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진출 기업 늘어나 금융기관도 따라가는 모양새...아직까진 미미한 수준
스마트폰 출하량 세계2위...핀테크 금융와 디지털 플래폼 급성장할듯
시중은행들의 인도 진출이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그간 시중은행들은 국내시장에서의 강도 높은 대출 규제와 더불어 영업 기반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한계점을 벗어나고자 해외 진출을 적극 추진했다. 아직 인도 내 시중은행의 실적이 미미한 수준이지만 잠재력이 커 시장 공략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28일 녹색경제신문 취재결과를 종합해보면 최근 인도는 정부의 적극적 투자유치 정책·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중국의 대체 생산기지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의 ‘탈(脫)중국’ 행보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이와 맞물려 시중은행들의 인도 시장 개척이 더욱 탄력받을 전망이다.
금융당국도 최근 정부가 발표한 '인도·태평양 전략'에 맞춰 적극 지원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9일 주한 아세안·인도 대사 초청 만찬 간담회에서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국내 금융회사들이 기간사업 지원을 통해 한국의 빠른 경제성장을 뒷받침해 온 경험이 있다"며 "아세안·인도의 모바일 인프라와 사용인구를 감안할 때, 국내 금융회사들이 핀테크 및 디지털 금융 등에서도 최적의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당국도 정부 차원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적극 지원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신한은행의 경우 1996년 시중은행 중 최초로 인도 뭄바이에 지점을 개설 후 가장 많은 6개의 지점을 운영 중이다. 현지법인은 따로 설립하지 않았으나 인도 현지 환경에 최적화한 모바일뱅킹 앱인 '쏠(SOL) 인디아'를 지난 2020년 출시했으며 한국계 은행 최초로 실시간 송금 시스템을 적용했다. 또 지난 4월 한국관광공사와 업무협약을 통해 ‘Let’s go, Korea 적금을 출시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단기적으론 추가적인 지점 설치나 투자에 대한 계획은 없으나 현지화에 맞춘 전략을 다방면으로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의 경우 2019년 구루그람에 1호 지점을 개설했으며, 3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첸나이와 푸네 두 곳에 신규 점포를 개설할 예정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한국계 기업 및 우량 현지 기업 대상 기업금융을 확대할 예정이며, 유가증권 운용 고도화 등을 포함해 인도 내 영업망 확대를 통한 현지 네트워크를 강화해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의 경우에도 현재 3개의 지점을 운영 중이며, 기업금융시장 위주의 영업 정책을 진행 중이다. 또 지난 2019년 뭄바이에 IB(투자금융) 데스크를 설치했다. 우리은행은 국내 인수금융 주선 역량을 활용해 인도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신규 딜(Deal)을 발굴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해 나갈 계획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인도지역에 영업망 확대는 현재 추진 중인데 현지 감독 당국의 승인이라던가 절차적인 부분도 있어서 내년에 확대 여부는 미정이며 기업금융 중심으로 당분간 운영 예정이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의 경우 현대차 영업을 위한 첫 지점을 설립한 이후, 현지화를 통해 인도 기업대상 영업을 늘릴 예정이다. 지난 3월엔 인도 제약사인 글렌마크의 지속가능성 연계 대출사업에 참여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디지털리테일 기반 강화를 위한 현지 빅테크·플랫폼 업체와 제휴 강화해 나갈 예정이며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맞춰 영업 전략을 추진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농협은행의 경우에도 최근 인도 중앙은행으로부터 노이다지점 설립 본인가를 획득했으며, 오는 2023년부터 본격적인 영업을 개시할 계획이다.
제조기업들의 차이나리스크에 따른 ‘탈(脫)중국’ 행렬과 더불어 시중은행들이 인도 진출에 주목하는 또 하나의 포인트는 'IT강국'이라는 점이다. 인도는 14억 내수 인구를 바탕으로 2021년 기준 스마트폰 출하량 1억6900만대로 중국에 이어 2위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인도의 경우 스마트폰 보급률이 단기적으로 급상승하고 있다"면서 "이와 더불어 핀테크 금융과 디지털 플랫폼 활용도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 디지털화를 바탕으로 금융소외층들의 시장참여가 커질 것이다"라면서 "국내 시중은행들의 디지털플랫폼 기반 리테일 시장 진출이 활성화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아직까지 시중은행들은 인도 내 코로나 재유행으로 인한 인도 당국의 폐쇄적 정책과 더불어 내년도 세계 시장의 불확실성이 예상되는 만큼 적극적인 투자전략은 미정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시장 잠재력이 높은 만큼 기업금융 부문뿐만 아니라 소비자금융 부문에서도 현지 금융기업과 전략적 제휴·인수합병을 통한 현지화 전략을 바탕으로 진출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나희재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