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류·수요 무궁무진, 2025년 메모리 시장 규모 比 2배↑ 전망”
-삼성, 모바일 AP 및 이미지센서 투자 확대...퀄컴·소니 등과 경쟁
-SK는 ‘사피온’ 앞세워 엔비디아 GPU 도전장, AI 반도체 3종 출시
메모리 반도체를 주축으로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주도해온 삼성전자와 SK가, 나란히 팹리스 공략에 박차를 가했다. 메모리만을 내세워서는 더는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선두권 유지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 성장 가능성이 큰 팹리스 분야에 투자를 확대해 반도체 강자의 권위를 공고히 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7일 한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삼성과 SK가 팹리스 시장에 투자와 연구개발(R&D)을 가속하는 모습”이라며, “팹리스는 매우 유망한 산업인 동시에 전체 반도체 생태계를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사업 확대가 필수적인 분야다. 삼성과 SK를 중심으로 한 국내 반도체 산업 역시 과거에는 메모리 분야에 모든 역량을 쏟아부었다면 이제는 반도체 설계인력 자체를 고급인력으로 분류하는 등 인프라 확대에 전념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팹리스는 반도체 설계 기업이다. 반도체 개발과 설계만을 다뤄 별도의 생산공장도 보유하지 않는다. 사실상 반도체 생산을 다루는 파운드리 기업의 주요 고객사로, 그 제품과 용도, 수요가 무궁무진해 높은 성장세가 전망되는 분야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팹리스 시스템반도체의 시장 규모는 2025년 약 4773억 달러(한화 약 600조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2배 이상에 달하는 규모다. 우리 정부도 팹리스 반도체 투자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현재 1%도 채 되지 않는 세계 점유율을 2030년까지 10%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기도 했다.
다만, 뒤늦게 팹리스 투자를 강행하고 나선 삼성과 SK가 이미 글로벌 빅테크사들이 각각 분야별로 지배권을 확보한 시장에서 어떤 차별화 전략으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지목된다.
이 관계자는 “팹리스 시스템반도체는 그 종류가 다양하지만, 분야별로 빅테크들이 자리 잡고 있어 시장 선점이 쉽지 않은 곳”이라며, “투자에 늦은 감은 있지만, 메모리 최강자로서의 삼성·SK가 보유한 글로벌 네트워크망과 막강한 자본력이라면 시장 점유율을 늘려가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으리라 생각된다”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 이미지센서 ‘아이소셀’ 및 모바일 AP ‘엑시노스’ 투자 확대...소니·퀄컴 등과 맞대결
먼저, 삼성전자는 이미지센서와 모바일 AP 강점을 내세워 팹리스 시장 내 입지를 다지고 있다. 이 중에서도 이미지센서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며 글로벌 1위 소니를 무서운 속도로 쫓아가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그간 글로벌 이미지센서 시장에서 40%대 점유율을 꾸준히 지켜온 업계 1위 소니는 올해 30%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한편, 2위 삼성전자는 24.9%까지 점유율을 끌어올리며 격차를 줄일 전망이다.
삼성은 지난해 9월 업계 최초 2억 화소의 벽을 뛰어넘은 모바일 이미지센서 ‘아이소셀 HP1’과 업계 최소 크기의 듀얼 픽셀 이미지센서 ‘아이소셀 GN5’를 공개하며 초격차 기술을 입증한 바 있다. 이미지센서의 적용 범위가 스마트폰에 이어 자동차, 네트워크 카메라 등으로 지속 확대되는 가운데, 삼성은 프리미엄 제품을 중심으로 공급을 확대하며 해당 수요에 적극 대응할 방침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당사는 올해 기술을 선도 중인 고화소 이미지센서 공급 극대화를 추진하고 시황을 반영한 판가 인상을 통해 전년 성장률을 상회하는 매출 상승 및 수익성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모바일 AP에서는 자체 브랜드 ‘엑시노스’ 시리즈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지만, 경쟁사들과의 점유율 격차는 다소 큰 것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시장 1위를 굳건히 하는 퀄컴의 스냅드래곤은 물론, 대만의 미디어텍과 애플에도 밀려 점유율 한 자릿수에 그치고 있다.
