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 산업 관점 아닌 '한국형 해양전략'이라는 대국관으로 전략 짜야
국내 조선산업의 가치사슬 종합경쟁력이 중국에 밀린 것으로 나타났다. HD현대·삼성중공업·한화오션 등 국내 조선업계에 대해 초격차 기술 확보와 디지털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산업연구원 보고서 ‘중국에 뒤처진 조선업 가치사슬 종합경쟁력과 새로운 한국형 해양전략 방향’에 따르면, 국내 조선산업 가치사슬 종합경쟁력은 2023년 기준 88.9점으로 90.6점을 기록한 중국에 1위를 내줬다.
우리나라는 중국에 비해 조달 부문과 R&D·설계 부문의 경쟁력은 앞섰으나, 수요와 AM·서비스 부문과 생산 부문에서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선종별 경쟁우위 종합 평가를 살펴 보면 가스운반선과 컨테이너선만 우리나라가 비교 우위를 보였고, 유조선과 벌크선은 중국이 우위인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보고서는 “가스운반선에서 우리나라가 상당한 경쟁력을 확보한 데에는 R&D·설계, 생산의 월등한 우위와 상대적으로 양호한 조달, AM·서비스와 수요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사실상 가스운반선이 우리나라가 중국에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유일한 선종이라는 분석이다.
중국의 조선산업 종합경쟁력 1위라는 결과에 대해서는 중국 정부의 오랜 ‘해양 굴기’ 노력에 따른 결과라고 분석했다.
중국이 2002년 “경제대국 발전 전략과 해양개발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본격적으로 해운산업의 발전과 해상교통로 확보를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으며, 이후 해군력 강화, 해외 군사기지 확보, 해상에서의 법 집행 강화 등이 이뤄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의 해군 현대화 노력이 1990년대 초중반부터 30년 동안 이어져 해군력이 급성장했고, 동시에 세계 1위인 상선 선복량이 우리나라의 4배 수준이어서 압도적인 해운 규모로 인해 수요 부문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반면 우리나라 조선산업은 대형조선소와 소수의 중형조선사 위주로 운영되고 고부가 가치 선박에 집중하면서 생산 척수가 줄어 범용 조선기자재산업도 덩달아 축소됐다며, 현재와 같은 가격경쟁 상황이 지속될 경우 차별화된 일부 분야 외에 다른 분야는 중국에 시장을 잠식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경제·안보를 고려한 한국형 해양전략의 수립이 시급하다”면서 “우리나라와 우방국의 상선과 특수선 협력을 동시에 끌어내는 전략 등 개별 산업이 아닌 해양전략이라는 대국관으로 살펴 전략을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선산업을 해양전략의 핵심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초격차 기술의 상용화와 생산 현장의 디지털 전환이 필요하다”며 “선박 관련 첨단·핵심기술의 확보와 상용화, 디지털 전환을 위한 투자가 지속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창현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