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대비 90배 증가…이자보상배율 0.9
SK증권, 영업이익 대비 저축은행 이자비용 80%
지난해 저축은행을 인수한 다올투자증권, SK증권이 불어난 이자비용에 허덕이는 모습이다. 최근 금리인상에 더해 은행 간 예·적금 유치경쟁에 저축은행 이자비용이 큰 폭 뛰었다. 6일 기준 저축은행 12개월 정기예금 금리는 5.51%로 작년 같은 날(1.89%) 대비 약 3배 증가했다.
여기에 지난 7월 법정최고금리가 20%로 제한되면서 이자마진은 줄어드는 추세다. 이러한 여파로 5대 저축은행(SBI·OK·웰컴·한국투자·페퍼) 3분기 누적 순이익은 전년 대비 23.5% 쪼그라들었다.
금리인상 초반에 저축은행을 품은 다올투자증권은 이자수익 덕을 톡톡히 봤다. 지난 1분기 저축은행이 200억원대 순이익을 내면서 분기최대 실적을 거두기도 했다.
다만 조달금리가 점차 높아지면서 이자비용 부담도 산더미처럼 쌓이고 있다. 올 3분기 누적 다올투자증권 예수부채는 4조3000억원으로 저축은행을 품기 전인 2020년 말(5000억원) 대비 8배 넘게 증가했다.
이러한 예수부채에서 발생한 이자비용은 705억원으로 작년 3분기 대비 약 90배 증가했다. 이를 더한 전체 이자비용은 전년 대비 6배 증가한 1331억원이다.
문제는 바짝 위축된 영업이익이 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324억원이다. 이자비용을 영업이익으로 나눈 이자보상배율은 0.9다. 영업으로 번 돈을 모두 이자를 갚는 데 사용해도 부족하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다올투자증권 관계자는 “저축은행 편입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예금이 증가하면서 이자비용이 높아진 걸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다올증권은 최근 이익창출 능력이 감소함에 따라 정규직 희망퇴직, 태국법인 매각추진 등 비용감축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관계자는 “아직까지 조직개편 등 확정된 부분은 없으나 부동산 시장이나 업계 전반이 어렵다 보니 인력감축이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는 작년 MS저축은행을 인수한 SK증권에서도 반복된다. SK증권의 3분기 예수부채는 1조1000억원으로 2020년 말 대비 약 50% 증가했다. 작년 3분기 예수부채 조달금리는 0.09%였으나 이는 올해 0.99%로 11배 늘어났다.
다만 다올저축은행과 비교해 MS저축은행의 여신규모가 약 10배 작은 만큼 전체 이자비용 중 예수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적은 편이다. 은행에서 발생한 이자비용은 총 70억원으로 전체 이자비용 670억원 중 10%가량을 차지한다. 다만 영업이익의 80% 수준으로 이익창출능력과 비교해 부담이 큰 편이다.
다올증권과 달리 SK증권은 차입금이자가 두 배 늘어난 게 이자비용을 키운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3분기 누적 차입금 이자는 177억원이다. 금리인상 여파에 이자율이 작년 3분기 0.86%에서 2.57%로 3배가량 불어난 영향이 크다.
이렇게 쌓인 SK증권의 3분기 누적 이자비용은 670억원으로 영업이익 85억원을 약 8배 뛰어넘는다. 영업으로 번 돈으로 이자만을 감당하는 일도 턱없이 어렵다는 의미다.
이 가운데 SK증권은 이달 MS저축은행 재무개선을 위해 현금 180억원을 출자하면서 재무건전성에 빨간불이 들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양대 신용평가사인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달 25일 해당 출자 건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표명하고 향후 회사의 이익창출력, 유동성 대응능력 등을 집중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한 국내 신평사 관계자는 “정기 평가 전이라 신용등급 하락 여부 등에 관해 언급하긴 어렵다”면서도 “(SK증권뿐 아니라) 증권사 전반이 유동성이 좋지 않다. 대부분 부동산 PF 영향으로 이 부분을 평가에서 면밀히 볼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