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소유주, 잘못된 자동차등록증에 혼란스러워
-업계, 전기차 보급 속도에 정책이 따라가지 못해
-국토부, 배터리 정보 추가 등 개선안 논의 중인 상황
국토교통부가 몇 년째 전기차 자동차등록증을 개정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11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에 따르면 현재 발급되는 자동차등록증은 내연기관차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서식으로 전기차에 해당하지 않는 배기량, 기통수, 연비 등이 기재된 것으로 확인됐다.
기아 ‘EV6’를 구입하고 지난 4월에 차량을 등록한 A씨는 <녹색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동차등록증을 확인한 후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자동차등록증 상에 ‘배기량 111cc, 기통수 697기통, 그리고 연비가 5.0km/L’라고 기재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A씨는 “처음 자동차등록증을 확인한 후 다른 사람의 자동차등록증과 바뀌었거나 잘못 인쇄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면서, “확인해 본 결과 내연기관차의 자동차등록증에 전기차 제원이 입력돼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유의사항에 사용연료가 전기인 자동차의 경우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서 설명이 되어있다고 해서 읽어봤으나 무슨말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면서, “유의사항을 적어놓는 대신 전기차용 자동차등록증을 별도로 만드는게 더 좋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와 자동차 운전자들 사이에서는 전기차용 자동차등록증을 별도로 만들어야 한다는 불만이 몇 년 전부터 제기됐다. 내연기관차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자동차등록증에 전기차 제원이 입력되면 사실상 ‘가짜 자동차등록증’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토부측은 자동차등록증을 새롭게 만들겠다는 말만 몇 년째 되풀이하고 있다.
국토부 자동차운영보험과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동차 관리법은 내연기관차를 위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전기차와 충돌하고 있는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자동차등록증 개편안 관련해서 현재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구조나 시스템이 달라서 생긴 문제로 해결해야 할 현행 과제 중 하나로 알고 있다”면서, “배터리 정보도 입력하는 등 여러 가지가 논의되고 있는 만큼 개편이 이루어질 것이나 시간이 걸리긴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등록증 개편에 주도적으로 나서야한다고 알려진 국토부 자동차정책과 관계자와 수십차례 인터뷰를 시도했으나 답이 없었다.
국내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은 전동화 전환에 속도를 올리고 있지만, 정부 기관들은 그 속도를 따라오고 있지 못한 것 같다”면서, “정책이나 제도가 신속하게 바뀌지 않으면 기업이나 고객들이 혼란스러워지는 것은 당연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동차등록증 뿐만 아니라 기존 내연기관차 부품사들의 전동화 전환에 따른 보조금, 충전 인프라 구축 의무화 등 정책적으로 뒷받침되지 않는 부분들이 너무 많다”면서, “당장 전기차 보급 확대에 치중해 향후 전기차 관리 및 운영에는 뒷전인 것 같다”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박시하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