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유동성 위험의 늪에 빠지지 않기 위해 몸부림
-한, 경제 신냉전서 대외 의존도 높은 자본재 수출 기업이 가장 위험
미국을 위시한 서방세계의 기준금리 동결과 러시아의 지정학적 위험, 중국의 유동성 위험이 묶여 세계 경제의 차르 봄바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는 가운데 국내에선 대외 의존도 높은 자본재 수출 기업이 제일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고됐다.
18일 본지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러시아 지정학적 위험과 미 통화정책 불확실성에 미치는 영향은 산업 생산 측면에서 투자에 미치는 영향과 유사하게 5~6개월의 시차를 두고 극대화됐다. 충격의 영향이 최대 1년까지 지속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산업 생산과 투자의 충격 반응은 강도(magnitude)에서 차이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비슷한 양상을 보여주는 것으로 분석됐다.
러, 전쟁‧지정학 리스크로 기업 투자가 감소시켜 효율‧생산성 낮춰
블룸 스탠포드대 경제학 교수에 따르면 "불확실성은 기업의 투자를 감소시킴으로써 자원배분의 효율성과 기업의 생산성을 감소시켜 간접적으로 총공급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문제는 16%까지 치솟은 러시아의 기준금리다. 러시아에서 올해 말까지 연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약 7.0∼7.5%에 근접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3%를 초과해 지난 10월 예측치를 뛰어넘을 것으로 추산됐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급격히 개입하지 않을 경우 자국 경제가 버텨내지 못할 것이라는 진단까지 꺼냈다.
엘비라 나비울리나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는 "경제가 자동차라고 생각해 보라"면서 "성능보다 빠르게 달리려고 하면 엔진이 과열돼 멀리 가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러시아가 돈이 너무 많이 풀려 발생한 호황을 버텨낼 수 있을지다.
현재 고물가는 과열된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데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이다.
지난달 기준 러시아에서 계란 가격은 전년 대비 40% 이상 상승했다. 닭고기 가격도 29.3% 올랐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제조사들의 대(對) 러시아 수출에 따른 국내 기업들이 제값을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 없다. 즉, 대외 경제에서 제일 중요한 체감 신용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김준형 KDI 연구원에 따르면 "대외 불확실성이 제조업과 서비스업 생산에 미치는 영향을 나타낸다. 러시아 지정학적 위험과 미 통화정책 불확실성의 구조 충격이 각각 1표준편차 증가하였을 때, 제조업 생산은 시차를 두고 각각 0.9%p, 0.5%p 하락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두 불확실성의 영향은 1년 내외까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유지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전했다.
中, 유동성 위험의 늪에 빠지지 않기 위해 몸부림
유동성 측면에서 최악으로 내달리고 있는 곳은 중국이다. 중국의 유동성 확보를 통한 경기부양 정책에 대해 둥시먀오 자오롄금융 수석연구원은 "최근 특별 국채 등 정부 채권의 발행이 가속하면서 시장 유동성에 일정한 영향을 가져다줬다"면서 "인민은행이 유동성 공급을 늘려 금융시장의 안정적 운영을 보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중국 당국의 이런 움직임은 경제 회복의 열쇠인 부동산시장 활성화와 내수 진작이 생각보다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전날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11월 경제 성적을 보면 부동산 개발 투자는 인프라, 제조업 등 다른 고정자산 투자가 늘어나는 와중에도 전년 동기 대비 9.4% 감소했다. 전국의 1∼11월 누적 분양주택 판매 면적과 판매액도 작년에 비해 각각 8.0%, 5.2% 줄어들면서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산업 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6.6% 증가해 시장 기대치를 넘어섰지만, 내수 경기를 가늠할 소매판매 증가 폭은 작년 기저효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 예상치(12.5%)를 밑도는 10.1%에 그쳤다.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작년 10월, 올해 10월에 비해 0.5% 하락하는 등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까지 다시 제기되고 있다.
경제의 한 부문이 무너지게 되면 젠가처럼 국내 경제는 한 번에 무너지게 된다. 선진국에서 이러한 일이 생기게 되면 선진국과 수출입의 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같은 나라에 그 영향은 직‧간접적으로 나타난다.
韓, 러‧중 유동성 확보 최대 희생양, 대외 의존도 높은 자본재 수출 기업
국내 기업들이 중국에 묶여있는 자산의 가치가 순간적으로 낮아지고 갚아야 하는 상환일에 맞춰 유동성이 경색돼 기업은 파산 수순을 밟게 된다. 대출을 하려고 은행을 두드려도 은행 또한 기업 가치평가 후 리스크를 감당할 여유가 없는 기업에 대해 대출은 어렵게 된다.
기업은 부도와 파산을 고려해야 하고 주식은 정지되고 채권단은 부도와 파산 사이를 법원과 함께 고려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어떤 방식이든 채권단과 주주들의 희생은 기정사실이란 것이다.
본지는 이번 서방세계와 러‧중 유동성 확보의 최대 희생양이 대외 의존도가 높은 수출과 제조업인 것을 확인했다. 대외수요의 감소가 불확실성의 주요 파급경로임을 발견했으며, 자본재 수출을 상대적으로 크게 감소시키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기업 단위의 분석을 통해 금융 제약과 투자의 비가역성이 불확실성의 주요 파급경로임을 확인했다.
김 KDI 연구원은 "높은 수출 의존성은 필연적으로 해외경제에서 발생한 충격에 크게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예기치 못한 대외 충격은 국내 경기변동성을 확대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수준의 대외 노출은 우리 경제의 전반적인 후생 수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최지훈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