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그룹 장자승계 원칙 잇나
미래에셋은 전문경영인 체제 강화
“어느 방식이 좋다는 정답은 없어”
미래에셋, 한국투자증권이 경영권 승계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금융지주는 동원그룹 전통에 따라 장자계승 원칙을 따르는 모습이다. 최근 오너일가 장남이 회사 지분을 장내 매입하면서 경영승계 신호탄을 쐈다.
그런가 하면 미래에셋그룹은 박현주 회장 뜻을 따라 전문 경영인 체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차세대 리더 육성 프로그램인 ‘글로벌 AMP’를 시작하면서 ‘제2의 최현만’ 양성에 나섰다.
한국투자증권 모회사 한국금융지주 김남구 회장의 장남인 김동윤 씨는 지난 11~13일 사흘간 회사의 주식 5만2739주를 장내 매수했다. 주식 취득자금은 총 26억4030만원으로 지분 0.09%를 취득했다.
영국 워릭대학교를 졸업한 김동윤 씨는 지난 2019년 한국투자증권 신입사원 공개채용 전형으로 입사해 현재 경영전략실에 근무하고 있다. 이번 지분매수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개인자금으로 매수한 건”이라고 답했다.
김동윤 씨의 행보는 김남구 회장의 경영권 승계 과정과 닮아있다. 김 회장은 대학 졸업 후 1991년 한신증권(구 동원증권)에 대리로 입사했다. 이후 93년 과장, 94년 차장, 97년 이사, 98년 상무, 99년 전무, 00년 부사장을 다는 초고속 승진 코스를 밟았다.
동원그룹은 지분 증여 과정에서 오점을 남기지 않았다.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은 1991년 김 회장에게 동원산업 주식 55만주를 증여하면서 증여세 61억원을 자진신고·납부 했다. 2004년 김 명예회장은 동원금융지주 주식 433만주를 김 회장에게 추가 증여했다.
그런가 하면 미래에셋그룹은 박현주 회장이 천명한 전문경영인 체제를 공고히 하고 있다. 이러한 박 회장의 원칙은 지난 2021년 미래에셋증권 최현만 수석부회장이 회장 자리에 오르면서 한층 선명해졌다.
창업 멤버인 최 회장은 증권, 자산운용, 생명 등 주요 계열사 대표를 맡아왔다. 지난 2016년에는 대우증권 통합을 진두지휘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1999년 자본금 500억원으로 시작한 미래에셋증권은 작년 자기자본 10조원을 넘는 국내 최대 증권사로 성장했다.
최근 그룹은 계열사 최고 경영진을 대상으로 한 ‘글로벌 AMP(Advanced Management Program)’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미국 하버드, 스탠퍼드대학교 등에서 진행되는 글로벌 연수 프로그램으로 ‘제2의 최현만’을 발굴하기 위한 첫 단계라는 분석이 그룹 안팎에서 나온다.
이번 1기에 선정된 8명은 ▲미래에셋자산운용 최창훈 부회장·이준용 사장·김영환 부사장 ▲미래에셋벤처투자 김응석 부회장 ▲미래에셋자산운용 미국법인 토마스 박(Thomas Park) 대표 ▲미래에셋자산운용 인도법인 스와럽 모한티(Swarup Mohanty) 대표· 닐리쉬 수라나(Neelesh Surana) 투자총괄책임자(CIO)다.
미래에셋그룹 관계자는 “미래에셋은 계열사별로 전문 경영인 체제를 구축해 독립경영을 강화해 가고 있다”며 “고객과 주주가치를 우선에 둔 책임 경영을 통해 글로벌 사업 환경 변화에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응해 글로벌 IB와 경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전문경영인 체제는 한국투자증권이 밟고 있는 오너경영과 비교해 글로벌 스탠다드(선진형 기업지배구조)라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국가별로 경영 풍토가 다른 만큼 어느 쪽이 더 나은지에 대한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은 없다.
한국CXO연구소 오일선 소장은 “오너 경영이 좋은 것인지, 전문경영인 체계가 좋은 것인지에 대한 정답은 없다”며 “우리나라는 (전문경영인이 보편화된) 미국과 다른 경영 토양이 있기 때문에 오너경영, 전문경영인 체제를 이분법적으로 나눠서 어떤 쪽이 꼭 좋다고 단정 지어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오 소장은 이어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오너와 전문경영인이 상호보완 역할을 할 때 최고의 성과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는 말할 수 있다”며 “비전과 책임, 경영 철학이 명확한 오너와 실행력과 경영 능력이 뛰어난 전문경영인이 조화를 이룰 때 최상의 경영 성과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