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은 더 심각’ 예산 32배 늘 때 피해목 129배…투입 대비 성과 검증 불가피
‘총리 현장방문 전무·장관 대책회의 0회’ 도마…윤용근 “범정부 비상대응체계 가동해야”
[녹색경제신문 = 박웅현 기자]예산은 늘었는데 숲은 더 빠르게 말라 죽었다. 전국 소나무재선충병 피해목이 4년 만에 약 4.7배 불어난 사이 방제 예산도 2배 이상 증가했다.
충남에서는 같은 기간 방제비 증가보다 피해 확산 속도가 훨씬 가팔랐다. 돈을 더 투입하고도 결과가 악화됐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또 다른 예산 증액보다 ‘그동안 무엇이 잘못됐는지’부터 따지는 방제정책의 전면 재검증이라는 지적이 국회에서 나왔다.
국민의힘 윤용근 국회의원(충남 공주·부여·청양)은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 종합정책질의에서 소나무재선충병 확산 문제를 ‘국가적 산림재난’으로 규정하며 정부 대응을 강하게 비판했다.
윤 의원이 제시한 수치는 현행 방제정책의 실효성 논란을 그대로 보여준다.
전국 소나무재선충병 피해목은 2022년 약 37만8000본에서 2026년 약 177만3000본으로 늘었다. 불과 4년 사이 약 139만5000본이 증가한 것으로, 규모로는 4.7배 수준이다.
반대로 방제에 투입되는 예산은 줄지 않았다. 2022년 661억 원이던 관련 예산은 2025년 1341억 원으로 680억 원 증가했다. 3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었다.
단순 비교만으로 예산 투입이 피해 확산의 원인이라고 볼 수는 없다. 재선충병 확산 속도가 빨라지면서 방제비가 사후적으로 증가했을 가능성도 있고 기후와 매개충 개체 수, 방제 적기 확보 등 여러 변수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럼에도 예산이 2배 늘어나는 동안 피해목이 4.7배로 불어난 결과는 기존 방제방식이 확산 속도를 충분히 따라잡지 못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방제비가 어디에 쓰였고 감염목 제거와 예방사업이 실제 확산 저지에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 정책성과를 다시 검증해야 할 이유다.
충남 상황은 더 심각하다는 게 윤 의원 측 분석이다.
윤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6년까지 충남의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예산은 약 32배 늘었다. 같은 기간 피해목은 무려 129배 증가했다.
투입된 돈의 증가 속도보다 피해 확산 속도가 4배 이상 빨랐다는 계산이다.
윤 의원은 이를 두고 “국민 세금을 2배, 32배 더 투입했는데 피해가 각각 4.7배, 129배 늘었다면 단순히 방제가 어렵다는 설명으로 넘어갈 일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방제정책의 성과부터 다시 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피해 규모만이 아니었다.
정부 지휘부가 재선충병 확산을 어느 수준의 재난으로 인식하고 있었는지를 놓고도 공방이 벌어졌다.
윤 의원이 한성숙 국무총리에게 재선충병 피해 현장을 직접 방문했는지 묻자 한 총리는 아직 방문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산림이 광범위하게 고사하고 지방자치단체가 방제비 부담을 호소하는 상황에서 국가재난 대응을 총괄해야 할 정부 고위 지휘부가 현장의 심각성을 직접 확인하지 않았다는 점이 비판 대상이 됐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대한 질의는 더 날카로웠다.
윤 의원은 송 장관 취임 당시 약 106만 본이던 피해목이 현재 177만 본을 넘어섰다며 장관이 재임 기간 소나무재선충병 대책회의를 직접 주재한 적이 있는지를 물었다.
송 장관은 직접 주재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윤 의원은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동안 주무부처 장관이 한 차례도 대책회의를 직접 주재하지 않은 것은 정부 대응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책임 있는 대응을 촉구했다.
송 장관은 산림청과 지방정부가 관련 업무를 챙기고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지만, 윤 의원은 국가적 확산 상황에서 중앙정부가 산림청과 지자체 관리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맞섰다.
여기서 또 하나 따져봐야 할 문제가 있다.
산림청 중심의 기존 방제 시스템이 ‘피해목 발견→벌채·훈증 또는 파쇄→다음 해 재발’이라는 반복 구조에서 벗어나고 있는지 여부다.
매년 피해목을 제거하는 방식에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데도 감염지역이 계속 확대된다면 방제 시기와 방법, 매개충 관리, 예방 나무주사, 감염 우려지역 선제관리 등 정책수단별 효과를 따로 검증해야 한다.
특히 피해가 급격히 증가한 충남은 단순 감염목 제거만으로 대응하기에는 이미 확산 규모가 커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재선충병이 위험한 이유는 소나무 한 그루가 죽는 데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대규모 고사목이 발생하면 산림경관 훼손은 물론 제거 비용이 급증하고, 장기간 방치할 경우 산불과 산사태 등 2차 산림재해 위험을 키울 수 있다. 피해지역의 산림을 원래 상태로 복구하는 데는 수십 년이 걸릴 수도 있다.
결국 피해가 커진 이후 예산을 추가로 투입하는 사후대응보다 감염 확산을 초기에 차단하는 예방 중심 체계로 전환할 필요성이 커진다.
윤 의원은 한 총리에게 관계부처를 즉각 소집하고 범정부 차원의 비상대응체계를 가동하라고 요구했다.
산림청만의 산림병해충 사업으로 다루지 말고 농림축산식품부와 행정안전부, 지방정부 등이 함께 참여하는 종합대응계획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 총리는 관련 사항을 세밀하게 점검하고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이제 정부가 답해야 할 것은 ‘얼마를 더 투입할 것인가’만이 아니다.
2022년 37만8000본이던 전국 피해목이 2026년 177만3000본까지 늘어나는 동안 어떤 방제가 효과가 있었고 무엇이 실패했는지, 충남에서 예산이 32배 증가했는데도 피해목이 129배 늘어난 이유는 무엇인지부터 공개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방제예산 확대 자체가 정책성과가 될 수는 없다.
재선충병 대응의 최종 성적표는 투입한 예산이 아니라 살려낸 숲과 줄어든 피해목이다. 지금의 증가세를 꺾지 못한다면 수백억 원을 더 쓰더라도 ‘방제’가 아니라 피해 뒤를 따라가는 ‘처리비용’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이유다.
박웅현 기자 seoulca1919@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