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정보통신(ICT) 업계 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이슈 중 하나가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화폐다. 비트코인 가격은 올해 1월 121만원에서 현재 1900만원~2000만원 사이로 급등했다. 최소 16배 이상이다. 한때는 2400만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가상화폐 시장이 열기를 넘어 광풍 수준에 이르자 정부는 최근 강력한 규제책을 내놨다. 거래소 신규 가상계좌 개설 잠정 중단, 미성년자 및 외국인 거래 금지 조치가 이뤄지고, 정부는 거래소 폐쇄를 포함한 모든 방안을 논의중이라고 밝혔다. 더불에 가상화폐 거래차익에 대한 과세 방안도 고려중이다.
시장의 반응은 엇갈린다. 실체가 없는 가상의 가치에 투자하는 것은 투기일 뿐이며 현재의 가격은 거품이라는 주장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미래 기술로 각광받는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규제는 과도하다는 주장이 충돌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블록체인 기술은 발전시켜 나가되 투기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거래에 대한 규제는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편에서는 블록체인과 가상화폐는 불가분의 관계로 분리해서 규제하기 어렵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국내 SI, 금융, ICT 기업들도 블록체인 기술을 물류/금융/유통 등 전 산업 분야에 적용시키려는 기술개발에 나서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은 분산원장(분산형장부공유) 방식을 의미한다.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필명을 사용하는 익명의 개발자가 최초로 제안한 알고리즘으로 비트코인 거래를 위해 개발됐다. 거래 기록을 거래에 참여하는 모든 네트워크 참가자들에게 분산 공유해 해킹이 불가능 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또 누구든 거래 여부를 확인할 수 있어 거래의 투명성이 담보된다는 장점도 있다. 다만 익명을 바탕으로 해 불법 자금의 유통 경로로 사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충돌하는 시장과 정부, 우려와 기대의 공존
가상화폐에 대한 연구와 대책이 필요하다는 데는 전문가, 정치권, 시장의 의견이 일치한다. 하지만 규제의 범위와 강도에 대해서는 아직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지난 10월 열린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가상화폐와 관련해 "피해, 규제에 대해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피해 대책이 시급하지만 규제에 강도에 대한 고민도 함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김 부총리는 "새로운 분야로 확장성이 많은 부분이기도 하고, 블록체인이나 ICO 까지 나오고 있다"며 "굉장히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심기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가상화폐를 통한 해외자금 유출을 막을 수 없고 범죄로 악용될 소지가 농후하다"고 지적하며 "가상화폐의 법적 성격을 명확하게 해 과세 여부, 육성 강화, 부작용 규제까지 정책의 방향을 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위 차원에서 범정부 대책을 할 수 있는게 아니다. 기재부가 관련 정책을 우선 순위로 놓고 역할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국감 참고인으로 출석한 이정아 빗썸 부사장은 "빗썸만 해도 올초부터 신규 채용이 300명이 넘고, 한 달 평균 20조 원이 거래된다"고 설명하며 "이용자 본인 신원을 알기 위해 다양한 정보를 받아야 하는데 가상화폐의 법적 근거가 없어 애로사항이 많다"며 대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세계 각국은 가상화폐에 대한 범죄 단속과 자금세탁 방지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미국과 캐나다는 가상통화 취급업자를 법률상 '화폐서비스업자'로 분류했고, 프랑스는 '결제서비스 사업자'로 분류했다. 영국, 스웨덴, 일본의 경우 가상화폐의 화폐적 성격을 인정한다. 일본은 지난 4월 가상화폐를 정식 지급결제 수단으로 인정했다.
국내에서도 가상화폐를 '화폐'인지 '금융자산'인지부터 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성격이 규정돼야 관련 입법 또는 규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고강고 규제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아직 가상화폐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내려지지 않았다.
가상화폐의 원천 기술인 블록체인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기술로 지목된다. 가상화폐의 시장 지위가 규정될 때까지 앞으로도 논란 및 충돌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가상화폐의 시작, 블록체인의 개념과 등장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 참가한 전문가 및 고위 경영진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50% 이상이 2025년까지 전세계 GDP의 10% 이상이 블록체인 기반 플랫폼에서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블록체인은 일련의 거래정보를 기록하고 이를 네트워크 참가자들에게 분산, 공유하는 분산원장(distributed ledger)를 지칭"한다고 정의했다.
디지털 가상 통화 '비트코인'의 거래 기록 저장 기술로 최초 개발된 블록체인은 위변조에 대한 보안성이 뛰어나 이를 선호하는 네트워크 내 거래 참여자들 간 금융 거래에 활용된 것이 시초다.
블록(block)은 거래 건별 정보가 기록되는 단위를 의미하며, 이러한 블록들이 연결된(chain) 형태의 데이터베이스가 블록체인이다.
한국은행은 블록체인을 '거래를 기록한 원장을 특정 기관의 중앙서버가 아닌 P2P(Peer-to-Peer) 네트워크에 분산하여 공동 기록 및 관리하는 기술'로 정의했다.
블록체인은 은행, 거래소 등 중간 관리자 없이 거래 당사자 간 직접 거래가 가능해 비용을 크게 절감하고 거래의 효율성 및 신뢰성을 높인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또 거래 절차가 간소화되면 지급, 결제, 송금 등 주요 금융 거래 수수료가 큰 폭으로 절감될 수 있다.
블록체인 기술 개발에 나서는 글로벌 업체들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금융업계에서는 선제적으로 블록체인을 수용해 'R3CEV 컨소시엄'을 구축, 블록체인 기반 거래 플랫폼을 개발하고 복잡한 은행 간 거래를 간소화하려는 노력중이다.
R3CEV 컨소시엄은 지급결제, 부동산, 회사채, 주식 등 8개 분야에 적용될 블록체인 거래 표준 플랫폼을 공동 개발하며 씨티그룹, BOA, 모건스탠리, JP모건, 골드만삭스, UBS 등 2016년 8월 말 기준 47개 글로벌 은행으로 구성돼 있다.
금융업계에서는 블록체인에 의핚 고객 이탈 및 수수료 수입 감소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변화를 수용하여 운영 플랫폼 개선에 나서고 있다.
MS는 블록체인 개발 선도업체와 파트너십을 맺고 일정 조건을 만족시키면 거래가 자동으로 실행되는 '스마트 계약 기능'을 상용화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스마트 계약 기능은 부동산 거래, 법률 계약 등에 적용되며 거래가 실행되는 조건과 내용을 등록하면 그에 해당하는 법률 및 절차가 자동으로 적용돼 거래 당사자에게 결과가 통보되는 시스템이다.
인적/물적 교류에 기반한 기존 거래 형태에 비해 물리적/시간적으로 간소화되고 거래 비용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IBM은 인텔, 웰스파고 등 48개사가 참여한 '하이퍼 레저(Hyper Ledger)' 프로젝트에 참여해 글로벌 블록체인 기술 표준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와 별도로 'IBM 블록체인 연구소'를 개설하여 미국, 유럽, 아시아 금융 시장 및 관련 서비스 투자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러한 움직임에 따라 향후 표준화된 블록체인 기반 플랫폼에서 금융뿐 아니라 법률 거래, 저작권, 신분확인 등 다양한 업무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백성요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