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보원과 국가기술표준원도 “우리 소관 아니다”
제조사는 “프로세서 성능으로 경쟁하는 분야 아니라고 판단한 것” 설명
스마트TV를 선택할 때 일반 소비자들은 제품별 애플리케이션 실행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조차 확인할 방법이 마땅찮은 것으로 알려졌다.
5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스마트TV에서 속도에 영향을 주는 부품인 ‘프로세서’의 성능을 표기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을뿐더러, 삼성전자·LG전자와 같은 제조사도 프로세서 성능을 표시할 필요를 못 느낀다고 말해 소비자 권리 침해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가정에서 두 대의 스마트TV를 사용 중인 소비자 A씨는 “스마트TV라고 해서 똑똑할 줄 알았더니 반응 속도가 느려서 불만족스럽다”고 <녹색경제신문>에 말했다. 그는 “넷플릭스를 켜는 데에는 10초가량, 쿠팡플레이는 아예 실행이 안 되기도 한다”고 불편을 토로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모델마다 다른 체감 속도를 문의하는 글이 수두룩하다.
새롭게 스마트TV를 구매하려 해도 참고할 정보가 부족하다. A씨는 “한 두 푼도 아닌데 알음알음 물어서 정보를 구해야 한다니 황당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공식 홈페이지에는 성능이 좋고 나쁨과 무관하게 프로세서 종류가 전 기종 표기됐지만, LG전자의 경우 정가 기준 50만원 이상의 상품에서만 프로세서 종류를 표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오픈마켓에서는 이마저 적혀있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표기를 의무화하는 규정이 따로 없기 때문이다.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에 의하면 전기제품의 경우 안전인증마크, 모델명, 정격전압, 제조업체와 수입국가 등을 표시해야 한다고 나와 있지만, 핵심 부품의 성능을 표시해야 한다는 내용은 없다.
소비자보호원도 국가기술표준원도 본지에 “소관이 아니라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게임 용도로 스마트TV를 쓸 때 확인해야 하는 ‘인풋렉(Input Lag: 사용자 입력이 화면에 반영되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필수 표기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소비자는 사설 업체의 자료를 활용해야 한다.
가전제품 정보 제공 사이트인 Rtings는 2022년 기준 1080픽셀에서 인풋렉이 짧은 순으로 정렬해 삼성전자의 Q80 제품(북미 출시 모델명)이 9.0ms로 제일 성능이 뛰어나다고 발표했다. 1위부터 6위까지 모두 삼성 제품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스마트 TV의 경우 화질 엔진 정보를 명기하고 있다”며 “스마트 TV 모니터의 경우 별도의 화질 엔진 칩이 탑재되지 않기 때문에 표기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품명이 '스마트 TV'라고 되어 있어도 제품 카테고리는 'TV'가 아닌 '모니터'"라고 설명했다.
우연주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