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한계기업 대출액 54조 넘어
이 중 5대 은행은 32조 가량 한계기업에 대출
기업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 작년 9월에 비해 여전히 높아
은행권이 앞다투어 상각 또는 매각을 통해 부실채권을 장부에서 털어내며 건전성 관리를 이어가고 있다. 고금리 및 경기침체 여파에 따라 부실기업이 늘어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5대 은행이 한계기업에 대출한 금액이 30조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대출 연체율 역시 전년대비 2배는 높아 은행권 건전성 관리에 빨간불이 들어왔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9월 코로나19 금융지원 정책이 종료됨에 따라 기업 연체율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4분기에도 은행은 적극적으로 상각 혹은 매각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5대 시중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3분기까지도 활발하게 건전성 관리를 하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은 올해 1∼9월까지 총 3조 2201억원 규모의 부실 채권을 상각 또는 매각했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 1조 5406억원의 2배가 넘는 수치다. 게다가 지난해 연간 2조 2711억원을 훌쩍 초과하는 금액이기도 하다.
은행은 보통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 채권을 '고정이하' 등급의 부실 채권으로 분류하고 별도로 관리한다. 이후 회수 가능성이 크게 낮다고 판단되면 떼인 자산으로 간주해 상각 혹은 매각 조치를 단행한다.
그러나 5대 은행의 한계기업 대출액 역시 크게 늘고 있어 건전성 관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9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5대 은행과 주요 국책은행(산업은행·IBK기업은행·수출입은행)이 지난 8월 말까지 한계기업에 대출한 금액은 54조 5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집계를 시작한 2019년 말 34조 2000억원 대비 20조 3000억원이 오른 수치다.
한계기업은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이 100%(1) 미만을 기록하거나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 기업을 뜻한다. 이자보상배율이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으로 수치가 1보다 낮을 경우 기업이 벌어들인 돈보다 갚아야할 이자가 더 많다는 뜻이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기업은행이 올해 8월 기준 19조원을 한계기업에 대출해 규모 면에서 가장 컸다. 이어 우리은행 10조 9000억원, 하나은행 9조 9000억원, 신한은행 6조 6000억원, 농협은행 3조원, 국민은행 1조 5000억원 순이다. 5대 은행으로 범위를 줄여도 대출 규모가 31조 9000억원에 달한다.
기업대출 연체율 역시 높은 수준이다. 5대 은행의 9월 말 기준 기업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0.34%로 집계됐다. 8월 말 0.37%보단 줄었으나 작년 같은 기간 0.2%보다는 0.14%포인트(p)나 크다.
은행권의 대대적인 부실채권 정리로 고정이하여신(NPL) 역시 전달에 비해 소폭하락했으나 여전히 높다. 9월 말 기준 5대 은행의 NPL은 0.26%를 기록해 지난달 0.29%보단 소폭하락했으나 작년 동기 0.21%에 비해선 0.05%p 높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지원이 종료되고 경기침체가 장기화됨에 따라 연체율 증가는 이미 예상된 바"라며 "현재 한계기업 대출액이 늘어나는 건 우려스럽지만 부실채권을 지속적으로 정리하고 있어 아직은 감내할 만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강기훈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