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기 위원장 “10%만 낮춰도 연 1조7000억원 국내에 남아”
게임사 280여곳 집단소송 막바지…“환급 넘어 제도 개선 필요”
전문가 “수수료율뿐 아니라 외부결제 차별·영업보복 가능성 함께 봐야”
[녹색경제신문 = 한순구 기자]
게임업계와 시민사회단체가 구글과 애플의 인앱결제 수수료 체계를 겨냥해 집단 행동에 나섰다. 국내 게임사 280여곳이 구글을 상대로 제기한 인앱결제 수수료 환급 소송이 막바지 협상 단계에 들어간 가운데, 업계는 단순 환급을 넘어 수수료 인하와 외부결제 차별 금지, 영업보복 금지 등 제도 개선까지 요구하고 있다.
디지털주권회복 시민위원회와 게임산업정상화 캠페인위원회 등 게임업계·학계·시민사회단체 26곳은 18일 오전 서울 강남구 구글코리아 본사 앞에서 ‘구글·애플 불법 인앱결제 피해 및 제도개선 요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현장에는 게임사 관계자, 시민단체, 문화·체육계 인사 등이 참석해 “30% 수수료는 사실상 수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석자들은 구글과 애플이 국내 앱마켓 시장에서 압도적 지위를 바탕으로 사실상 인앱결제를 강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외부결제를 선택해도 26%의 수수료가 부과되고, 여기에 PG 수수료까지 더하면 부담은 30%를 넘는다”며 “이것을 소비자와 개발사의 선택권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고 했다.
김용기 “구글 수수료 10%만 낮춰도 1조7000억원 국내에 남아”
이날 가장 강한 발언은 김용기 게임산업정상화 캠페인위원회 위원장에게서 나왔다. 김 위원장은 “국내 게임 이용자는 약 2900만명에 달한다”며 “구글과 애플이 고율 수수료를 고집하면서 연간 약 2조5000억원 규모의 국부가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수수료를 10%만 낮춰도 연간 1조7000억원이라는 막대한 돈이 국내에 남을 수 있다”며 “이는 대한민국 효자 수출 품목인 라면이나 김치의 1년 총수출액과도 맞먹는 규모”라고 했다. 이어 “그 돈이 국내 게임 생태계 성장과 연구개발에 재투자된다면 한국 게임산업은 훨씬 더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대형 게임사들의 침묵도 정면으로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캠페인위원회는 국내 빅7 게임사들의 동참을 지속적으로 요청해 왔지만 이들은 묵묵부답”이라며 “무엇이 두려운지 묻고 싶다”고 했다.
업계에서 통상 ‘빅7’로 거론되는 곳은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 크래프톤, 카카오게임즈, 펄어비스, 컴투스 등이다. 김 위원장은 “대형 게임사들이 함께 움직이면 특정 기업만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은 낮아진다”며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계속 당한다는 것이 이 문제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게임은 종합예술”…문화·체육계도 가세
이날 기자회견에는 문화·체육계 인사들도 참석했다. 신철승 영화감독은 “영화를 만들려면 많은 시간과 자금, 열정이 필요하듯 게임도 마찬가지”라며 “오늘날 게임은 영화, 드라마, 음악, 미술, 스토리텔링이 결합된 종합예술 콘텐츠”라고 말했다.
신 감독은 “수많은 개발자와 기획자, 작가들의 창의력과 열정이 담긴 문화가 바로 게임”이라며 “창작자가 만든 가치가 정당하게 평가받고 보상받아야 문화산업이 성장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정한 구조 때문에 창작자의 몫이 줄어든다면 피해는 개발사뿐 아니라 소비자와 콘텐츠 산업 전체로 번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 농구 국가대표 한기범 게임산업정상화 농구인모임 대표도 “스포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정한 경기”라며 “상대 팀이 심판을 정하고 경기장을 독점하고 규칙까지 마음대로 바꾼다면 결코 공정한 경기가 될 수 없다”고 했다.
한 대표는 “수많은 개발자가 밤을 새워 게임을 만들고 세계 시장에서 대한민국 이름을 알리고 있지만, 정작 자신들이 만든 성과의 상당 부분이 거대 플랫폼 사업자에게 들어가고 있다”며 “농구에서 선수가 넣은 득점을 누군가 일방적으로 가져간다면 어느 선수가 최선을 다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경기장 자체가 기울어져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언론·시민단체 “소비자는 구조도 모른 채 부담”
언론계를 대표해 참석한 유희영 아나운서는 “많은 국민은 게임 아이템을 구매하면 그 돈이 대부분 게임을 만든 개발사에 간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게임을 만든 개발자와 창작자가 아니라 거대 플랫폼 사업자가 막대한 수수료를 가져가는 구조가 오랫동안 지속돼 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비자들이 이러한 구조를 충분히 알지 못한 채 비용을 부담해 왔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시장 지배력이 있는 사업자가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고 선택권을 제한하며 정보 비대칭 속에서 이익을 얻고 있다면 이는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할 공공의 문제”라고 말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는 “금융정의연대가 왜 게임 문제에 나서느냐는 질문을 받았지만, 구조를 들여다보면 금융 시스템을 이용한 불공정한 수탈 구조라고 봤다”고 했다. 그는 “도로 통행세도 이렇게 받지 않는다”며 “구글과 애플은 과거 혁신 기업으로 출발했지만, 거대 기업이 된 뒤 독과점 지위를 바탕으로 통행세를 폭발적으로 부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미국에서 진행 중인 국내 게임사와 구글 간 합의 절차가 이달 말 마무리될 가능성을 언급하며 “미국과 유럽은 보호받는데 한국만 뒤처진다면 한국 이용자와 기업은 3등 국민이냐는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미국은 적용하고 유럽은 적용하는데 한국은 안 된다는 것은 차별이고 불공정”이라고 말했다.
