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투자자와 은행 간 배상 비율 합의 관건
배상에 따른 올해 1분기 실적 악화 불가피
주요 시중은행들이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배상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미 일부 은행은 배상금을 지급한 가운데 KB국민은행이 오는 15일부터 홍콩 ELS 손실 배상 대상 고객에게 자율 조정 시행 안내를 시작하면서 자율 조정 절차에 돌입한다.
안내 대상은 홍콩H지수 기초 ELS 녹인(Knock-In) 발생 계좌로 ▲만기상환 계좌 ▲만기 미도래 계좌 ▲녹인 발생 전·후로 중도해지 된 계좌를 보유한 고객이다.
KB국민은행은 계좌별 만기가 도래해 배상 비율이 확정된 고객부터 순차적으로 자율 조정을 진행할 예정이다. 영업점 방문이 어려운 고객을 고려해 KB스타뱅킹 앱을 이용한 비대면 자율 조정 진행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배상 비율 확정 고객은 계좌 만기 도래 순서에 따라 매주 선정된다. 해당 고객에게는 본부 차원에서 자율 조정 절차와 방법을 담은 문자 메시지가 발송되며, 이후 영업점 직원이 개별적으로 유선을 통해 다시 한번 안내한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손실이 확정된 고객부터 신속히 배상 절차를 진행하겠다”며, “고객 불편 최소화 및 투자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실천해 신뢰 회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하나은행은 은행권 최초로 홍콩 ELS 배상금을 지급한 바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28일 홍콩H지수 자율배상위원회에 상정된 개별 자율배상안을 심의하고 의결하는 과정을 통해 일부 투자자들과 합의를 마치고 배상금을 지급했다. 신한은행도 지난 4일 약 10명의 홍콩 ELS 손실 고객에게 배상금을 지급했다.
우리은행도 지난달 이사회를 열고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기준안을 수용해 홍콩 ELS 투자자에 대한 자율 조정을 추진했다. 이번 달부터 만기가 도래함에 따라 손실이 확정된 고객부터 최대한 신속하게 조정 비율을 산정하고 지급에 나설 계획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그동안 '선제적 자율 배상 시 제재 감경'을 강조한 만큼, 홍콩 ELS 판매 은행들이 발 빠르게 자율 배상 절차에 돌입하는 분위기다.
다만 은행과 투자자가 기대하는 배상 비율의 차이가 심해 배상 협의는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은행들은 평균 40%의 배상 비율을 바라보고 있지만 홍콩 ELS 투자자들은 관련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100% 배상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100% 배상은 불가능하다"면서도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배상안을 마련해 신속한 배상금 지급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배상금 지급에 따른 주요 시중은행의 1분기 실적 악화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추정한 1분기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 합산 당기순이익은 4조1604억원으로 전년 동기(4조9015억원) 대비 15.1% 줄어든 금액이다.
정지원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