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주 산업 없는 상황. 해진공이 ‘공공선주’로 나서
현대글로비스가 마침내 세계 여러 나라의 전기차 러브콜에 응할 수 있게 됐다.
한국해양진흥공사(이하 해진공)와 현대글로비스는 초대형 자동차운반선 4척을 임대하는 업무협약을 6일 체결할 예정이다. 소형차 기준 1만 800대를 선적할 수 있는 이 운반선은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다.
해진공이 선박을 확보·보유하고, 선사에 합리적인 가격으로 임대하는 공공선주방식이다. 셋이 있어야 비로소 ‘하나’가 될 수 있는 선박-선주-해운 산업 중 선주가 없는 상황에서 공기업인 해진공이 ‘공공선주’로서 물꼬를 터줬다.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장(물류학 박사)은 “자본이 많이 들어가 민간 사업체에 부담이 큰 자동차 전용선에 대한 선주 역할을 해진공이 해 의미가 크다”며 “(현대 글로비스에게) 늦었지만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해운협회 관계자는 “현대글로비스와 맺은 협약뿐만 아니라 선박업계 쪽에서도 탄소 중립을 위한 민관 협력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해진공과 해운협회도 탄소중립을 위해 해운의 전방위적인 산업에서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전기차 수요가 급증하자 상대적으로 자동차운반선이 부족한 상황이 펼쳐졌다. 중국 정부는 비싼 값에 자동차운반선을 빌렸고 반사이익을 모조리 챙겨갔다. 우리나라는 두손 두발이 묶여 있었던 상황이었다.
선박의 역사가 짧은 우리나라에서는 은행들이 쉽게 선주사업에 나서지 않는다. 배를 건조할 때 선주의 자기자금은 약 10%, 은행은 나머지 90%를 빌려주는데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유럽 국가들은 선박-선주-해운 산업들이 완벽한 삼각형을 이루고 있으며, 여기에 검정회사, 물류회사, 보험회사, 창고회사 등도 더해져 단단한 산업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학계에서는 자동차운반선의 추가 운용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내놨다. 전기차는 화제와 충전 문제 등이 있어 이를 잘 해결할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선행 기자 po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