얇고, 작아지는 항공 화물… 반도체도 마찬가지
“‘140쪽’ 남짓 용역 보고서 허술해, 신뢰성도 취약”
[녹색경제신문 = 이선행 기자] 수원시가 반도체 수출 물량 증가를 대비해 경기 남부권에 통합국제공항을 유치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는 가운데, 수요 예측 근거가 부족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21일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 회장(이하 구 회장)은 “반도체 수출만을 가지고 국제공항을 건설하겠다는 것은 무모한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2020년 항공화물 수출액이 10년 전에 비해 59.4% 증가했으나 항공화물 물동량은 중량을 기준으로 13.1% 감소했다. 항공화물은 가볍고, 얇고, 짧고, 작아지고 있다”며 “물류 측면에서 공항 건설의 기준은 부피와 중량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부피가 큰 타이어나 가구, 솜이불 등 경량 부피 화물을 항공으로 운송해야 할 때 더욱 공항건설의 필요성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수요 분석용역보고서에 대한 신뢰성 문제도 제기했다. 구 회장은 “분량이 140쪽도 안 된다. 내용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며 “공항건설을 위한 항공화물 수요 예측과 전망 그리고 반도체 물류의 특성을 제대로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수원시가 수원에 있는 대학교에 용역을 줘서 만든 보고서가 적절한지 모르겠다. 신뢰성이 떨어진다”며 “물류 특성화 대학으로 널리 인정받은 인천대학교, 인하대학교, 중앙대학교 등에 맡기는 것이 더 나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9일 수원시는 제22대 국회 김승원(경기 수원시갑), 김영진(경기 수원시병), 김준혁(경기수원시정), 염태영(경기 수원시무) 당선인 등에게 ‘수원 군공항 이전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법안의 개정 건의문을 전달했다.
지난해 11월 김진표 국회의장이 발의한 법안은 기존의 수원 군 공항을 화성으로 옮겨 경기 남부권의 국제공항으로 확대하고, 기존 군 공항 부지에는 첨단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내용을 담는다.
경제적 잠재력이 높은 도심 내 군 공항이 자리해 국토 활용의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으며, 경기 남부권 내에는 민간공항이 부재해 기업의 수출 활동과 지역산업 활성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화성 지역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두 지역 간 갈등이 확산하고 있다. 22대 국회 개원 이후에는 더욱 본격적인 공방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이선행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