“미국 0%, 유럽 17%, 한국은 30% 수준”…공동 요구서 전달
이날 단체들은 공동 기자회견문을 통해 구글과 애플에 세 가지를 요구했다. 첫째 인앱결제 강제 금지, 둘째 외부결제에 대한 차별적 조건 부과 금지, 셋째 타당한 수준의 수수료 책정이다.
공동 기자회견문에 따르면 구글과 애플은 국내 앱마켓 매출 기준 95.7%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참석 단체들은 “전 세계 4위 앱마켓인 한국은 구글과 애플에 막대한 수익 창출의 원천이 되고 있음에도 여전히 30% 수준의 반경쟁적 수수료를 부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구글 내부 문서 등을 통해 경쟁 시장에서 앱 결제 수수료는 최대 10% 수준이고 실제 비용은 4~6%에 불과하다는 점이 드러났다”고 했다. 이어 “미국 앱 업체에는 대체 결제 수수료 방식으로 0%, 유럽 앱 업체에는 17%가 적용되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에만 30% 수준 수수료가 유지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2021년 한국이 세계 최초로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을 도입했지만 실효성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외부결제를 허용한 것처럼 보이지만 구글과 애플이 여전히 26% 수수료를 요구하고, 여기에 PG 수수료가 더해지면서 실제 부담은 32~38%에 이른다는 것이다.
공동 기자회견문은 “게임사들이 원하는 것은 앱스토어를 떠날 자유가 아니라 앱스토어 안에서 공정하게 경쟁할 자유”라며 “핵심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자체 결제나 사이드로딩이 아니라 앱스토어 내 외부결제 허용, 수수료 인하, 차별 금지, 공정한 노출 정책 보장”이라고 했다.
집단소송은 막바지…환급률·적용기간 놓고 이견
현재 국내 게임사 280여곳은 구글과 애플을 상대로 인앱결제 수수료 반환을 요구하는 절차에 참여하고 있다. 구글 측은 일부 환급에 동의하는 방향으로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쟁점은 환급 비율과 적용 기간이다.
업계에 따르면 환급액을 두고 구글은 전체 수수료 납부액의 15% 안팎, 게임사 측은 20% 안팎을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적용 기간도 구글은 미국 기준에 따라 소송 시점 기준 4년을, 국내 게임사들은 국내 법리를 고려해 10년을 요구하고 있다.
대표원고인 팡스카이를 포함한 국내 게임사들은 수수료 환급만으로는 문제가 끝나지 않는다고 본다. 구글이 올해 말까지 한국에서 수수료를 20%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업계는 이 역시 과도하다고 본다. 일부 게임사들은 미국·유럽 사례 등을 고려하면 12~15% 수준이 적정하다는 입장이다.
전문가 “대형사 참여 없으면 정책 동력 약해져”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을 단순 수수료 분쟁이 아니라 플랫폼 독점과 산업 생태계 문제로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공정거래법 전문 변호사는 “앱마켓 사업자가 시장 접근권과 결제 방식을 동시에 통제하는 구조라면 수수료율만 볼 것이 아니라 외부결제 차별 조건, 앱 노출 제한, 영업보복 가능성까지 함께 봐야 한다”며 “공정거래 당국과 국회가 제도적으로 보완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게임산업 정책 전문가는 “대형 게임사들이 빠진 상태에서 중소 게임사만 문제를 제기하면 협상력과 정책 동력이 모두 약해질 수밖에 없다”며 “대형사들이 공개적으로 참여해야 플랫폼 사업자와의 협상 구조도 달라진다”고 말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과징금 논의도 변수다. 방미통위는 과거 구글과 애플에 인앱결제 강제 관련 과징금 부과를 예고한 바 있다. 최근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관련 숙의 과정이 진행 중이며 조만간 공식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기자회견을 마친 단체들은 구글코리아와 애플코리아 측에 요구서를 전달했다. 이들은 오는 23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광장에서 2차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실에도 공동 요구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세계 최초로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을 만들었지만 현장에서는 법이 무력화됐다는 인식이 강하다”며 “환급 협상에 그칠 것이 아니라 수수료 체계와 외부결제 차별 구조 자체를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한순구 기자 po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