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적 성과는 미지수...수십억 투자금 행방은 어디로
빗썸이 신사업을 명목으로 싱가포르에 투자를 펼친 가운데, 이것이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을지를 놓고 회의적인 시선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빗썸이 주력 사업과 전혀 관련이 없는 분야에 싱가포르를 통해 투자를 펼친 것은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수익성 부분에서 의문부호가 붙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2일 녹색경제신문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빗썸은 최근 싱가포르에 기반을 둔 대학생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켐퍼스(Kempus)'에 300만달러(약 40억원) 규모의 투자를 펼쳤다.
켐퍼스는 익명 직장인 '블라인드'와 유사한 글로벌 대학생 커뮤니티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현재는 미국 대학생을 대상으로 서비스하고 있고, 향후 다른 국가로 확장할 계획이다.
하지만 켐퍼스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토대만 갖춰진 건물처럼 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켐퍼스를 통해 대학과 관련된 의견을 내놓은 회원은 전무한 수준이다.
미국 대학교를 주로 다루면서도 본사를 싱가포르에 둔 점 역시 이해할 수 없는 행보다. 주무대인 미국에서 인지도를 쌓기 어렵고 미국 대학교와 접촉해 사업을 펼치는 일을 놓고서도 방법을 알 수 없다는 의견이 뒤를 따른다.
수익성 측면에서도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가 어떤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지 역시 미지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도 아직까지 뚜렷한 수익 구조가 없는 상황에서 켐퍼스가 투자받은 만큼의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바라보는 업계 관계자들은 거의 없다.
빗썸은 지난해 6월에 싱가포르에 '비 언바운드'를 설립하며 초기 자본금 200만100달러(약 26억8000만원)를 투자한 바 있다. 이것이 초석이 돼 대학 리뷰 커뮤니티인 켐퍼스로 발전했다. 투자금을 모두 합하면 66억8000만원에 달할 정도로 적은 금액이 아니다.
과거에도 빗썸은 비버스터, 알디엠체인 등 다수의 해외 기업을 종속회사로 뒀다. 하지만 이들 기업은 이정훈 전 의장이 빗썸 지분을 보유하기 위해 설립했거나 이미 서비스 운영을 종료했는데, 켐퍼스 역시 이와 같은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편 싱가포르는 조세피난처로 악명이 높은 국가다. 조세피난처는 세제 혜택이 좋고, 회사법 등의 규제가 적어 기업체에 유리할 수 있지만, 모든 금융거래의 익명성이 보장돼 탈세와 돈세탁용의 온상이 되기도 한다. 법조계에 따르면 싱가포르에 회사를 만드는 데 필요한 서류는 몇 가지 정도고 이를 대행하는 로펌 수수료는 1000달러 내외다.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빗썸이 신사업을 위해 투자를 펼친 것으로 보이지만 결과물을 보면 진전이 없는 것 같다"면서 "수십억에 이르는 투자금이 어떻게 쓰였는지 밝히지 못한다면 논란을 빚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금재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