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나서 거래소 집중된 권한 조정해야
국내 유력 디지털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인 DAXA가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정부 기관이 아님에도 독단적으로 암호화폐 상장과 상장폐지를 결정할 수 있어 지나치게 많은 권력이 쥐어진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1일 녹색경제신문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지난 24일 업비트와 빗썸 등 다수의 거래소는 공지를 통해 위믹스(WEMIX)의 거래지원 종료가 결정됐다고 공지했다.
이는 업비트와 빗썸, 코빗, 코인원, 고팍스 등 국내 주요 5대 가상화폐 거래소로 구성된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 DAXA의 결정에 따른 것으로, 다른 거래소에도 적용된다.
이후 위믹스는 큰 시세 폭락을 겪었다. 2000원이 넘던 위믹스 가격은 66% 넘게 하락하며 700원대로 주저앉았다. 대부분의 위믹스 투자자들은 완전히 패닉에 빠졌다. 탄탄한 사업구조를 갖고 있던 위메이드의 암호화폐가 상장폐지될 수 있다고 생각하던 투자자들은 거의 없었다.
사태의 당사자인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어 "업비트가 갑질을 했다"고 주장했다. 유통량 오류를 놓고 충분한 소명을 했고 얼마든지 추가 자료를 제출할 뜻을 내비쳤음에도 일방적으로 업비트가 상장폐지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업비트를 비롯한 DAXA가 이렇듯 무소불위의 권력을 쥐게 된 배경에는 지난 5월 일어났던 테라·루나 사태가 존재한다. 해당 이슈가 발생한 뒤 여당이 가상자산특별회 간담회를 열고 거래소들에게 왜 미리 몰랐냐고 질타하면서 결성된 자율규제 조직이 DAXA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위믹스 사태를 살펴보면 DAXA가 투자자를 보호하는 일보다 권력을 휘두르는 일 자체에 몰두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믹스 상장폐지로 인해 큰 손해를 볼 개인투자자들이 많다는 것을 알면서도 문제를 개선하는 것보다 극단적인 방법인 상장폐지를 결정했다는 것을 놓고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온다.
더욱 큰 문제는 위믹스 상장폐지에 대한 공시가 나오기 전에 이미 언론에 관련 내용이 유출됐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일부 해외 거래소에서 위믹스 선물 거래 '숏(매도 포지션)'에 자금이 몰려 이익을 본 사람들이 다수 존재한다는 점을 놓고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시장 불안을 심화시킬 수 있는 내용이 공시보다 먼저 유출됐다는 점을 문제삼고 있는 것이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DAXA의 자격 논란에 대해 공적인 기능을 부여받은 만큼 상폐 결정권한이 충분히 있다고 주장했다.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 역시 특정 가상자산의 거래를 지원하는 것은 대형 백화점이 특정 브랜드를 입점시키는 것과 같은 정도의 의미라며 의견을 보탰다.
하지만 대부분의 암호화폐 업계 관계자들은 대형 백화점과 거래소를 비유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바라본다. 백화점이 한 브랜드를 퇴출시킨다고 해서 소비자들이 피해를 볼 일은 거의 없지만 암호화폐가 상장폐지되는 경우 투자자들이 막심한 손해를 입게 되기 때문이다. 국내 암호화폐 시장에서 DAXA에 지나치게 많은 권력이 집중돼 있다는 점을 놓고 문제삼는 의견도 뒤를 따른다.
한편 이번 계기로 국내 거래소에서 해외 거래소로 보유 암호화폐를 옮기겠다고 결정한 개인투자자들이 많은 상황이다.
한 개인투자자 A씨는 "위믹스가 국내 거래소에서 상장폐지된다고 해도 위메이드의 사업 성과에 따라 시세 회복이 가능하다고 생각해서 해외 거래소로 보유 위믹스를 전량 옮겼다"고 말했다.
위메이드는 지난 29일 위믹스 거래지원 종료결정 효력을 정지시키기 위한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했다.
만약 법원에서 위메이드의 손을 들어준다면 DAXA의 행보에도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더이상 쉽게 상장된 암호화폐를 상장폐지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위믹스 역시 다시 국내 거래소에 상장되며 시세 회복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힘을 받는다.
일각에서는 거래소에 쥐어진 과도한 권한을 놓고 정부가 먼저 나서 분산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상장폐지에 앞서 정부의 허가를 받는 방식으로 투자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DAXA가 위믹스를 상장폐지하는 과정에서 억지스러운 부분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거래소에 집중된 권한을 정부가 나서 조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금재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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