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공공기관 50곳 유치’ 숫자가 아니라 충남의 미래를 가져와야 한다
상태바
[기자수첩] ‘공공기관 50곳 유치’ 숫자가 아니라 충남의 미래를 가져와야 한다
  • 박웅현 기자
  • 승인 2026.11.08 13: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녹색경제신문/박웅현 선임기자

 

[녹색경제신문 = 박웅현 기자]충남에 또 한 번의 기회가 찾아왔다.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 본격화하면서다. 그러나 기대만큼 우려도 크다. 2020년 혁신도시로 지정된 지 6년이 지났지만 수도권 공공기관 본사의 이전 실적은 여전히 없다.

이번에도 유치 선언과 건의서만 남는다면 충남혁신도시의 존재 이유부터 다시 물어야 한다.

충남도가 제시한 목표는 4대 기능군 50개 공공기관 유치다.

기후·에너지·환경, 경제·산업, 국방, 문화·체육·관광 분야의 공공기관을 내포신도시와 지역 산업거점에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석탄화력발전소 폐지와 첨단산업 전환이라는 충남의 현실을 고려하면 관련 기관의 유치 필요성은 충분하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하나 있다.

공공기관 50곳을 유치하면 충남의 무엇이 달라지는가.

기관의 간판이 수도권에서 충남으로 옮겨오는 것만으로 지역경제가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이전 직원들이 주말이면 수도권으로 돌아가고, 주요 연구사업과 기업지원 기능이 지역에 뿌리내리지 못한다면 막대한 행정력과 재정을 투입하고도 실질적인 성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제 충남의 유치전략도 달라져야 한다.

첫째, 유치 기관 수보다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을 우선해야 한다.

50개 기관을 모두 동일한 가치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이전 인원과 기관 예산, 연구개발 기능, 지역인재 채용 가능성, 관련 기업 유치 효과 등을 분석해 핵심 기관의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특히 충남이 강점을 가진 에너지전환과 첨단산업 분야에서는 상징성이 큰 기관 한 곳보다 연구·인증·금융·기업지원 기능을 함께 갖춘 기관군을 확보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석탄화력발전소 폐지로 일자리가 줄어드는 지역에 에너지전환 관련 기관이 들어서고, 해당 기관의 연구와 사업 예산이 지역기업으로 연결된다면 공공기관 이전은 단순한 인구 이동을 넘어 산업구조 개편의 계기가 될 수 있다.

둘째, 내포신도시를 중심으로 기관을 집적하되 충남 전역이 성장 효과를 공유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정부는 기존 혁신도시 중심의 집적 배치를 원칙으로 제시했다. 충남 역시 내포신도시에 핵심 기관을 모아 행정·연구 기능을 강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그러나 내포에 모든 기능을 집중하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다.

서산·당진·보령의 에너지·산업전환, 천안·아산의 반도체·디스플레이, 논산·계룡의 국방산업과 공공기관의 기능을 연결해야 한다.

내포에 본사와 핵심 연구·행정 기능을 집적하고 시군별 산업거점에는 협력 연구와 실증, 기업지원사업을 배치하는 방식이 하나의 대안이다.

이렇게 해야 공공기관 이전이 홍성·예산만의 성과가 아닌 충남 전체의 성장동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셋째, 기관 유치와 정주환경 조성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공공기관 이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건물이 아니라 사람이다.

직원들이 가족과 함께 이주할 수 있는 주거환경, 자녀교육, 의료서비스, 교통과 문화시설이 갖춰지지 않는다면 공공기관이 들어서도 지역에 정착하는 인구는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

정부가 2027년 선도 이전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내포신도시의 일부 주요 정주 기반시설은 2028년 이후 완공이 예정돼 있다.

이 간극을 메울 대책이 시급하다.

임시청사 확보와 함께 주거·통근 지원, 자녀교육과 돌봄, 배우자의 일자리 지원까지 포함한 기관별 정착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넷째, 지역 청년에게 돌아갈 성과를 미리 설계해야 한다.

공공기관 이전의 가장 큰 기대 효과 중 하나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다. 그러나 이전기관의 지역인재 채용 실적이 충남 청년들에게 실질적인 취업 기회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정책의 체감 효과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충남도와 지역대학, 이전 대상 기관이 공동으로 채용 연계 교육과정과 현장실습, 연구인턴십 등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기관 이전 이후 지역인재 채용률뿐 아니라 충남 소재 대학 졸업생의 채용 규모와 지역 정착률까지 관리해야 한다.

다섯째, 충남만의 차별화된 유치 논리를 정부에 제시해야 한다.

충남은 1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과정에서 제외됐고, 혁신도시 지정 이후에도 추가 이전 성과를 확보하지 못했다.

이러한 형평성 문제는 정부가 고려해야 할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과거의 불균형에 대한 보상 요구만으로는 다른 혁신도시와의 경쟁에서 충분한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충남에 특정 공공기관이 이전해야 국가적으로 어떤 이익이 발생하는지 입증해야 한다.

에너지전환 관련 기관이 충남에 집적하면 석탄화력 폐지지역의 산업전환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국방 관련 기관이 논산·계룡의 산업기반과 연계하면 어떤 연구·실증 효과를 얻을 수 있는지 구체적인 사업계획과 수치로 제시해야 한다.

이를 위해 충남도와 충남연구원, 지역대학, 경제계가 참여하는 기관별 유치전략 공동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기관 배치 결정 이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 기관별 이전 비용과 입지, 인력 수요, 정착 지원, 산업 연계 효과를 담은 실행계획을 준비해야 한다.

무엇보다 유치 성과를 평가하는 기준부터 바꿔야 한다.

몇 개 기관을 확보했는지에 더해 몇 명이 실제 이주했는지, 지역 청년 몇 명이 채용됐는지, 지역기업에 얼마나 많은 연구·사업비가 집행됐는지, 가족 동반 정착률은 얼마나 되는지를 공개해야 한다.

그것이 공공기관 이전을 보여주기식 성과에서 지역의 지속 가능한 성장정책으로 바꾸는 방법이다.

물론 모든 것을 충남도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정부의 이전 대상과 배치 기준, 관계 부처의 협의, 기관 종사자의 의견, 재정 지원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정부 역시 1차 이전에서 소외됐던 충남의 특수성과 혁신도시 지정 이후 이어진 공백을 합리적인 배치 기준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충남도도 정부의 결정을 기다리기만 해서는 안 된다.

이제 필요한 것은 '50개 기관을 달라'는 요구를 넘어 '왜 이 기관들이 충남에 와야 하는가'를 입증하는 전략이다.

공공기관 유치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청년이 떠나지 않고, 지역기업이 성장하며, 산업전환으로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놓인 지역에 새로운 기회를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충남혁신도시 지정 6년. 이번 2차 이전은 오랜 공백을 끝낼 수 있는 중요한 기회다.

50개의 간판보다 중요한 것은 충남에 남을 50년의 성장 기반이다. 공공기관 유치의 성패는 이전기관의 숫자가 아니라 그 기관들이 충남의 산업과 사람, 지역경제를 얼마나 바꿔놓았는지로 평가받아야 한다.

박웅현 기자  seoulca1919@naver.com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