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법정관리 들어선 이유?...코로나19·이상기후·브렉시트 영향 맞물려
ABG그룹의 인수로 재부상 '시동'...스타벅스와 컬래버 상품 전부 조기 소진
[녹색경제신문 = 서영광 기자] 여름철 장마가 시작되면 레인부츠를 찾는 사람들도 늘어난다. 고무로 만든 장화는 물기에 강해 우기 뿐만 아니라 각종 환경으로부터 발과 의류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한편 레인부츠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회사가 있다. '헌터(Hunter)'사는 지난 1856년 설립된 영국의 고무회사로, 가장 먼저 레인부츠를 세상에 내놓은 기업이다.
특히 헌터는 영국 왕실에서 발급하는 '로얄워런트(Royal Warrant)' 인증 마크를 2회 수여했으며, 지난 167년간 영국을 넘어 전세계 레인부츠의 기준이 돼왔다.
하지만 지난 몇년간 코로나19 사태와 이상기후 등을 거치면서 헌터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였다. '영국의 자랑'이던 회사는 지난해 법정관리에 들어섰고, 현재 미국의 어센틱 브랜즈 그룹(ABG)에 소유권이 이관된 상태다.
3일 <녹색경제신문>은 영국의 헌터가 미국 ABG브랜드에 인수된 배경과, ABG 합류로 인해 향후 새롭게 국면할 사업 기회에 대해 알아본다.
지난해 헌터가 무려 1억4600만 달러(한화 약 2030억)를 빚진 채 법정관리에 접어들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전세계 패션시장은 그 원인으로 다양한 해석을 내놨다. 이중 무게가 실린 것은 코로나19로 인해 공급망에 문제가 생겼다는 해석이었다.
또한 지난 2020년부터 누적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의 영향과, 지난 2022년 가장 큰 시장이었던 미국의 이상기후가 맞물려 위기는 더욱 극대화됐다는 설명이 덧붙여졌다. 실제로 지난 2022년 헌터의 북미 시장 매출은 전년 대비 15%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일각에선 '품질 문제' 등을 위기의 원인으로 꼽기도 했다. 헌터가 생산 체인을 중국으로 외주화하면서 품질 관리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소비자들은 당시 온라인에서 "헌터가 생산을 중국으로 외주화하면서 고무가 찢어지고 발이 젖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이처럼 파산 당시엔 앞서 황실의 인정을 받던 '부츠'의 영광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최근 '헌터'가 재부상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헌터가 미국의 어센틱 브랜즈 그룹(ABG)으로 재산권이 이관되면서, 새 생명이 불어 넣어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
ABG는 브룩스 브라더스 및 테드 베이커 등 명품 브랜드부터, 리복 및 빌랑봉 등 스포츠 브랜드까지 다양한 네임드(유명한) 브랜드들을 갖춘 패션회사다. 특히 ABG는 비효율 비즈니스 모델을 갖춘 회사들을 인수해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주는 회사로 이름을 떨쳤다.
특히 닉 우드 하우스 ABG 최고 마케팅 책임자 및 대표는 헌터 인수 당시 "헌터는 어떤 나라에서도 가장 먼저 떠오르는 부츠 브랜드"라며 "본질적이고 상상을 초월하는 영국의 브랜드를 전 세계 시장에 수출하는 것은 미개척된 잠재적 가치라고 본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편 ABG는 해외 현지 회사들과 판매 라이센스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해외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지난 2017년부터 국내에서 헌터의 사업권은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포랩(Fourlab)'에게 있어 왔는데, ABG는 파트너사의 교체 없이 지난해 8월 포랩과의 파트너십을 승계했다.
이에 '헌터코리아'는 올해 ABG의 협조에 기반한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 '어패럴 라인'을 본격적으로 쏟아 낼 예정이다. 특히 다양한 컬래버레이션(협업)을 통해 국내 소비자들을 위한 특별 제품들을 개발하고 소개한다.
실제로 현재 헌터는 스타벅스와 손잡고 우산과 레인 판초(우비), 가방 등을 '프리퀀시(구매적립) 증정품'으로 준비했는데, 일찍이 대부분의 상품들이 전국 품절 사태를 맞았다.
이에 소비자 A씨는 3일 <녹색경제신문>에 "장마철에 가장 먼저 생각나는 브랜드는 헌터"라며 "스타벅스에서 컬래버 제품을 받기 위해 음료 구매 적립 기준을 다 충족했으나 이미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품절이고, 제주도에만 일부 물량이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스타벅스의 '2024년 여름 프리퀀시' 행사 기간은 오는 4일까지 였으나, 증정품은 지난 2일 모두 조기 소진됐다.
서영광 기자 market@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