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비롯한 아시아 시장은 성장세” … 일본·인도 등 아시아 지역 공략 나설 듯
“가입자 증가로 북미 지역 정체 상쇄할 것” … 북미 등지에선 요금 인상으로 대응
한국 OTT는 국내 시장 한계 있다고 판단 … “글로벌 진출 가속화할 것”
5년간 세계 OTT 시장 더 성장한다지만 … 성장세 둔화 흐름은 ‘고민’
넷플릭스, “북미는 정체, 한국 등 아시아는 아직 성장 가능”
지난해 한국에서 1200만명의 구독자를 확보하며 170억원을 벌어들인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을 여전히 성장세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2025년까지 900만명의 구독자를 추가하겠다는 포부다.
미국 투자 전문 매체인 ‘더 모틀리 풀(The Motely Fool)’은 넷플릭스가 “유럽과 아시아 시장에서는 (북미·캐나다에 비해) 아직 성장할 가능성이 많이 남아있다”며 이같이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넷플릭스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과 유럽, 중동, 아프리카를 공략 대상으로 꼽았다. 2016년 전면적인 글로벌 진출을 선언하기 전까지 이들 시장에서 점유율이 미미했던 만큼 추가 성장 여력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넷플릭스는 2025년까지 일본에서 2400만명, 한국에서는 900만명 가량의 구독자를 더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유럽에서는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를 합쳐 3300만명 정도의 구독자가 추가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중 넷플릭스가 가장 주목하는 지역은 인도 시장이다. 모바일로만 시청 가능한 대신 가격이 저렴한 요금제를 내놓는 등 여러 노력을 했으나 기대만큼의 구독자 확보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디즈니플러스가 불과 몇 년만에 인도 시장에서 구독자를 4600만명이나 늘리며 인도 시장의 잠재력을 확인한 이상 넷플릭스도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가 아시아 등지의 성장세에 주목하는 이유는 ‘안방’인 북미 지역의 성장세가 한계에 이르렀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과 캐나다 지역의 구독자는 680만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서비스를 출시한 지 오래된 만큼 시장이 포화 상태에 다다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쉽게 말해 ‘볼 사람은 거의 다 보고 있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넷플릭스는 지난 1월 미국과 캐나다에서의 요금을 각각 1.5달러씩 인상했는데, 이러한 포화 상태에 대한 대응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도 지난해 11월 1500원에서 2500원의 요금 인상이 있었다. 당시 소송 중이었던 망 사용료 납부에 대비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으나 넷플릭스는 현재까지도 망 사용료 문제에 완강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토종 OTT들 대응은? … 상대 안방 공략해 글로벌 경쟁
한편 국내 시장에서 넷플릭스와 경쟁 중인 ‘토종 OTT’들은 넷플릭스와 달리 국내 시장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해외 진출로 활로를 모색하는 모양새다.
웨이브는 동남아시아를 시작으로 미국과 유럽 진출을 선언했고, 티빙은 네이버 라인과 손잡고 일본·대만에 이어 미국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일본 서비스를 시작한 왓챠는 내년 미국과 유럽 진출을 추진한다.
이들이 넷플릭스와 얼핏 정반대처럼 보이는 판단을 내린 데는 서로 다른 위치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국내 OTT 입장에서 자본 규모의 차이를 고려할 때 한국 시장에서의 투자만으로는 글로벌 OTT와의 경쟁이 불가능하다는 인식과 K-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은 지금 소위 ‘바람’을 타고 해외 진출을 해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서로의 안방을 겨냥했다는 점에서 방향은 다르지만, 새로운 시장을 통해 콘텐츠 다양성을 확보하고 수익성과 경쟁력을 제고하겠다는 의지는 같다.
세계 OTT 시장 성장세 둔화 … 코로나 이후의 장밋빛 전망 이어갈까
치열한 경쟁에도 불구하고 세계 OTT 시장의 성장세는 조금씩 둔화되는 모양새다.
한국수출입은행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OTT 시장은 1260억 달러를 기록했다. 2020년 시장 규모인 1100억 달러에 비해 15% 성장한 수치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OTT 시장이 올해 30% 증가해 141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가장 대표적인 OTT 서비스인 넷플릭스가 북미 지역에서 겪고 있는 정체 현상이 세계적으로도 조금씩 다가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한국 시장에서 넷플릭스를 제외한 토종 OTT 3사(웨이브, 티빙, 왓챠)는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후 파이낸스(Yahoo Finance)’는 “넷플릭스도 북미 지역에서의 구독자 증가 정체와 러시아에서의 서비스 중단으로 수익률이 당초 기대치보다 낮게 나타나고 있다”며, “요금 인상을 통한 대응도 결과적으로 구독자 이탈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궁극적인 해결책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향후 5년간 OTT 시장이 더 성장하리라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지만, 시장의 성장 속도가 팬데믹 초기와 같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물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나 미중 관계 악화와 같은 국제 정세 변화, 코로나 팬데믹의 전개 상황 등에 따라 상황은 변할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투자하지 않으면 따라갈 수 없지만, 시장이 정점을 지나고 있는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있다”며 “출혈 경쟁에도 불구하고 현재로서 웃을 수 있는 건 넷플릭스 정도”라고 전했다.
글로벌 콘텐츠 시장의 대세로 자리잡은 OTT가 다양한 콘텐츠 플랫폼의 경쟁을 통해 새로운 활로를 개척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준용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