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브프로버 퀄 지연에 2분기 실적 부진도 중첩
[인사이트녹경 = 조영갑기자] 글로벌 메모리 핸들러 1위 기업(점유율 기준)인 테크윙의 주가가 속절 없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해 사상 최고점인 장중 7만원을 돌파하며, 시총 역시 설립 이래 최고치인 2조6000억원 수준을 터치했지만 이후 시장의 실망감이 중첩되면서 완연한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그 중심에는 테크윙이 지난해 데모타입의 개발을 완료하고, 주요 메모리 고객사 대상 퀄(품질인증) 테스트를 진행해 온 전략장비 '큐브프로버'가 있다. 이른바 HBM 수율 잡는 '끝판왕'으로 불린 신개념 검사장비다.
하지만, 퀄이 예정보다 지연되고 해당 매출의 산입 역시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서 밸류의 전체 볼륨이 꺼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윤성 회장을 비롯해 장남 대표 등 핵심 경영진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형국이다.
PAST : 데모타입 개발부터 삼성전자 첫 수주 '잭팟'
테크윙은 지난해 집중적으로 기업설명회 등 IR 일정을 소화하면서 시장에 자사의 전략장비 큐브프로버의 개발 소식을 알렸다. 테크윙이 그간 IR에 비교적 소극적인 기업이었음을 감안하면, 이례적으로 많은 IR을 소화했다. 공시에 나타난 횟수만 7회다. 외에 비공식적 NDR을 합하면 십 수 차례로 파악된다. 절반 이상은 지난해 하반기에 집중됐다.
큐브프로버는 메모리 핸들러 명가의 테크윙의 기술력이 집대성된 검사장비다. 정밀한 비전 기술을 토대로 HBM(고대역폭메모리)을 개별 다이(칩 레벨) 단위로 검사할 수 있다. 기존 HBM 검사는 HBM 다이를 다이싱(절단)하지 않은 상황에서 프로브스테이션에 넣고 검사를 진행, 다이싱된 이후 낱개의 칩에서 발생하는 불량을 잡아내기 쉽지 않았다.
큐브프로버는 웨이퍼 레벨이 아니라 다이 레벨에서 선제적 테스트를 진행하기 때문에 양품 판별의 효율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는 장비로 평가된다. 특히 HBM 적층이 8단에서 12, 16단으로 고적층화되는 HBM 시장에서 각 제조사의 수율을 책임지는 게이트 키퍼로서 각광을 받고 있다.
지난해 테크윙은 큐브프로버 관련 IR의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지난해 1분기부터 상승 곡선을 타기 시작하더니 7월 이른바 포텐이 터졌다. 당시 NDR 등을 통해 큐브프로버의 데모타입 개발 완료 임박 소식을 시장에 알렸고, 잠재 고객사와 데모 테스트 등을 협의 사실 등이 공개되면서 일거에 시장의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7월 11일 기관과 외인의 투심이 몰리면서 장중 7만원을 돌파, 사상 최고점을 찍었다. 시가총액만 2조7000억원 수준으로 치솟았다. 2023년 7월의 주가가 7000~8000원 대임을 감안하면 1년 새 약 10배로 시총이 뛴 셈이다. 그간 거래가 없었던 삼성전자 공급 이야기가 돌면서 시장에서는 3조원 돌파도 시간 문제로 봤다. 다만 이후 차익 실현을 기대한 개인과 기관 매물들이 쏟아지면서 상승세가 꺾였고, 고객사 퀄 테스트가 진행되던 9월까지 큰 폭(3만원 대)으로 하강했다.
전환점은 1월 삼성전자 첫 양산 퀄을 받으면서 마련됐다. HBM 양산 수율에 어려움을 겪던 삼성전자가 전격적으로 큐브프로버 양산 도입을 결정했고, 테크윙은 큐브프로버 관련 첫 레퍼런스를 확보했다. 공급가와 대수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소량으로 파악된다. 1월 중순 해당 소식이 보도된 이후 테크윙의 주가는 재차 치솟아 1월 23일 장중 5만2300원을 찍으며 올해 최고가를 경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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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30일 종가기준 테크윙의 주가는 2만7800원 수준으로 1년 전 고가 대비 60% 가량 하락한 상황이다. 시가총액 역시 3조원을 바라보다가 현재 1조원을 겨우 넘는 수준으로 쪼그라 들었다. 31일 오후 1시 전일 대비 소폭(0.18%) 오른 2만7850원을 기록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테슬라의 협업이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눈에 띄는 지점은 그동안 NDR에 호응하며, 테크윙의 주가를 끌어올리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기관들이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특히 이달 들어 매도세가 무섭다. 기관투자자들은 7월 초 6만주 순매도를 시작으로 7월 초순 평균 약 10만주 가량씩 순매도에 나서며 주가 하락을 추동했다. 이 물량들은 일부 외인들이 받으면서 그나마 폭락으로 이어지는 방파제 역할을 했다. 기관들은 지난 24, 25일에는 약 20만주 씩 내던지는 등 테크윙에 대한 실망감을 피력했다.
팩터로 작용한 것은 2분기 잠정실적이다. 테크윙은 최근 올 2분기 매출액 489억원, 영업이익 63억원의 잠정실적을 공시했다. 이는 전기 대비 매출액 41.36%, 영업이익 250.43% 증가한 수치지만, 전년 동기대비 매출 3.70%, 영업이익 12.90% 빠진 수치다. 반기 누적으로 따지면 영업익은 -36.99%를 기록했다. 시장 컨센서스에 못미치는 성적이다.
결정적으로 시장의 신뢰감을 잃은 것은 큐브프로버의 퀄(품질인증) 지연으로 분석된다. 장남 대표는 올 초 본지와 만난 자리에서 4월이나 5월 경 삼성전자에 이어 HBM 점유율 1위 SK하이닉스와 3위 사업자 마이크론에도 큐브프로버 정식 공급선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결과적으로 HBM 3사 후공정 라인에 테크윙의 큐브프로버를 넣겠다는 이야긴데, 삼성전자는 현재도 간헐적으로 소량이 공급되고 있지만, 나머지 2사는 퀄 소식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시장에 제시했던 타임테이블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 때문에 테크윙이 올해 예상했던 큐브프로버 공급 예상치(100기 이상) 역시 전면적으로 흔들리고, 매출 프로젝션 역시 요원해지면서 시장의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테크윙의 IR을 듣고, 많은 애널리스트들이 큐브프로버에 대해 뜨거운 관심을 표명했으나 퀄 지연에 따라 지금은 관심이 크게 식은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TO-BE : "하반기 SK하이닉스·마이크론 희소식 기대"
테크윙은 지금 내부적으로 추락하고 있는 기업가치를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무엇보다 시장의 신뢰감을 잃은 상황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31일 장 대표에게 수 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전체 회의가 길어져 전화를 받을 수 없다"는 회신을 받았다. 전사적으로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는 듯 했다.
대신 IR부서 실무자와 통화를 나눴는데, "주가가 지속적으로 빠지는 상황이라 분위기가 밝지는 않다"고 회사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아무래도 타 고객사의 퀄 과정이 지연되면서 이에 대한 실망 매물이 나오고 있는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퀄이 지연되는 사유에 대해서는 "밝히기 힘들다"고 말을 아꼈다.
테크윙은 시장에 제시한 타임테이블을 지키지는 못했지만, 지난해부터 이어오고 있는 SK하이닉스, 마이크론 향 퀄 테스트를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만큼 연내 '좋은 소식'을 시장에 전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보다는 하반기 사정이 나을 거라는 이야기다.
조영갑 인사이트녹경 기자 insight@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