삼성은 엑시노스 도입을 늘리기 위해 자사의 갤럭시 제품에 적용하는 방안도 마련해왔지만, 정작 탑재율은 2018년부터 매년 감소하는 추세다. 지난해에는 갤럭시 탑재율이 28%에 머물렀다. 올 초 신형 ‘엑시노스 2200’을 출시했지만, 수율 저조 논란까지 지속하는 상황이다.
삼성이 최근 승부수를 던졌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MX부문장)과의 협력하에 갤럭시 전용 모바일 AP칩을 설계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이다. 올해 AP 개발에 착수해 2023년 설계를 마무리하고 최종 제조 과정을 걸쳐 2025년 출시를 목표로 설정했다.
삼성이 직접 향후 5년간 미래 전략에서 언급한 만큼, 수뇌부의 지원도 대폭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주요 팹리스 시스템반도체 사업 중 모바일 SoC(시스템 온 칩)과 이미지센서에서의 투자와 R&D를 강화함으로써 업계 1위 기업들과의 기술 격차를 줄이며 성장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SK는 AI 반도체 ‘사피온’ 앞세워 엔비디아 GPU에 도전장, 내년 AI 반도체 3종 출시 예고
SK는 텔레콤과 하이닉스, 스퀘어로 구성한 자체 ICT 연합이 설립한 ‘사피온’을 전면에 내세워 엔비디아가 지배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에 맞불을 예고했다.
사피온이 설계하는 제품은 인공지능(AI) 반도체다. AI 연산에 필요한 기능만을 최적화해 GPU 대비 뛰어난 처리 성능과 더불어 전력 소모까지 줄인 것이 강점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기존 GPU는 폭증하는 AI 수요를 대응하기에 점점 더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되며, 이에 작은 양의 전력으로 대규모의 복잡한 연산을 빠르게 수행하는 AI에 특화된 반도체가 필요하다”라며, “당사는 AI 반도체 칩 기반 하드웨어부터 AI 알고리즘, API 등 소프트웨어까지 AI 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AIaaS(AI as a Service)’ 전략을 통해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피온은 지난 2020년 NPU(신경망 처리장치) 구조 기반의 ASIC(주문형 반도체) 칩 ‘X220’을 출시한 데 이어 내년 상반기 내 ‘X330’을, 이후 ‘X340’과 ‘X350’까지 선보일 계획이다. X330부터는 추론 기능에 최적화된 수준을 넘어 본격 AI 모델 학습 기능까지 지원할 예정이다. 적용 범위 역시 기존 데이터센터용에서 자율주행차, 보안, 스마트팩토리 등으로 확장한다.
다만, 현 글로벌 GPU 시장 90%가량을 점유 중인 엔비디아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SK는 추격 속도를 높이기 위해 ICT 연합의 역량을 총동원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SK텔레콤의 AI 등 ICT 기술과 함께 SK하이닉스는 세계 2위의 메모리 반도체 역량을 대폭 지원한다. SK스퀘어가 혁신투자를 통해 필요한 역량을 더해줄 방침이다. 특히, 2025년 공개가 유력한 ‘사피온 X430’의 경우 SK하이닉스가 개발한 적층형 메모리 ‘HBM3’를 적용해 AI 성능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류수정 사피온 대표는 미국 본사에서 진행한 지난 4월 간담회에서 “내년 상반기 나올 AI 전용 칩 ‘X330’은 성능과 활용도 측면에서 모두 엔비디아와 의미 있는 경쟁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며, “연말까지 시스템 소프트웨어, 아키텍처 등에서 핵심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고명훈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