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 관련 미국 기업 투자 신고·신규 MOU 모두 친환경 분야 집중
- 미국 일정 후 남미 출장...'대통령 특사'로 부산엑스포 유치전 나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해 현지에서 친환경 분야를 중심으로 한 양국 간 첨단산업 협력 강화 등 경제협력 외교에 힘을 보탰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수소, 플라스틱 재활용,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그린 비즈니스 분야에서의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둬 양국간 글로벌 스토리 실현에 기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스토리는 글로벌 현지 이해관계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윈윈' 사업 모델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개념이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태원 회장은 이번 방미 기간 투자신고식,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첨단산업 포럼 등 주요 경제협력 행사에 두루 참석하며 SK그룹의 글로벌 투자 및 협력을 이끌어냈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 미국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투자신고식에는 SK가 글로벌 투자 및 협력을 통해 이끌어낸 미국 기업의 국내 투자 건들이 포함됐다. 또 같은 날 산업통상자원부가 개최한 ‘한미 첨단산업·청정에너지 파트너십’ 행사에는 SK그룹 계열사의 신규 MOU(양해각서) 3건이 포함됐다.
특히 해당 투자 및 MOU는 수소, 플라스틱 재활용, 소형모듈원자로(SMR), 블루암모니아 등 그린 비즈니스 분야에 집중됐다.
SK 관계자는 "SK가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글로벌 선도 기업과 긴밀하게 협업해온 것이 결실을 맺어 국내 투자 유치 및 한미 경제외교까지 기여한 것"이라며 "이는 최태원 회장이 경영 화두로 제시한 '글로벌 스토리'의 좋은 모범 사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최태원 회장은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 30여 명의 양국 주요 기업인들과 첨단기술동맹을 강화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최태원 회장은 "기술이 곧 안보인 시대에는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망 구성이 중요하다"며 미국 미시간주에서 추진 중인 차세대 전력반도체용 웨이퍼 공장 건설 투자 등을 소개했다. 또한, 최태원 회장은 테라파워와 함께 2030년까지 SMR(소형모듈원자로)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는 사례도 언급하며 "양국 기업이 기술협력을 통해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며 경제안보 파트너십의 일원으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최태원 회장의 방미 기간에 맞춰 SK, SK이노베이션, SK E&S, SK머티리얼즈 등 SK그룹 주요 계열사는 신규 MOU를 체결하며 글로벌 협력 기반을 구축했다.
SK, SK이노베이션은 한국수력원자력, 미국 소형모듈원전(SMR) 설계기업 테라파워와 '차세대 원전 기술개발 및 사업화를 위한 상호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4개사는 테라파워가 개발 중인 소듐냉각고속로 기반 4세대 SMR '나트륨'의 실증과 상용 원자로 개발을 위해 협력한다.
SK와 SK이노베이션은 작년 8월 테라파워에 2억5000만달러(약 3천억원)를 공동 투자한 데 이어, 이번 계약을 통해 테라파워가 추진 중인 SMR 사업 및 글로벌 탄소감축 사업 개발 기회에 본격 참여한다.
SK E&S는 GE, 플러그파워, HD한국조선해양 등 한미 주요 기업들과 '블루수소 생산·유통·활용을 위한 전주기 사업 투자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세계 최대 블루수소 생태계 조성 사업에 나서기로 했다. 이번 협약은 SK E&S와 수소터빈, 연료전지 및 수소충전소, 선박 등 각 분야 한미 대표 기업이 연 25만톤 규모의 블루수소 생산기지를 구축하는 '보령 블루수소 사업'에 긴밀히 협력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협약을 계기로 블루수소 생태계 구축에 6조7천억원의 대규모 직접투자가 이뤄져 10만5000명의 일자리와 59조원 규모의 사회·경제적 편익을 창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SK머티리얼즈는 미국의 글로벌 에너지 기업인 엑손모빌과 탄소 포집·저장(CCS) 기술 및 블루암모니아 등 청정 에너지 분야 사업협력을 강화하는 MOU를 체결했다.
특히 최태원 회장은 그간 SK가 조지아주에 배터리 생산공장을 운영하는 등 역점을 둔 바 있는 그린 비즈니스 파트너십을 진두지휘하며 수소·원전·청정 에너지 등으로 확장했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해 7월 미국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화상면담을 갖고 반도체·배터리·그린·바이오 등 핵심 성장동력 분야에 대규모 신규 대미 투자 계획을 천명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미국 내 한국기업 공장 중 처음으로 미시간주에 위치한 SK실트론 CSS공장을 방문했다. 이는 양국 간의 경제협력 모델의 대표적 사례로 상기시킨 것.
글로벌 수소에너지 선도기업인 플러그파워가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국내에 대규모 투자를 발표한 것은 SK그룹과 오랜 기간 이어져온 협력에 따른 성과였다.
SK와 SK E&S는 2021년 플러그파워에 16억달러(약 1조8천억원)를 투자해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이어 SK E&S는 플러그파워와 합작법인(JV)을 설립해 아시아 시장에서의 수소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 중이다.
SK E&S와 플러그파워는 합작법인 'SK 플러그 하이버스'를 통해 국내 수소산업에 총 1조원을 투입한다. 합작법인 지분율에 따라 SK E&S가 5천100억원, 플러그파워가 4천900억원을 각각 부담한다. 'SK플러그 하이버스'는 수소기술 R&D 센터 및 수소 핵심설비 생산기지인 기가팩토리를 만들고 수소 연료전지와 전해조 설비의 대량 생산체계 구축에도 나선다. 또 국내 액화수소충전소 구축 및 운영에도 투자할 계획이다.
플라스틱 재활용 기업인 퓨어사이클 테크놀로지(PCT)의 국내 폐플라스틱 재활용 시설 투자 역시 SK와의 긴밀한 사업협력의 결과다. PCT는 폐플라스틱에서 오염물질, 냄새, 색을 제거한 초고순도 재생 폴리프로필렌을 뽑아내는 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SK지오센트릭이 작년 3월 PCT에 5천500만 달러(약 680억원)를 투자해 지분을 확보했다. 이어 같은 해 10월에는 양사가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체결하고 울산에 공동투자를 진행하기로 했다.
합작법인은 재활용 플라스틱 생산공장의 연내 착공을 목표로 협업 중이며, 2025년까지 세계 최초 플라스틱 재활용 단지인 울산ARC를 함께 조성할 계획이다.
한편, 최태원 회장은 워싱턴 DC 방문을 계기로 미국 싱크탱크 관계자들과 만나 한미 경제협력 확대, 공급망 전망 등에 대해 논의했다. 최태원 회장은 지정학적 경쟁, 기후변화 및 에너지 전환 등 급변하는 국제 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해 나가야 하는 필요성을 강조와 함께 다양한 전문가들의 협조를 당부했다.
최태원 회장은 미국 일정을 마친 후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남미 주요 국가를 방문해 2030 부산세계박람회(부산엑스포) 유치 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최태원 회장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물론 부산엑스포 유치위원회 공동 위원장을 맡고 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