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자금시장 경색 등 빅스텝 부담 작용
“내년 두 차례 인상, 최종금리 3.75%p 전망”
한국은행이 24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0.25%p 인상했다. 지난 4월에 이은 6차례 연속 인상이다. 이로 인한 기준금리는 3.25%다. 한 달여 전까지만 해도 빅스텝(기준금리 0.5%p 인상) 전망이 우세했으나 경기침체 우려 등에 속도조절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달 금리를 인상한 배경에는 물가 영향이 크다. 7월 이후 하락세를 보이던 물가는 지난달 다시 고개를 들었다.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5.7% 증가했다. 앞서 CPI는 7월 6.2%, 8월 5.7%, 9월 5.6%로 하락세를 띄었다.
다만 환율 변동 폭이 가라앉으면서 빅스텝 부담이 낮아졌다. 지난 9월 22일 원·달러 환율은 약 13년 만에 1400원을 돌파한 후 10월까지 상승세를 유지해왔다. 그러다 이달 들어 환율 1400원대 아래로 내려왔다.
이달 초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속도 조절론을 시사한 영향이 크다.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의원 상당수(substantial majority)는 곧 금리인상 속도조절에 나서는 게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다소 시차를 두고 통화정책 영향을 지켜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국내 단기 자금시장 경색도 빅스텝 부담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 9월 말 발생한 레고랜드 사태로 회사채 금리가 급등하며 기업들의 자금조달 부담이 부쩍 높아졌다. 정부가 50조원 규모의 유동성 지원을 시행했지만 자금난은 장기화되는 흐름이다. 이 가운데 기준금리까지 올라갈 경우 기업부담이 더 커질 것이란 진단이 나왔다.
경기침체 전망도 속도조절을 이끌었다. 이달 경제개발협력기구(OECD)는 우리나라의 내년 경제성장률을 기존 2.2%에서 1.8%로 하향 조절했다. 가계 부채부담 확대에 따른 민간소비 모멘텀(동력) 저하 등이 주요 경기 하방요인으로 꼽혔다.
이러한 배경에 한은 내부에서도 금융안정론이 거론되기도 했다. 서영경 한국은행 금통위원은 지난 15일 열린 한 포럼에서 “경기 부진이 우려되는 경우에는 긴축기조를 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지난 10월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한 만큼 지금은 대내 금융안정에 초점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는 의견을 밝혔다.
연내 마지막 금통위를 끝마친 시장 관심은 이제 최종 금리수준으로 쏠린다. 내년에도 여전히 물가 목표치(2%)를 웃도는 고물가 흐름이 유지될 전망이다. 또 연준이 속도만 늦췄을 뿐 최종금리는 지금보다 1%p가량 더 높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 때문에 한은도 내년도 추가 금리인상을 통해 이 격차를 지속해서 좁힐 가능성이 크다.
대신증권 공동락 연구원은 “2023년 1분기 2회 금통위에서 각각 0.25%p씩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하며 3.75%가 이번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의 최종 수준으로 예상한다”며 “최종금리까지 인상된 이후 연말까지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한다. 목표치를 내년에도 상회하는 물가 수준으로 인해 곧바로 인하 기조로의 전환은 어려울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