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노조, 문제의 소지 다분한 이번 매각 협상...누군가 책임져야
국내 최대 국적 선사인 HMM 매각을 위한 2차 협상이 6일 밤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내일에야 결과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하림그룹(팬오션-JKL파트너스 컨소시엄)과 KDB산업은행(산은)·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 간 매각 세부 조건을 두고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해 협상이 연장될 것이란 전망과 유찰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6일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 회장은 "당초 하림 측이 제시한 여러 조건 중 일부라도 바뀌고, 협상에서 이것이 수용되지 않는다면 우선 협상자 자격에 문제가 있어 유찰이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구 회장은 "2차 협상 과정에서 산은이 하림 측의 변경 요구를 수용한다면, 이는 당초 입찰 제안서와 다른 내용이므로 적법하지 않을 수 있다"며 "동원그룹이나 다른 응찰자들이 이의제기나 법적 조치를 할 경우 문제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림이 산은 측에 제출한 조건에서 변경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하림이 인수하더라도 인수 후에 자금이 부족해 HMM에 대한 투자가 불가능할 것으로 보여, 디얼라이언드에서 하팍 로이드가 탈퇴한 것과 맞물려 얼라이언스 내에서 신뢰성을 상실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HMM 인수 협상 결과는 이날 오후에 발표될 예정이다. 하림 측과 매각 측은 지난달 23일까지 협상을 마무리하기로 했으나, 합의하지 못해 2주간 협상을 연장했다.
하림과 매각 측은 5년간 지분 매각 금지 조항을 두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하림 측이 약 6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한 JKL파트너스에 대해선 5년간 지분 매각 금지 대상에서 예외로 인정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사모펀드가 엑시트할 방편을 마련하고자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매각 측이 보유한 1조6800억원 규모의 영구채도 문제다. 매각 측이 보유한 영구채를 내년에 주식으로 전환하면 산은과 해진공의 HMM 지분은 32.8%로 하림의 지분은 38.9%로 집계돼 양측 간 별다른 차이가 없다. 지분구조가 이렇게 되면 하림 측은 HMM 배당금이 줄어 인수비용이 높아지게 된다.
이러한 간극이 좁혀지지 않을 경우 유찰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찰 시 해운 얼라이언스 재구축의 시대에 HMM의 위상이 걱정된다. 구 회장은 "하림 측이 투자자들을 변경할 수 있다면 다른 응찰자들도 얼마든지 일단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후에 인수자금의 유치 방법을 자의적으로 변경할 수도 있다"며 "하림 측이 제시했던 조건들이 변경되면 투명한 입찰이 아닌 게 되므로 분명히 법적 조치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협상에 성공하더라도 하림은 HMM해원노조의 반발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HMM해원노조는 육상노조와 함께 HMM 인수 계약에 대한 감사원 감사청구와 매각 금지를 위한 가처분 소송도 검토하고 있다. 전정근 HMM해원노조 위원장은 "시간만 지난다고 해서 결론이 내려지기 어려운 사항이라며, 누군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또 이기호 HMM육상노동조합 위원장도 "정상적인 자금조달 계획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의 소지가 다분하다"고 설명했다.
최지훈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