핵심 기술로 지목된다.
SK텔레콤과 교통안전공단은 최근 세계최초로 자율주생 실험도시 '케이-시티(K-City)'에 주요 실험 구간에 5G 인프라를 구축했다. 1GB영화 한편을 0.4초만에 전송하는 ‘20Gbps급 5G시험망’, 실험차량과 0.001초 안에 데이터를 주고 받는 ‘5G통신 관제센터’, 정밀도 20cm 이하의 ‘3D HD맵’ 등 5G 인프라가 마련됐다.
박진효 SK텔레콤 ICT기술원장은 “케이-시티가 5G 자율주행 생태계 중심이 될 수 있도록 항상 최신 기술로 5G 케이-씨티 인프라를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SK텔레콤은 개발중인 자율주행차로 지난 9월 21일 서울 만남의 광장부터 수원신갈 나들목(IC)까지 약 26km의 경부고속도로 구간에서 약 33분에 걸친 시험 주행을 성공하기도 했다.
차선이 편도 20차선까지 늘어나는 요금소 부분에서는 일부 수동운전으로 주행했으나, 판교IC 갈림길에서 '수원 방향'으로 적절히 이동하고 급커브 구간에서 미리 감속하는 등 구간의 특성에 맞는 주행도 가능했다.
이날 SK텔레콤 자율주행차는 차량 통제없는 실 주행환경에서 주변 교통 흐름에 맞춰 시험 주행을 안전하게 마쳤다. 최고속도 80km/h, 평균속도는 47km/h였으며, 주행시간은 약 33분이었다. 자율주행 면허로 허가 받은 최고속은 80km/h로, SK텔레콤은 허가속도를 넘지 않도록 소프트웨어를 설정했다. 이 차에는 연구원 및 일반인 등 2명이 탑승해 주행 과정을 지켜봤다.
또 SK텔레콤은 서울대학교, 연세대학교,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과 함께 산학연 자율주행 공동연구 연합체 '어라운드 얼라이언스(AROUND Alliance)'를 10월 31일 발족하기도 했다.
KT는 지난 6월 인텔이 약 17조원(153억달러)에 인수한 자율주행 원천기술 보유社인 '모빌아이'와 손잡고 커넥티드카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
양사가 개발하고 있는 ‘커넥티드 ADAS’는 기존의 단말 설치형 ADAS와 달리 자사의 커넥티드카 전용 플랫폼인 ‘KT GiGA drive’와 모빌아이의 ADAS 솔루션을 결합해 운전자의 주행 안전을 확보하고, 운전 시 수집된 주행정보 기반으로 차량관제 기능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커넥티드 ADAS’는 주행 중에 벌어지는 전방차 추돌 경보, 차선 이탈, 앞 차와의 간격 유지, 보행자 경고, 안전 속도 초과 등의 주행정보 데이터를 관리 및 분석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운전자나 사업주는 차량의 효율적인 운영관리로 유류비, 보험료 등의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KT는 지난 5월 연세대학교와 자율주행 기술교류를 위한 R&D 포럼(Connected Car Infotainment & Infotelligence Forum, 이하 'C2I') 발족식과 함께 'KT-연세대학교 간 자율주행 분야 R&D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하기도 했다.
양측은 자율주행 및 커넥티비티(Connectivity) 기술 협력, 테스트배드 공동참여와 같은 커넥티드카 기술 발전을 위한 다양한 분야에서 공동 협력하기로 했다..
또한 KT는 올해 초 커넥티드카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10년 이상 주력해온 텔레매틱스 사업 외 자율주행, 5G 기반 V2X,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등의 영역에서 역량 확보를 위해 노력 중이다.
국내 이통3사 중 LG유플러스는 아직 뚜렷한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지만 IoT 디바이스 분야에 강점이 있는만큼 시장 진출이 유력히 점쳐지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도 뛰어드는 자율주행 기술 개발 경쟁
네이버는 올해 연구개발(R&D) 전문 자회사 네이버랩스를 독립법인으로 분할 및 출범시켰다. 네이버랩스는 로봇과 자율주행차 등 미래 기술을 연구한다.
네이버는 지난 2월 국토교통부로부터 자율주행 자동차 임시운행 허가를 받았다. IT 기업으로는 첫 허가였다. 이후 9월에는 경부고속도로 시험 운행 구간에서 야간주행에 성공했다.
야간 주행의 경우 주변 광도 변화와 차선 인지 기술, 주변 상황 감지 등 주간 주행보다 발전된 기술로 평가된다. 또 딥러닝 기반의 이미지 인식 기술을 바탕으로 갖가지 주변 정보에 대한 선제 대응 및 회피 기술도 한 걸음 앞서가는 것으로 보고 있다.
네이버의 자율주행차는 지붕 상단에 32채널 회전식 라이다 센서를 장착했고, 전방, 좌우, 사물 등을 인식하는 카메라 및 앞차와의 거리 감지 전방 레이더 등도 탑재된다.
또 네이버는 최근 공개한 실내용 로봇에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했다. 자율주행 기술이 자동차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접목될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카카오 역시 최근 자율주행 분야 진출 조짐을 보였다. 카카오는 지난 5일 인공지능 기반 자율주행 트럭용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 '마스오토'에 4억원을 투자했다고 밝혔다. 마스오토는 지난 10월 설립된 국내 스타트업이다.
화물용 트럭 분야는 자율주행이 가장 먼저 도입될 수 있는 분야로 지목된다. 일반 승용 차량에 비해 속도가 빠르지 않고 차선 변경이 적으며 여러대가 함께 운행할 때 자율주행 성능도 더욱 원활히 발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마존은 자율주행 트럭 전용 고속도로 차선을 이용한 기술 특허를 출원하기도 했다.
자율주행 분야는 이제 걸음마 단계로 전세계 ICT 기업들과 완성차 업체들이 앞다퉈 기술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분야다. 음성인식 기술과 국가간 장벽도 얇은 분야로 꼽힌다.
전문가들과 업계에서는 앞으로 10년 정도면 초기 단계의 완전자율주행차가 상용화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내년에도 국내 ICT 기업들의 기술개발 경쟁은 계속될 전망이다.
백성요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