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연준 의장, "금리인하(cutting rates)가 필요하다면 하겠지만 이번 해는 아닐 것"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한국시각 27일 새벽 기준금리를 0.25%p 인상했다. 금리 밴드는 5.25~5.5%로 2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명확한 방향성이 부재했던 회의 결과에 뉴욕증시는 이날 혼조세로 마감했다.
시장에선 이번 회의를 끝으로 금리인상 사이클이 종료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물가가 둔화하고 있고 과열된 노동시장도 조금씩 식고 있기 때문이다.
연준의 통화정책 기준인 물가는 전달 3%대로 복귀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3.0% 상승했다. 시장 전망치를 0.1%p 밑돈 수치다. CPI가 3%대에 진입한 건 지난 2021년 3월 이후 처음이다.
반면 과열됐던 노동시장은 조금씩 식고 있다. 6월 실업률은 전월 3.7% 대비 소폭 내렸다. 비농업 부문 일자리는 같은 기간 20만9000개 증가했다. 시장 전망치 24만 건을 하회한 2년 반 만에 최소폭이다.
경기 침체 우려도 벗어나고 있다. 지난 1분기 국내총생산(GDP) 최종치는 연율 기준 2.0%로 잠정치 1.3%, 시장전망치 1.4%를 모두 뛰어넘었다. 애틀란타 연준에 따르면 2분기 GDP 성장률은 이보다 높은 2.4%로 예측된다.
이날 발표된 성명서에는 이러한 경제 상황에 대한 낙관이 드러났다. 지난달 회의에서 ‘보통(modest)’이라고 평가했던 경제 상황(economy activity)을 이날 ‘완만(moderate)’으로 한 단계 상향 조정했다. 이 밖에 물가, 노동시장에 대한 표현은 그대로 유지했다.
이번 금리 인상으로 기준금리는 지난달 점도표(dot plan)를 통해 밝힌 연 5.6%(중위값)에 근접했다. 금리인상 사이클 종료 기대감이 커지는 배경이다.
다만 연준은 여전히 금리인상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제롬 파월 의장은 회의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6월 CPI 보고서는 물론 환영할 만하나 한 달 데이터일 뿐"이라며 "향후 데이터가 추가 금리인상이 필요하다고 한다면 그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리인하 가능성에 대한 명확한 선을 그었다. 파월 의장은 "금리인하(cutting rates)가 필요하다면 하겠지만 이번 해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선 9월 금리동결 의견이 우세하다. 조 브루수엘라스 RSM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과거 금리 인상의 영향을 흡수할 수 있는 시간을 경제에 줘야 할 때"라며 "(물가, 고용시장 등이) 연준이 금리 인상 캠페인을 효과적으로 끝낼 수 있는 조건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26일 기준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FFR) 선물 시장은 9월 금리인하 내지는 동결 가능성을 100%로 보고 있다.
이날 뉴욕증시는 혼조세로 마감했다. 다우존스산업30지수는 13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유지했다. 1987년 이후 최장 랠리다.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23% 오르며 35520.12에 마감했다.
반면 다른 지수는 소폭 하락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는 각 0.02%, 0.12% 내린 4,566.75, 14127.28에 거래됐다.
KB증권 임재균 연구원은 "연준이 추가 인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것은 한은이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놓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며 "연준의 금리인상 사이클은 마무리된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하이투자증권 김명실 연구원은 "더 중요한 점은 연준의 추가금리인상 여부보다는 현재 정책 금리가 상당 기간 높은 상태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라며 "미국 경기에 대한 자신감은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이번 5번째 기준 금리 인상 사이클에서도 인상 이후 고점 유지기간이 최소 9개월 이상 유지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7일 한미 금리차(2%p)에 대해 아직 국내 금융시장은 안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추 부총리는 "이번 미 연준FOMC의 결정으로 내외 금리차가 200bp까지 확대돼 불확실성이 다소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면서도 "최근 우리 금융시장은 전반적으로 안정된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내외 경제금융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만큼 정부와 한국은행은 긴밀한 공조를 통해 주요 리스크 요인에 대한 모니터링을 한층 강화하겠다"며 "필요시 상황별 대응계획에 따라 시장안정 조치를 신속히 시행하겠다"고 덧붙였다.
나희재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