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영세농·가족농 중심 한국농업, 급속한 대자본 유입 '우려'
이상기후로 작황 부진이 계속되면서 농산물 가격이 급등한 가운데 이마트가 스마트팜 사업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식량위기가 대기업의 농업진출을 가속화시키고 있지만 대자본의 급속한 유입은 견제할 필요가 있다고 우려한다.
이마트는 이상기후와 계절에 영향을 받지 않는 ‘스마트팜 채소’ 운영을 확대한다고 13일 밝혔다. 현재 이마트는 스마트팜 채소 8종(로메인·미니 로메인·스위트 로메인·카이피라·버터헤드·프릴아이스·파게로·바타비아)을 선보였고 향후 10종 이상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마트는 앞서 스마트팜 기업 ‘엔씽’과 협업해 경기도 이천 이마트 후레쉬센터 옆에 스마트팜을 조성했다. 이마트는 엔씽이 추진한 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한 ‘유진 AgTech 신기술사업투자조합 1호’에 5억원을 출자해 지분 6.7%를 확보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이마트는 스마트팜 사업 육성을 위해 미국의 ‘벤슨 힐 바이오시스템’, ‘바워리 파밍’ 등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는 최근 이상기후 여파로 농산물 물량 수급이 불안정해지고 가격이 급등한 가운데 안정적인 식품 수급을 위해 스마트팜 사업을 확대한다는 설명이다. 이마트 측은 "최근 이상기후 등으로 농산물 가격이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어 이를 극복하기 위해 스마트팜 농산물을 확대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이상기후와 글로벌 물류난까지 겹치면서 농축산물 수입가격지수는 전년 대비 31.7% 상승했다. 농산물 품목별로 살펴보면 무(270.6%), 당근(61.8%), 양파(57.3%), 마늘(52.3) 등이 모두 50% 이상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일각에서는 농산물가격 급등이 대기업 중심 스마트팜 확대의 당위성이 돼서는 안 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대기업은 식량위기를 근거로 농업의 자본화를 설득하려 하지만 가족농이 중심인 한국농업 상황에서 대자본의 급속한 유입은 파괴적인 결과를 만들 것이란 지적이다.
실제 우리나라 농업은 대부분 중소영세농이면서 가족농이 차지하고 있다. 2015년 기준 0.5ha 미만 영세농은 48만6000가구로 전체 경작지 44.7%를 차지하고 1~3ha 중소농도 24만8000가구로 전체 22.8%로 집계됐다. 대농 기준인 5ha 이상 농가는 3만9000가구로 전체 3.6%에 불과했다. 정부가 규모화 및 자본화 농업 정책을 확대하고 있지만 중소농은 여전히 한국 농업의 중심이라는 분석이다.
한 민간경제연구소 관계자는 13일 <녹색경제신문>에 “농산물 가격 급등 추세와 더불어 한동안 잠잠했던 대기업 중심 스마트팜 논란이 재조명되고 있다”며 “농산물 가격 상승이 꼭 대기업의 스마트팜 사업 확장으로 연결될 이유는 없고 농산물 가격은 글로벌 불확실성이 사라지면 안정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또한 “농산물가격과 물가인상은 국내 유통구조 재편과 더불어 농가에 IT기술을 공유하는 등 스마트팜 전환을 지원하면 될 일”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FTA 농산물 평균 자유화율이 70%가 넘은 상황에서 글로벌기업들은 농업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무조건적인 대기업 규제 강화 보다는 기존 농가와 기업 자본을 연계한 농업 관련 전후방 동반성장을 추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연암대학교 김주원 차세대농업기술센터장은 "지금의 대기업의 농업진출 규제는 스마트팜 중심으로 농업산업이 재편되고 있는 상황과 맞지 않다"며 "스마트팜 등 국내 농업 분야에도 대자본 진출을 허용해 국내 농업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며 자본력이 강한 대기업의 농업진출 유입을 확대해 농업인재 영입과 더불어 농업혁신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용준 기자 market@greened.kr