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조이'·'다크 앤 다커' 등 기대작 출시 예정... 풍부한 자산 통한 본격적 M&A 예고
‘배틀그라운드’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성과를 거둔 크래프톤이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선결과제인 IP 다양성 확보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크래프톤은 지난 21일 자사의 대표 게임 ‘배틀그라운드’의 7주년을 기념해 해당 게임이 써내려간 기록들을 공개했다. 2017년 출시된 해당 게임은 스팀 역대 최고 동시 접속자 수 325만 명을 기록하고, 7년 연속 스팀 최다 판매 및 최다 플레이 게임 부문의 플래티넘 등급에 선정됐다. 2022년 무료화 전환 이후 접근성을 더욱 낮춰 지난 2월 기준 누적 가입 계정 수는 1억8116만 개를 돌파했으며, 총 플레이 시간은 217억 9264만 시간을 넘었다. 지난 해 11월에는 PC 및 콘솔 부문 누적 매출액 4조 원을 달성했다.
이 같은 인기에 힘 입어 크래프톤은 지난 한 해 업계에 불어닥친 한파를 피할 수 있었다. 해당 회사는 2023년 매출액 1조9106억원, 영업이익 768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3.1%, 2.2% 증가한 수치다.
이처럼 확실한 캐쉬카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크래프톤은 여전히 신규 IP 발굴에 매진하고 있다. 단일 IP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서다.
특정 게임 IP에 의존도가 높은 게임사는 외풍에 쉽게 흔들릴 수 밖에 없다.
일례로 엔씨소프트를 들 수 있다. 해당 회사는 ‘리니지’ IP의 막대한 성공을 근간으로 몸집을 불려왔다. 작년 3분기에 해당 회사는 ‘리니지’ 시리즈를 비롯한 ‘아이온’, ‘블레이드&소울’, ‘길드워2’ 등과 같은 게임을 통해 약 3670억 가량의 매출을 발생시켰는데, 이 중 3115억원이 ‘리니지’ IP에서 발생했다. 이는 주요 게임 매출의 약 85%에 달하는 수치다.
다만 ‘리니지’의 시스템을 차용한 소위 ‘리니지라이크’ 게임들이 우후죽순으로 발매되면서 ‘리니지’ IP의 경쟁력이 다소 떨어졌다. 이에 작년 한 해 동안 엔씨소프트의 영업이익이 꾸준히 감소했다. 4분기에는 3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데 그치기도 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92% 감소한 수치다.
외국으로 눈을 돌리면 유비소프트가 있다. 해당 회사는 ‘어쌔신 크리드’를 비롯해 ‘톰 클랜시’, ‘파 크라이’, ‘페르시아의 왕자’ 시리즈 등 다양한 게임 IP들을 흥행 궤도에 올려 놓으며 세계적인 게임사로 발돋움했다.
다만 ‘어쌔신 크리드’ IP 이외의 게임들이 점차 힘을 잃어 가면서 해당 시리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에 대해 피로감을 느끼는 유저들이 점차 늘어 나면서 진퇴양난에 빠졌다. 유비소프트가 작년 5월 발표한 22~23년 회계연도 재무결과에 의하면 해당 회사는 약 5억8580만 유로(한화 약 819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크래프톤도 같은 고민을 공유하고 있다. 콘솔 및 PC 플랫폼에서는 ‘미스트오버’, ‘칼리스토 프로토콜’과 같은 싱글 게임들을 시장에 내 놓으며 포트폴리오 확장을 꾀했으나 두 게임 모두 혹평을 면치 못하며 흥행에 실패했다. 2021년에는 거금을 들여 70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서브노티카’를 개발한 언노운월즈를 인수했으나, 여기서 제작년에 출시한 전략 게임인 ‘문브레이커’가 흥행 참패를 겪으며 ‘넥스트 스텝’을 보여주지 못했다.
모바일 쪽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 중국, 인도 등지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으나 이외에는 마땅히 내놓을만한 모바일 게임 없는 실정이다. 작년 출시된 디펜스더비’ 역시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모바일인덱스의 통계 자료에 의하면, 해당 게임은 지난 해 말부터 우리나라 양대 마켓에서 매출 순위 100권 밖으로 밀려났다.
이에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의 안정적인 운영에 힘 쓰는 동시에 회사 안팎으로 ‘포스트 배그’를 발굴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다크 앤 다커 모바일’, ‘인조이’, ‘프로젝트 블랙버짓’, ‘딩컴 모바일’과 같은 신작들을 내놓을 예정이다.
개중 가장 기대를 모으는 작품은 ‘다크 앤 다커’ 모바일이다. 던전에서의 탈출을 주제로 하는 익스트랙션 RPG 장르의 다크앤다커 모바일은 배틀로얄 장르의 ‘생존’과 던전크롤러 장르의 ‘탐험’, 그리고 RPG 장르의 다양한 요소를 살린 것이 특징이다. 크래프톤은 지난해 11월 부산 벡스코(BEXCO)에서 열리는 국제 게임 전시회 ‘지스타 2023’에 참가해 다크앤다커 모바일의 시연을 제공해 많은 관람객의 관심을 모았다.
외부적으로는 적극적인 M&A를 통해 파이프라인을 확대할 모양새다. 배동근 크래프톤 CFO는 어제(26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올해부터 본격적인 M&A를 진행할 것”이라며 “이와 관련해 지난 해 전 세계 게임사 350곳을 대상으로 미팅을 진행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전망은 나쁘지 않다. ‘곳간’이 풍족하기 때문이다. 전자공시스템에 게시된 사업보고서에 의하면, 크래프톤은 작년 말 기준 약 7210원 가량의 현금 자산을 보유했다. 기타 현금화 가능한 자산까지 합치면 그 액수는 약 3조원대에 이른다. 이에 보다 과감한 투자를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시적인 부분에서는 '인조이'가 크래프톤의 파이프라인 확장에 가장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보인다"며 "'다크 앤 다커'와 달리 외부적인 이슈도 없고 동 장르 내 '심즈'를 제외한 마땅한 경쟁작이 없기 때문"이라 말했다.
이지웅 기자 game@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