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조위, 보이스피싱 관련 지급정지 업무 수행상 과실에 대한 손해배상 결정
# 지난해 7월 보이스피싱 피해자 A씨는 보이스피싱 사기범이 자녀를 사칭해 신분증, 은행 계좌번호 및 비밀번호 등을 알려달라는 SNS메시지에 속아 자신의 휴대전화에 원격 제어 프로그램을 설치했다.
사기범은 탈취한 피해자 A씨의 개인신용정보와 원격제어된 A씨의 휴대폰을 이용해 한 금융회사로부터 비대면 대출을 받은 이후, B금융사 계좌에 대출금을 입금하고 이중 일부를 제3자 명의의 C금융사 계좌로 송금했다.
그 사이 피해자 A씨는 보이스피싱 사기를 인지하고, B사에 지급정지를 요청했고 B사 직원이 B사 계좌는 지급정지했으나 C사에 대한 지급정지 요청을 지연하는 사이 사기범은 C사 계좌에서 대출금을 인출했다.
2일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이하 분조위)는 이같이 피해자의 지급정지 요청을 받은 금융회사가 잘못된 업무매뉴얼에 따라 지급정지 요청을 지연해 발생한 손해를 배상하도록 결정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지급정지 요청이 지연되는 사이 자금이 출금돼 피해자의 금전적 손실이 발생한 것"이라며 "금융회사의 지급정지 조치가 정상적으로 처리됐으면 피해자의 손해 규모를 줄일 수 있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최근 교묘해진 메신저피싱의 경우 개인정보 탈취후 비대면으로 휴대폰을 개통하고 비대면 금융거래로 자금을 편취한다"며 "금융소비자는 자기명의 휴대전화 및 본인 계좌현황을 신속히 파악하고 필요시 해당계좌에 대해 지급정지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카카오톡 등을 통해 대출빙자·기관사칭 피싱 및 친구 미등록 해외발신자로부터 메시지를 수신한 경우 메시지 내용을 단순히 믿지 말고 메시지의 진위여부를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 따르면 피해신청을 받은 금융회사는 다른 금융회사의 사기이용계좌로 피해금이 송금 또는 이체된 경우 다른 금융회사에게도 지급정지를 요청해야 한다.
대부분의 금융회사는 이같은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의 취지에 맞게 피해신청 접수시 다른 금융회사로 송금 또는 이체 여부를 적극적으로 파악한 후 신속히 다른 금융회사에 지급정지를 요청하고 있다.
다만 지급정지 요청에 다소 시간이 소요됐다는 점만으로는 금융회사에게 책임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지만, 이번 분조위 결정 건의 경우 업무매뉴얼이 잘못돼 다른 금융회사에 대한 지급정지 요청이 늦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가 있었던 점을 크게 고려해 배상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분쟁이 제기된 금융사의 업무매뉴얼에는 금융회사가 적극적으로 송금 또는 이체 여부를 확인하지 아니하고 피해자가 이체날짜와 이체금액 등을 특정해 요청하는 경우에만 다른 금융회사에 대해 지급정지를 요청하도록 돼 있었다. 이에 따라 피해자가 이체 여부 등을 추가로 확인하는데 시간이 소요됐고 그 사이에 출금된 금액에 대한 배상책임을 인정한 사례다.
법원 판례에도 지급정지와 관련해 금융회사의 불법행위와 발생된 손해의 인과관계가 확인된 경우에는 금융회사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윤덕제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