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2년 후 시작된 조선업 불황 따라갈까 노심초사
"선별수주 전략을 통해", 올 1년간 조선업계가 지속적으로 활용한 언어다. 해당 언어를 지속 구사한 이유는 조선업계를 둘러싼 독립변수들의 지표와 전망치가 좋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계는 국내외 시장이 좋지 않으면 미‧거시 관점에서 가격탄력성, 한계기술대체율, 독점적 경쟁 시장에서의 시장 지배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했다. 조선업계는 선별수주 전략을 택했다.
다만, 향후 조선업계의 호황이 지속될지는 미지수나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국내외 모든 지표가 안 좋은 상황에서 후방 산업인 조선에 미칠 중차대한 경제적 불황 등 이슈는 빠르면 내년부터 시작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현재까지는 선별수주 전략을 통해 버티고 흑자전환 등을 이뤘지만, 의사결정을 유연하게 해 언제든지 전략을 파기하고 다른 전략을 이어갈 수 있는 유연함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12일 본지는 독립변수를 확인하기 위해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을 통해 시장금리 중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확인했고, 통화량은 광의통화를 기준으로 했다. 생산자 지수 중 미시적 관점에서 제조업생산자지수를 확인했다.
기준금리의 경우 3.50%로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으나 그래프 상으로 확인되는 기준금리 상승률은 시간에 비례해 1분기 만에 초고속으로 증가했다.
근원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통화량 조절 즉, '물가 안정'이란 한국은행의 목표를 이행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이나 통계상 광의적 관점에서 통화량은 전년 동기 대비 2.5%(올 10월 기준) 증가했다.
생산자지수 중 조선업을 포함하고 있는 제조업생산자지수도 최근 들어 조선업황이 좋아졌다고는 하나 장기 불황이었던 점에 비춰보면 아직 불황의 그늘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제조업생산자지수는 전기 대비 3.5% 감소했다. 이에 따른 파생적 효과로 제조업출하지수가 전기 대비 6.5% 낮아졌고 재고지수만 0.4% 증가했다.
또 기업 경영지표는 법인세차감전후라는 특수성에 얽매이지 않고 총 비율에 포함한 지표를 활용했다. 경제 3대 축 중 하나인 가계는 가구당월평균소득증가율과 그에 따른 평균소비성향을 조사했다.
가구당월평균소득은 3분기 7% 증가한 반면 같은 분기 내 평균소비성향은 0.6% 증가하는 것에 그쳤다.
종합적으로 조선업 관련 경제순환은 경색됐다. 이렇게 경색의 기간과 증가율이 늘어나면, 조선업계는 뇌졸중에 걸리지 않기 위해 기업의 부채 비율이 높아지고 자본이 얇아지게 된다.
국가는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부양 정책에 따른 세수 투입이 진행되고 이는 다시 가계 소비 경색으로 이어지며 악순환이 지속된다.
거시적 관점에서 소비자물가지수 그리고 국제수지 중 직접투자(자산)의 증감을 확인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3.3% 증가했고, 직접투자(자산)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6.2% 감소했다.
미‧거시적 관점에서 금리부터 직접투자까지 내년도 조선업에 긍정적 지표는 묘연하다. 미국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오히려 생산자물가지수에서 최근 낙폭을 크게 줌에 따라 곧 있을 올해 마지막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매파성을 자극했다. 중국도 지표가 안 좋기는 마찬가지다.
이러한 상황을 이유로 국내 조선업계가 올 1년 동안 "지속적인 선별수주 전략을 통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기업 외부적 미‧거시 전망이 좋지 않으면 기업은 수요의 가격탄력성, 한계기술대체율, 독점적 경쟁 시장에서의 시장 지배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조선 빅 3는 전 세계 조선업계에서 대체재가 많지 않고, 필수재인 것 등을 생각하면 수요에 따른 가격탄력성이 크다고 할 수 없다. 한계기술대체율도 요소 간의 기술적 교환비율을 생각하면 노동과 자본의 교환비가 크지 않은 점 등을 고려시 대체율이 크지 않다.
다만, 지속적 선별수주를 통해 독점적 경쟁 시장서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수직적 차별화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수직적 차별화란 품질의 우수성 및 열등성에 대한 차별화를 의미한다.
시장 지배력은 공급측에서 제품을 차별화 시키면 동질적 베르트랑 모형에서 나타나는 것과 같은 가격전쟁을 피할 수 있다. 또 소비자들의 만족도 증대에 영향을 줘 시장 지배력을 높이는 수단이 된다.
3년간 수주 잔고가 차있기 때문에 당장에는 큰 영향이 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HD한국조선해양을 제외한 나머지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은 수주 목표 달성률의 43%, 69%에 머물러 있다.
지난해 조선 빅3(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모두 38%, 16%, 7% 초과 달성한 것에 대조적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조선업이 2년간은 버틸 수 있었다. 허나 2010년부터는 장기 불황에 빠졌다. 현재 국내에선 부동산PF 문제, 가계부채 증가, 노동시장 인력난 등이 있고 러-우 전쟁이 종식되지도 않은 가운데 이-하마스 전쟁이 시작됐다. 국내 석유 수입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남해 루트에 대만해협이 있다. 중국은 대만에 위협적 도발 행위를 자행하고 있다.
해운업은 얼라이언스 파기를 압두고 발주보다 출혈경쟁에 대비하는 모양새다.
당장의 내년은 선별수주와 고부가 가치 선박을 공략하는 접근 방식으로 살아남을 수 있지만 불황이 빨리 시작되지는 않을지 또는 선별수주 전략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조선 빅 3와 관계 당국의 실효성 있는 플랜 마련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최지훈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