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 총회서 투표…중국 국영연구소 이사장과 2파전
- 정의선, 2020년 회장 취임 후 조성환 사장 발탁
조성환 현대모비스 대표이사 사장이 한국인 최초로 세계 최대 표준기구인 국제표준화기구(ISO) 회장직에 도전한다.
조성환 대표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취임 이후 발탁된 인물이라는 점에서 '정의선의 남자'라 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오는 9월 ISO 회장 선거가 예정인 가운데 중국과 경쟁하고 있다"면서 "ISO는 학계 인물보다 표준 사용의 주체인 산업계 인물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첫 한국인 ISO 회장 탄생 가능성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조성환 대표는 지난 20일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브리핑실에서 ISO 차기 회장 선거에 입후보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상훈 산업부 국가기술표준원장의 제의에 고심 끝에 출마하기로 했다고 한다.
조성환 대표는 “산업계에 30년 근무하며 표준을 지배하는 나라가 산업기술을 선도하고 기술 앞선 나라가 표준을 선도하는 걸 보면서 표준에 대한 갈증을 느꼈다”며 “국가적으로도 의미 있는데다 개인적으로도 산업계 이력을 정리하는 뜻깊은 일이기에 한 번 (도전)해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의선 회장도 조성환 대표의 ISO 회장 출마를 적극 독려했다. 조성환 대표는 “민간 기업 대표로서 회사에 끼칠 영향을 걱정했으나 다행히 (현대차)그룹에서도 긍정적이었다”고 전했다.
조성환 대표는 “산업계에선 내가 먼저 기술을 만들어 표준화 지배권을 독차지하는 구조적 상황이 있는데 우리 산업 현장에선 여전히 표준화 대신 독자 연구하는 경향이 있다”며 “우리도 표준화에 좀 더 빨리 대응해 표준화를 선도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상훈 국가기술표준원장은 “산업계 후보자를 내지 못했다면 경쟁이 더 힘들었을 것”이라며 “기업인인 조성환 대표의 출마 결심에 감사하며 앞으로도 전심전력 지원하겠다”고 적극 지원을 약속했다.
조성환 대표는 30년간 현대차·기아 연구개발본부와 현대오트론 등에서 R&D(연구개발) 경험과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대외적으로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초대 한국자율주행산업협회장도 겸하고 있다.
특히 조성환 대표는 정의선 회장이 2020년 취임하면서 사장으로 발탁했다. 당시 정의선 회장은 기존 '정몽구 라인' 부회장과 사장 5명을 고문으로 위촉하며 일에서 손을 떼게 했지만 조성환 대표 등 신진인사를 일선에 배치시켰다. 조성환 대표는 '정의선호' 출발과 함께했던 인사들인 만큼 정의선의 사람인 셈이다.
이어 조성환 대표는 지난 3월 23일 현대모비스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재선임했다. 정의선 회장은 현대모비스 공동 대표이다.
ISO는 164개국이 참여한 표준 관련 비정부 국제기구이며 다양한 분야의 국제 표준을 제안하는 역할을 한다. ISO는 1947년 출범 이후 2만4322건에 이르는 국제표준을 제안했다. 3대 국제표준기구 중 가장 많다.
우리나라 대한민국은 1963년 가입해 조직 내 역할을 세계 8위 수준으로 키웠으나 아직 회장을 낸 적 없다. 일본과 인도(이상 2회), 중국, 싱가포르(이상 1회) 등 다른 아시아 국가도 1~2차례 회장을 맡았으나 우린 출마 이력 자체가 없었다.
ISO 회장은 실질적인 권한보다는 명예직 성격이 크다. 그러나 전체적인 표준화 작업의 방향성을 잡는 등의 역할을 감안할 때 실질적 영향력이 크다. 우리나라는 ISO 이사로 활동 중이며, 41명의 한국인이 산하 기술위원회 의장과 간사로 활동하고 있다.
ISO 차기 회장 선거는 올해 9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리는 총회에서 진행한다. 124개 정회원 투표 최다 득표자가 회장이 된다. 조성환 대표 외에 중국 국영연구기관 집단인 중국기계화학연구총원집단 왕더청(王德成) 이사장이 출마해 2파전이다. 회장 당선자는 당선자 신분으로 2023년 임기가 끝나는 울리카 프랑케(Ulika Franke·스웨덴) 현 회장과 함께 활동 후 2024년 2년 임기로 공식 취임한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