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뿐만 아니라 시스템 강화 또한 필요”
[녹색경제신문 = 이선행 기자]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국가 경제를 뒷받침하는 산업에서의 핵심기술 유출이 계속되는 가운데 미약한 형벌 수준에 대한 지적이 계속된다. 올해 초 한 차례 양형기준이 강화됐지만, 선진국 대비 ‘여전히 부족하다’는 목소리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 A씨는 “미국, 일본, 중국 등에서는 강력한 형벌과 벌금으로 기술유출 요인을 차단하는 정책을 취하고 있다. 최근 상향되었지만, 우리의 기준은 여전히 미약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경제스파이법, 일본은 부정경쟁방지법, 중국은 영업비밀법에서 각각 반도체 기술을 지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
미국은 피해액에 따라 최대 405개월(33년 9개월) 징역형, 약 140억 원(1000만 달러)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하게 한다.
일본은 최대 10년 징역에 단체 기준 100억 원 상당의 벌금, 중국은 간첩 행위에 포함시켜 최대 12년 유기징역에 42억 벌금을 물게 한다.
지난 3월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반도체가 포함된 국가핵심기술이 유출된 경우, 최대 징역 18년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했다. 해당 기준안은 7월 1일 기소된 사건부터 적용 중이다.
A씨는 이어 “우리나라의 경우 계속 기술 유출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 그 원인을 미약한 처벌에서 찾을 수 있겠다”며 “기술 유출자 외에도 브로커들에 대한 처벌 또한 강화되어야 한다”고도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와 정보기관이 집계하는 통계에서 2019년 이후 누적 산업기술 해외 유출 111건 중 반도체가 43건으로 가장 많았다.
최근 산업부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재관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산업기술의 해외 유출 건수는 총 15건으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가 각각 5건으로 가장 많았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 B씨 또한 “현재 핵심기술 유출 범죄의 대부분이 집행유예나 무죄로 풀려난다”며 “간첩 수준으로 처벌하는 외국의 상황과 너무도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 안보에 해당하는 기술들을 미연에 보호하기 위한 강화된 시스템 또한 연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산업기술보호법은 ‘국내외 시장에서 차지하는 기술적·경제적 가치가 높거나 관련 산업의 성장 잠재력이 높아 해외로 유출될 경우에 국가의 안전 보장 및 국민 경제의 발전에 중대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규정해 특별 관리한다.
정부는 30나노 이하급 D램 기술, 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기술을 포함해 반도체, 디스플레이, 전기전자, 조선, 원자력 등 분야의 70여 건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한 바 있다.
이선행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