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고는 허용, 연결행위는 금지" 애매한 결론에 변협·로톡 '동상이몽'
- 변협은 로톡 참여 변호사들 징계 강행 … 징계 취소소송 통해 결국 대법원으로 갈 듯
-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끄러운 ‘IT코리아’ 모습" 변협 태도에 비판 나와
헌재 ‘일부위헌’ 판결에도 사회적 혼란 계속 … 변협 “징계 강행”
로톡과 대한변호사협회(변협)의 갈등이 헌법재판소(헌재)의 결정 이후에도 계속되는 모양새다. 헌재가 헌법소원 대상 법률 중 일부에 대해서만 위헌 결정을 하면서 그 의미를 두고 양측이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변협이 로톡에 참여한 변호사들에 대한 2차 징계를 강행한 가운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는 법률 서비스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률서비스 플랫폼인 로톡은 인터넷과 모바일로 변호사들이 직접 고객에게 광고를 하고, 고객과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로톡과 대한변협의 갈등은 지난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4년 로톡 출시 후 이듬해 변협이 로톡을 변호사법 위반으로 고발하면서 양측의 갈등이 시작된 것이다.
로톡은 이후 세 차례 검찰 수사에서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법무부도 지난해 로톡이 변호사를 소개·알선하고 대가를 받는 방식이 아니라 광고비만 받는 ‘광고형 플랫폼’이라고 판단을 내놓았다. 하지만 변협이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에 대해 자체 징계를 추진하면서 헌법소원까지 제기됐고, 이후 헌재 결정이 일부 위헌이라는 애매한 태도를 취하면서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변협은 지난달 31일 “상임이사회가 로톡에 가입해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을 위반한 변호사 28명의 징계 개시 청구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초 로톡 관련 변호사 25명에 대해 징계를 청구한 이후 두 번째 조치다.
로톡 측은 “위헌 결정을 받고도 징계 개시 청구를 한 것은 강한 유감”이라며 반발해 법적 다툼을 예고했다. 헌재가 내린 ‘일부 위헌’ 결정의 내용들을 각자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면서 양측의 충돌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헌재, “광고는 합법이지만 소개·알선은 위헌” … 로톡, 변협 ‘아전인수 동상이몽’
헌재의 결정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변호사 아닌 사람에 의한 변호사 광고나 홍보는 합법이지만 소개·알선은 불법이라는 것이다.
헌재는 지난달 26일 로톡 운영사 로앤컴퍼니와 변호사 60명이 변협의 징계 근거인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이 위헌이라는 취지로 제기한 헌법소원에서 ‘일부 위헌’ 결정을 내렸다.
그 내용을 보면 변협이 내부 규정을 통해 ‘변호사 또는 소비자로부터 대가를 받고 사건을 소개·알선·유인하기 위해 변호사를 연결하는 행위를 금지’한 것은 합헌이지만, ‘대가를 받고 변호사를 광고·홍보·소개하는 행위를 금지’한 것은 위헌이라는 것이다. 즉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의 제5조 2항 1호 중 일부분에 대해서만 위헌 결정한 것으로, 변호사가 돈을 내고 광고하는 것까지 금지해선 안 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로톡의 서비스가 광고인지 소개·알선인지 양측의 입장 차가 있기 때문에 이같은 결정에도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변협은 헌재가 합헌이라고 판단한 부분을 근거로 지난달 31일 추가 징계를 강행하기로 했다. 변협은 헌재 결정을 두고 “로톡 가입 변호사에 대한 징계의 헌법적 정당성이 인정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로톡 측은 “변협의 징계 강행은 헌재 결정 취지를 아전인수로 해석한 데 따른 독선적 행위”라며 반발했다. 로톡은 사건 소개 대가인 수수료를 받는 게 아니라 광고 공간 제공을 통해 정액의 광고료만 받기 때문에, 헌재가 금지가 정당하다고 본 ‘소개·알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헌재의 결정은 혼란을 종결짓지 못하고 로톡의 서비스가 광고일 뿐이라는 로톡의 입장과 소개·알선이라는 변협의 입장이 더욱 선명해지는 결과만 낳은 셈이다.
“공은 법원으로” … 징계 취소소송 통해 대법원의 판단 받을 듯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민망한 ‘IT 코리아’ 모습” 자조도 나와
변협이 2차 징계에 나서면서 결국 공은 법원으로 넘어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해당 변호사들이 징계 취소소송을 제기하고 양측이 다시 치열하게 법리 다툼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기에 결국 대법원에서 결론이 날 것이라는 예상이다.
변협 상임이사회가 지난달 31일 징계 개시 청구를 결정함에 따라, 조만간 판사·검사·변호사 등 법조계 인사 9명으로 구성된 법무부 변협징계위원회가 열릴 예정이다. 위원회가 과반수로 징계를 결정하면 징계 대상 변호사들은 법무부에 이의를 신청할 수 있고, 법무부 결정에 불복할 경우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사실심 판결이 어떤 결론을 내더라도 양측이 납득을 할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최종심이자 법률심인 대법원까지 재판이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양측의 갈등이 극심하고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지경에 이른 만큼 최종적으로는 대법원까지 갈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을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양측이 재판 과정에서 극적인 합의를 도출해낼 가능성도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대법원까지 가는 길고 치열한 법리 다툼이 예상되는 가운데, 법률의 해석이나 징계의 정당성을 떠나 이러한 갈등 자체가 ‘민망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타다’와 택시의 갈등도 그랬지만, 사실 이런 갈등 자체가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라는 견해를 전했다. 근본적으로 변호사와 고객이 인터넷·모바일 환경에서 만나는 것이 갖는 문제가 무엇이냐는 지적이다.
로톡을 통한 광고와 수임이 보편화될 경우 시장 경쟁이 치열해져 가격이 내려갈 것을 우려한 변협이 ‘기득권 지키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끝내 징계를 하고야 말겠다는 변협의 의도가 공익적인 부분에 있는지 솔직히 의문”이라며 “일정 수준의 수임료를 지키려는 몸부림 아닌가 싶다”는 의견을 밝혔다.
변협은 징계의 핵심 근거인 광고 규정(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의 적법성·유효성을 헌재가 인정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조계에서는 헌재가 결정문에서 “변호사법에 위반되지 않는 플랫폼 이용을 금지하는 것이 변호사의 직업 선택 및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적시한 마당에 이러한 징계 추진이 ‘무리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변협과 로톡의 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변협이 로톡의 대안으로 내세운 법률서비스 공공 플랫폼 '나의 변호사'는 출시 2개월 동안 의뢰가 하루 평균 2건에 못 미치는 성적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준용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