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승주 사장, 외형 확장 승부수 통할지 업계 관심 집중
- GA 영업지원 플랫폼 '오렌지트리'로 효율성 극대화 방안도 마련
- 장기적 관점의 경영내실화와 리스크 관리 역량도 강화
글로벌 경기침체와 공급망 불안이 장기화되며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은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됐다. 국내 기업들은 위기 극복에 대한 강한 도전정신으로 신성장 동력 발굴에 주력하는 분위기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그간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창출해 성장해왔다. 이에 <녹색경제신문>은 위기 돌파를 향한 경영자 및 기업의 노력과 성과 등 주요 사례를 심층 취재해 '위기는 기회다' 연간 기획 시리즈로 연재한다. [편집자 주(註)]
올해는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와 경기 둔화가 본격화될 전망으로 보험산업의 저성장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생명보험업계의 경우 주력상품인 종신보험과 저축성 보험의 판매 부진이 점쳐지는 가운데 경기 악화에 따른 보장성보험의 위축도 성장 여력를 제한할 것으로 관측된다. 다수의 생보사들이 수익성 안정화를 위해 보수적 경영 전략을 내세우는 이유다.
이같은 생보업계 환경 속에서 한화생명의 연초 영업력 강화 행보는 업계 주목을 받기에 충분하다. 여승주 한화생명 사장이 전방위 판매채널 확장을 통해 위기 극복의 승부수를 던졌다는 평가다.
한화생명은 지난 1월 2일 한화생명의 판매자회사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를 통해 '피플라이프' 인수를 완료했다. 피플라이프는 국내 GA(법인보험대리점)업계 6위권의 대형사다.
한화생명은 이번 인수를 통해 한화생명금융서비스, 한화라이프랩, 피플라이프 등 GA 3개사를 보유하게 됐으며 2만5000여명의 초대형 GA 조직 규모를 갖추게 됐다.
여승주 한화생명 사장은 "이번 피플라이프 인수는 설계사 몇 명, 월초 몇 억 등 단순한 규모의 확대가 아니다"라며 "고객과 설계사에게 최선의 이익을 제공할 수 있도록 GA시장에서 공정한 경쟁과 변화를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험업계 GA는 이미 보험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판매 채널로 성장한 것으로 풀이된다.
GA(법인보험대리점)는 보험회사와 독립적인 위치에서 보험상품 판매업무를 수행하며 주로 보험설계사를 통한 대면영업 방식을 택하고 있다. 자사의 상품만을 판매하는 보험회사의 전속영업조직과는 달리 GA는 여러 보험회사와의 제휴를 통해 소비자에게 다양한 상품선택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이같은 장점을 통해 무서운 속도로 몸집을 키워온 GA들이 이제는 보험사들의 시장점유율에도 영향을 미칠 정도로 지배력이 강화됐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으로 GA채널을 통한 보험상품 신계약 판매비중은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에서 각각 40.4%, 58.2%로 집계됐다. 또 이 기간 GA에 소속된 설계사 인력은 24만명으로 전체 설계사 인력의 60%에 육박한 수준으로 불어났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GA는 여러 회사 상품을 비교 분석할 수 있는 장점으로 보험 영업시장의 지배력을 강화해 왔다"며 "기존 보험사들도 전속조직 중심의 전통적 영업방식으로는 더 이상 판매경쟁력 유지에 한계가 드러남에 따라 자회사형 GA 등 영업조직 분사 움직임이 활발하다"고 설명했다.
여승주 사장의 GA를 중심으로한 영업력 극대화 전략은 이미 예견된 수순이었다. 생보업계에서 선도적으로 '제판분리'를 단행하면서다.
한화생명은 지난 2021년 3월 1만9000여명의 설계사로 구성된 초대형 판매전문회사 '한화생명금융서비스'를 출범시켰다. 출범과 동시에 GA업계 1위로 올라서며 대형 생명보험 3사 중에는 처음으로 제판분리를 통해 GA업계에 진출했다.
디지털 혁신과 코로나가 불러온 보험산업의 위기상황을 '제판분리'를 통한 패러다임 전환으로 극복하겠다는 각오였다. 그동안의 수익성 유지 등의 지키는 경영방식을 벗어나 새로운 공격 모드로 전환한 것이다.
하지만 한화생명은 단순한 외형 확장뿐만 아니라 GA 조직의 효율성 극대화 방안도 마련했다. 올해 처음 선보인 GA 영업지원 플랫폼 '오렌지트리'를 시작으로 디지털GA로의 도약도 꾀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GA업계 최초로 판매제휴를 맺은 모든 보험사들의 영업지원시스템을 하나의 시스템에서 구현할 수 있어 GA 환경에 최적화했다.
이같은 한화생명의 디지털 역량과 함께 피플라이프의 차별화된 채널 강점도 상호보완적 시너지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기존 한화금융서비스는 개인영업 분야 고객 확장에 강점을 두고 있는 반면 피플라이프는 법인영업에 경쟁력을 갖추고있기 때문이다.
한화생명은 이번 인수 작업을 총괄할 인수위원장으로 구도교 한화생명금융서비스 대표를 내세워 구체적 인수 작업에도 상당한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모회사 대표가 직접 인수위원장을 맡는 것은 이례적 사례로 꼽힌다.
여승주 한화생명 사장은 "피플라이프 인수는 초우량 GA로 도약하기 위한 성장전략의 일환"이라며 "이번 인수를 통해 영업 전문성을 더욱 강화하고 '함께 멀리'의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고객의 삶에 새로운 가치를 더하는 최적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아울러 시장 확대에 따른 수익성 우려에 대해서는 상품 설계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조직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올해 도입되는 신(新) 회계제도 도입에 따라 경영 내실화와 리스크 관리 역량 강화도 중점 과제"라며 "수익성 높은 보장성보험 판매 확대와 자본 변동성 축소 등을 통해 재무건전성 관리를 지속해 나갈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한화생명은 이번 피플라이프 인수에 따른 사명 변경이나 브랜드이미지 등은 한동안 그대로 유지할 방침이다. 당분간 'Two Company 전략'을 유지하면서 피플라이프의 경쟁력을 고도화하고 한화생명금융서비스와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통상 보험업계에서는 설계사 수가 매출로 직결되는 만큼 이번 한화생명의 피플라이프 인수는 GA시장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저출산·고령화 등 가속화되고 있는 시장환경 변화에서 고객 니즈에 최적화된 상품을 개발하고 적시에 영업현장에 제공하는 '토탈 종합 금융서비스'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덕제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