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험사, 위험 예측 어려움 상존...표준화된 진료체계 미흡
- 정부, 제도개선 움직임 활발...보험사도 맞춤형 상품개발 필요
반려동물 진료비 부담이 크다는 인식이 강하지만 펫보험 가입률은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보험사들도 리스크 관리를 위한 표준화된 진료체계 등이 미흡해 펫보험 판매에 소극적인 모양새다.
15일 국내 손보사 한 관계자는 "반려동물의 의료비용을 보장하는 펫보험은 일부 손보사에 집중돼 있는 등 비경쟁적 시장구조로 가입률 역시 극히 저조한 수준"이라며 "통상 보험회사가 위험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통계를 기반으로 한 손해율 관리가 필요한 만큼 반려동물의 표준화된 진료항목 부재 등은 펫보험 활성화를 막고 있는 주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김경선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의 '반려동물보험시장의 현황과 과제'에 따르면 반려동물의 의료비 부담 증가에도 불구하고 이를 보장하는 반려동물보험 가입률은 0.8%에 불과했다. 스웨덴 40.0%, 영국 25.0%, 미국 2.5% 등 다른 선진국과 비교할 때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지난 2021년 한국소비자연맹 설문조사 결과, 반려동물의 1회 평균 진료비 지출 비용은 약 8만4000원이고 82.9%의 소비자가 동물병원 진료비가 부담된다고 응답했다.
김경선 위원은 "인구구조 변화와 코로나19 영향으로 반려동물 입양이 증가하고 반려동물 고령화와 의료 기술의 발달로 동물병원 진료비 부담이 증가하고 있지만 반려동물보험 가입률은 극히 저조한 상황"이라며 "당국은 동물병원마다 상이한 진료체계를 표준화할 필요가 있고 보험회사는 반려동물보험의 보장내용을 세분화하는 등 다양한 소비자 욕구에 맞춤형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이 보험사들은 반려동물보험 판매에 적극 나서지 못하는 배경으로 손해율 관리 및 보장한도 확대 어려움을 꼽고 있다. 동물병원 마다 제각각인 진료비용 등으로 소비자 불만이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동물병원의 질병명 및 진료행위 명칭·코드가 표준화돼 있지 않고 동물병원 간 진료비 편차가 크고 수의사는 진료기록부 발급도 의무화돼 있지 않다. 결국 보험사들은 합리적인 보험료·보상한도 산출 및 신상품 개발에 한계가 존재할 수 밖에 없다.
반려동물의 내장형 등록률 역시 절반 수준에서 정체돼 있으며 이미 등록된 반려동물 관리 미흡도 펫보험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요인이다.
반려동물보험 가입 시 개체 식별 및 연령 판별이 필요한데 반려동물 사진만으로는 완벽한 신원 확인이 어렵고 보험계약자의 도덕적 해이 가능성도 배제할 수도 없다. 동물등록은 내·외장현 무선식별장치로만 가능하며 인위적인 조작이 불가능한 내장형으로 신규 등록한 반려견은 지난 2021년 기준 46.6%에 그치고 있다. 반려묘는 등록 의무화 대상도 아니라서 전체 반려묘 225만 마리 중 0.7%만이 등록된 실정이다.
반려동물보험 보험금 청구전산화 시스템 미비도 펫보험 활성화의 걸림돌이다. 소비자의 보험금 청구의 불편함이 크고 보험회사는 보험금 지급심사 및 손해율 관리가 어려워서다. 청구전산화를 위해서는 진료기록부 작성 시 전자차트 활용과 진료기록부의 외부 제공 등이 동물병원 참여가 필수적인데 수의사들의 거부감이 높은 상황이다.
다만 윤석열 정부에서 반려동물 의료비 부담 완화를 위한 제도 개선 등이 추진되고 있어 펫보험 활성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 국정과제에 '팻보험 활성화'가 포함되면서 농림축산부와 금융당국 등 정부 차원의 제도 개선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금융위는 지난해 11월 '1사1라이선스' 허가정책을 유연화함에 따라 기존 종합보험회사와 상품종목을 분리한 자회사 형태의 반려동물보험 특화 단종보험사의 펫보험 시장 진입이 가능해졌다.
보험사 역시 동물병원과의 제휴 또는 경영지원을 통해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진료체계 및 진료비 표준화가 실현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는 만큼 우선 의료공급자의 도덕적 해이를 통제하기 위해서는 동물병원 등과의 네트워크 구축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보험사들은 다양한 펫보험 상품을 개발하고 부가서비스 제공을 통해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에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김 위원은 "반려동물의 연령, 품종 등에 따라 보장범위, 보험료 등을 다양화해 소비자의 요구를 총족할 수 있도록 보장을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며 "반려동물보험의 가입률 및 소비자 접근성 제고를 위해 판매채널도 다변화하고 가입 상담을 통해 소비자에 대한 홍보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덕제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