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호 "국책은행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 필요"
산업은행이 정책자금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한 항공사로부터 수조원대 예금을 유치해 비판 여론에 휩싸이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큰 파문이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4일 녹색경제신문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산업은행이 본질을 잃고 꺾기 의심거래를 펼쳐왔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꺾기 문제가 최근 자주 대두되고 있는 만큼 산업은행 역시 비판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산업은행은 국책은행인 만큼 꺾기 의심거래가 사실로 드러난다면 여파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재호 의원이 산업은행으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분기 말 현재 대한항공이 산업은행에 예치한 수신 잔액은 1조9671억원으로 집계됐다.
아시아나항공이 예치한 수신 잔액 역시 1조9163억원에 달했다.
박 의원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정책 지원을 받은 항공사 통합 관련 자금 외에도 운영자금까지 산은에 예치했다고 지적했다.
산은과 거래관계가 없던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역시 퇴직연금 계좌 등 각각 71억원, 101억원의 자금을 산은에 예치했다.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은 아시아나항공 계열사다.
박 의원은 "정책자금을 집행하는 산은이 '슈퍼갑'의 입장에서 어려운 기업을 대상으로 교묘히 법망을 피해가는 '꺾기' 영업행태를 보이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경기침체와 자금압박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 대해 국책금융기관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산은은 "본건은 구속성 예금에 해당되지 않으며 각 회사의 내부적인 의사결정에 따른 여유자금 운영"이라고 해명했다.
앞서 산은은 지난 2020년 11월 양대 국적항공사 통합 방안을 추진하기로 하고 대한항공 모회사인 한진칼에 8000억원을 투입하기도 했다. 한진칼은 이 자금을 바탕으로 2조5000억원 규모의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했고, 대한항공은 유상증자 대금으로 아시아나항공에 1조8000억원을 투입했다.
박금재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