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 그라운드' 이외 포트폴리오 다각화 숙제
크래프톤이 업종대표주의 위상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발매를 앞둔 기대작이 없음에도 증권가에서 크래프톤에 대한 긍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17일 녹색경제신문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상상인투자증권이 크래프톤에 대한 목표주가와 투자 의견을 유지했다. 해당 증권사가 제시한 목표주가는 29만원이다.
최승호 상상인 증권 연구원은 크래프톤의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7%, 24.3%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PC 부문에서는 성장형 스킨 픽업 종료, 모바일 부문에서는 호요버스 ‘붕괴 : 스타레일’의 중국 내 출시로 인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중국 버전인 ‘화평정영’의 매출 감소를 근거로 들어 예상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산출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도 긍정적 전망이 나온다. 최 연구원은 크래프톤의 내부 개발 스튜디오들이 예정대로 분사된다면 창작환경, 수익성 양 측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글로벌 퍼블리셔를 지향하는 회사의 방향성에 기대를 걸었다.
다른 증권사들도 대체적으로 같은 시각을 공유한다. 유진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은 7월 발표한 투자분석 리포트에서 크래프톤의 밝은 미래를 점쳤다. ’배틀그라운드’가 여전히 회사의 탄탄한 내실을 구축하고 있다는 평이다.
‘배틀 그라운드’는 17년 말 출시한 이후 기록적인 흥행 돌풍을 불러온 게임이다. 크래프톤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출시된 지 6년이 지난 2023년 3월 기준 누적 가입 계정 수는 1억5073만개에 달한다. 비록 핵 유저 이슈로 인한 평가 하락과 유저 이탈이 있었으나, 게임을 부분 유료화로 전환한 후 글로벌 흥행에 박차를 가한 바 있다.
‘배틀그라운드’의 모바일 버전도 매출에 있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역마다 차별화 된 현지화 서비스가 유저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특히 올해 1월, 중국 내 최대 명절인 춘절 시즌에 영화 ‘대화서유’ 콜라보 스킨을 출시해 중국 서버에서의 높은 수익을 올린바 있다. 이러한 서비스에 힘 입어, 2023년 6월 기준 모바일 버전 ‘배틀그라운드’의 누적 매출액이 1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최근 인도 시장에서의 서비스 재개가 흥행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다만 ‘배틀그라운드’를 제외하면 게임으로써 구체적인 성과를 보이지 못했다는 점을 놓고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작년 말 크래프톤은 트리플 A 게임인 ‘칼리스토 프로토콜’을 야심차게 시장에 공개한 바 있다. 명작 호러 SF 게임인 비서럴 게임즈 ‘데드 스페이스’의 정신적 후속작을 자처하며 자신감을 내 비쳤으나, 유저와 평론가들의 혹평을 면치 못했다. 단조로운 레벨 디자인, 얕은 깊이의 전투 시스템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을 드러냈다. 크래프톤 측은 올해 6월 까지 다양한 DLC를 추가하며 게임을 살리기 위한 노력을 전개했으나, 전체적인 평가를 뒤집지 못했다.
더불어 크래프톤 내에서 개발했었던 ‘미스트오버’, ‘엘리온’, ‘뉴 스테이트 모바일’ 등이 컨텐츠나 운영 측면에서 혹평을 받으며 해당 회사의 개발 능력에 대한 의문 부호를 남긴 바 있다.
이에 한 게임에만 크게 의존하는 ‘크래프톤’의 수익 구조가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증권가에서는 외부 게임사에 대한 크래프톤의 꾸준한 투자가 반등의 기회를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크래프톤은 꾸준한 인수활동을 통해 8개의 독립 스튜디오를 거느린 회사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인디게임 ‘저니’를 개발한 미국의 개발사 ‘가든즈’에 투자하는 등 우리나라 게임사 중 외부 게임사에 대한 가장 활발한 투자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러한 행보가 크래프톤의 게임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평이다.
이에 한 게임 업계 관계자는 “크래프톤에 ‘배틀 그라운드’를 제외하면 내세울 만한 게임이 없는 것은 사실이다”라고 밝힘과 동시에 “그러나 지금까지 쌓아온 개발 경험치와 다양한 스튜디오가 가져다 줄 창의성이 곧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웅 기자 game@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