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들 "엔진을 끝까지 이용하려는 일본車 전략은 위험"
- 보조금 적극적 활용하면서 전기차 시대로 이동해야
유럽 연합(EU)이 하이브리드(HEV) 및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모델에 대한 배출량 테스트 방식 강화를 논의하고 구매보조금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힘에 따라 완성차 업체들의 친환경차 포트폴리오 구성에 대대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의 '탈(脫)하이브리드를 지향하는 EU 친환경차 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EU는 친환경차 중에서도 전기차(BEV) 및 수소차(FCEV)에 지원을 집중하고 있다.
또한 2025년부터는 PHEV 배출량 테스트 방식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해부터는 신차에 연료·전기 소비 측정장치인 OBFCM를 의무적으로 탑재해 소비자의 실제 주행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해당 데이터를 기반으로 배출량 테스트방식을 개편한다는 방침이다.
탈탄소화를 주도하는 EU의 이번 논의는 전세계 완성차 업체들에게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특히 하이브리드 차량에 집중하고 있는 일본차의 방향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세계적으로 PHEV 구매 세력이 급격히 약화됨에 따라 BEV로 재편되는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녹색경제신문에 "지난해 전세계 친환경차 판매대수는 1200만대 수준이고, 이중 HEV 540만대, BEV가 470만대 판매됐다. 비등비등하지만 지금 상황으로 봐선 BEV가 결국 HEV 판매량을 추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의 주장을 토대로 한국자동차연구원의 이번 보고서를 살펴보면 전세계적으로 친환경차 가운데 HEV의 판매량은 나머지 친환경차에 비해 상당히 높다.
이중 가장 눈에 띄는 국가는 일본이다.
일본 내 차량 판매대수는 445만대며, 이중 HEV가 144만대로 약 32.39%를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친환경차(PHEV 2만대, BEV 2만대, FCEV 0)를 모두 합해도 5만대 (전체 판매대수의 1.12%수준)가 안된다. 일본 완성차 업체들이 HEV에 주력하고 있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일본이 내수 시장에 집중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자칫 '잘라파고스'(Japan과 Galapagos의 합성어. 자신들만의 표준만 고집함으로써 결국 세계시장에서 고립되는 현상을 의미)화 할 수 있음을 우려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녹색경제신문에 "지금은 BEV 시대로 가는 과도기다. 도요타 렉서스의 경우 하이브리드에 집중하고 있는데, BEV로의 전환이 상당히 느린 상황"이라며 "PHEV는 BEV로 가면서 중간중간 포트폴리오를 채워주는 정도로 가야지, 주종이 되면 안된다. 엔진을 넣으려고 너무 억지를 부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U의 방향성을 유심히 살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도요타는 이같은 상황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렉서스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완성차 업체들이 미래차를 외치며 전동화를 앞당기려는 이유는 사실 기업의 탄소중립을 위한 것이다. 탄소 중립의 방향성이 전기차라고 100% 확신할 수는 없다"라며 "우리는 하이브리드 차량이나 수소연료 자동차 등에 대한 연구를 통해 배출가스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시대가 어느 쪽으로 움직이더라도 대응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정은지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